D가 아프리카에서 일하면서 총 7번 아프리카에 다녀갔다. 르완다 왕복 4번, 우간다 왕복 3번. 비행 시간 편도 20시간 이상.
네 번째 다녀갈 무렵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결심했다. 다시는 여기 올 일 없으리라고. 장거리 비행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피곤해 죽을 것 같았다. 비행기가 엔테베 공항 활주로에 도착할 때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진짜 마지막이야.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 몇 달 지나니 그 기억은 희미해지고 이후로 두 번을 더 가긴 했다. 그래도 지난 달, 일곱 번째 길을 나설 땐 컨디션도 안 좋고 내 몸이 도저히 20시간 여정을 견뎌낼 것 같지 않았다. 주위에 조언을 구하니, 은퇴하신 쌤들이 남편한테 다녀가는 것도 젊을 때 한때라고 이럴 땐 비즈니스 타라 하셨다. 나중엔 귀찮아서 안 가게 된다고.
사실 난 비즈니스석엔 로망이 전혀 없다. 월 소득 이천쯤 되면 타도 되지만 거의 두 달 월급쯤 되는 돈을 열 몇 시간에 태워 없애는 게 전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번은 진짜 비행기 탈 엄두가 안 났다. 카타르 항공 비즈니스석을 알아보니 왕복 800만, 덜덜. 일주일쯤 고민하다 갈 때만 비즈니스로 가기로 했다. 절반 가격으로.
여행 준비가 수월했던 건 비즈니스석은 수하물이 30킬로 2개여서다. 23킬로 2개일 땐 물건을 넣었다 뺐다 무게를 몇 번이나 달았는데 30킬로는 그냥 막 때려넣으니 걍 30 가까이 나왔다. 그간 아프리카 비행이 힘들었던 게 비행시간 탓도 있지만 이것저것 음식이랑 생필품 챙겨 짐 싸는 것도 고역이기 때문이었다. 하도 여러 차례 싸다보니 이번엔 수월했고 용량도 넉넉해서 빨리 끝났다.
하지만 밤비행기는 진짜 본전 찾기 어렵다. 본래 밤에는 기내식 안 먹는데 비즈니스라고 먹었다가 다음날 새벽 설사를. 랍스터가 살짝 덜 익었던지 거기서 탈이 난 것 같다. 다음엔 밤엔 절대 안 먹을 예정. 밤이다보니 음료건 간식이건 식욕 자체가 없었다. 또 저녁 먹고 바로 누우니 속도 계속 더부룩.
도하공항 알자무라(?) 라운지는 라운지가 아니라 웬만한 호텔 로비보다 넓어서 놀랐다. 샤워실 이용이 가장 좋았고 음식은 화려했으나 뷔페가 먹을 건 별로 없었다. 한식에 입맛이 맞춰지몀 양식 뷔페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저 그렇다. 울나라 호텔 뷔페보다 못하니. 주문 요리도 있으나 다 양식이라 패스. 아침이라 맥주도 점혀 안 당겨서 다 패스. 샤워실이 좋아서 그것 하나 만족.
환승 비행기는 낮에 출발해서 그때 첨으로 샴페인 한 잔을 마셨다. 환승편은 인천 출발편과 달리 좌석이 좀 더 좁고 두 자리씩 붙어 있는 게 차이.
암튼 결론. 비행기에서 식욕이 전혀 없는, 기내에서 거의 안 먹는 내게 비즈니스는 넘 돈 아깝네. 기내식이 레스토랑처럼 예쁘게 차려서 나온들 별반 맛도 없고. 다 거기서 거기고.
무적 체력을 길러서 이코노미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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