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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수업 이야기96

"하늘은 맑건만" 수업을 마치며 백 년 전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세련된 문체와 섬세한 감정 묘사, 캐릭터의 흡입력이 살아 있는현덕 작가의 수업을 지난 주에 마쳤다. 그리고 이어 서평쓰기 중~~곧이어 서평쓰기가 진행될 것이기에 이 작품은 글을 쓰지 않고 소설에 대한 간단평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어리숙한 문기와 약삭빠른 수만, 양심과 쾌락 사이의 방황, 순간적인 쾌락 대신 내면의 지속적인 기쁨을 택한 주인공... 아이들의 평 그대로, 훌륭한 작품이다. - 주인공이 악의 편에도 서보고 선의 편에도 서는 것이 감명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 아이들이 죄책감을 느꼈다가 그것을 이겨내는 감정선이 잘 표현된 명작!- 내 마음의 양심과 행동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무거운 마음에 하늘을 함부로 쳐다보지 못하지만.. 2024. 6. 9.
서평쓰기 수행평가 중 올해 수행평가는 잘못 택한 것 같다.좀 가볍게 창작시 쓰기,, 정도로 할 걸, 4문단 서평쓰기 하는데,,,  학생들이 문단 개념이 아직 없고문단 구분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해서 순직하는 줄 알았다. 시간이라도 좀 여유 있으면 좋으련만, 기말이 코앞인데아직 문법은 들어가지도 못함... 문법을 좀 가볍게 하는 수밖에 없을 듯한데뭐, 어떻게 되겠지 하고는 있는데... 대략 난감... 그 와중에 한 녀석 글이 눈에 띄었다. 울 학교가 좋은 이유는, 급식과 국어 선생님이라고... ㅋㅋ"특히 국어 선생님은 더 좋은 거 같다. 평소에는 잘 몰랐던 윤동주 시인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게 다 윤동주의 힘이다. 시는 봄날에 다 끝났는데, 서평쓰기 중 다시 윤동주 시인께서 부활하셨네. 그는 백 년 뒤에도 천 년 뒤에도 이 땅.. 2024. 6. 9.
국어파일 표지 만들기 ‘24 국어시간 필수품은 공책이다. 글의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고, 내 생각도 쓰고, 창작도 하고...공책이 훨 좋지만 검사하기 너무 힘들어 클리어파일로 바꾼 지 꽤 된다. 공책은 반마다 서른 권 가까이 되는 걸 내 비좁은 책상 위에 쌓아놓고 검사하기 넘 힘든 반면 활동지는 한 장, 한 장 걷어서 검사하기 편하기 때문에...그래서 파일에 활동지를 순서대로 정리하는데,그래도 표지만은 아날로그 식으로 만들어보고 있다.파일의 딱딱함을 상쇄하고, 개인의 색깔이 조금은 느껴지도록...올해 국어파일 표지 중 눈에 띈 것들... 2024. 6. 5.
거짓말에 대하여 _ 수업 대화 _ 하늘은 맑건만 한 반에 29명이 되니 모둠수업 하기가 어렵다. 나는 한 시간 내내 하는 모둠수업은 하지 않는다. 45분 수업 중에 10분~15분 정도 시간을 주고 친구와 대화할 시간을 주는 정도다.그 대화할 시간을 꽤 자주 주었는데, 올해는 한 반 인원이 너무 많고, 또 학생들 학력 수준이 너무 낮아서모둠 대신 칠판에 붙이는 걸로 대신한 경우가 많았다.  내 경우, 모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는 잘 주지 않는다.모둠 시간을 주는 이유는 친구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할 여유를 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주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 주제로 모둠대화 시간을 준다. 일종의 경험 나누기다.  소설 '하늘은 맑건만'은 딱 한 번 수업해본 적이 있기에어떤 대화로 시작할지 좀 고민이 되었다.어리버리한 주인공이 영악한 친.. 2024. 5. 24.
낭송 수업의 매력 사물함 맨 뒤까지 의자가 꽉 채운...1968년 지은 비좁은 교실에 28~29명 학생들... 그 답답한 공간이 일순간 성당이나 절처럼성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서른 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모두 입을 맞춰힘차게 시를 낭송할 때다. 그 맑고 청명한 소리의 기운이 공간을 가득 채우면그 순간만큼은 여기보다 더 아름다운 곳은 없으리라 여길 만큼좋은 기운이 교실 공간을 감돌게 된다. 아이들 목소리가 예뻐서 더 그런 느낌이 나는 듯...  시를 다같이 낭송할 때면 떠들고 산만하고 시장바닥과 다름 없을 때와는전혀 다른 시공간이 펼쳐진다.그리고 윤동주의 '새로운 길'이 얼마나 라임이 잘 맞는지얼마나 맑은 기운을 주는 시인지도새롭게 깨닫게 된다.이처럼 단체 낭송에 최적화된 시도 잘 없을 듯... 지금은 소설에.. 2024. 4. 28.
윤동주가 나를 살리다 올해는 정말 3월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학교 이동에, 한 반 인원은 서른 명 가량, 교실은 좁아터지고, 중간급 학교인데 업무는 작은 학교급으로 많고, 십여 년 전에나 하던 잡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유명하신 폭탄 두 분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를 뒤집고, 교감쌤, 학생부장이 번갈아 뛰어오고... 거기다가 학교 건물까지 공사한다고 가림막을 쳐서 창밖으론 가림막만 보이고... 유독가스가 진동하고... 진짜 학교 다니겠나 싶었다.  다이어리를 보니 4월 14일까지 주말에 울렁거리는 증세가 있었다. 울렁거림이 안 나으면 그냥 휴직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어찌어찌 큰 고비를 모두 넘기고 처음으로 약간 안정됐다. 중간고사 원안도 넘겼고 담주 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올해도 나를 살린 건 윤동주였음을.. 2024. 4. 27.
수업 팁 _ 배경 그리기 국어수업에서 매시간 비주얼씽킹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개인적으로 국어수업에서 그림 그리기가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건 두 가지 경우다.  1. 소설에서(가끔은 시) 소설속 공간이나 주인공의 행동 경로를 직접 그려보면작품이 훨씬 생동감 있게 다가올 때다.  2. 두 번째는 소설 속 인물들의 성격을 그림을 통해 구체화할 때다.  그림만 그려도 작품이 확 와닿을 때, 그때만 그린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고 10분 정도 시간을 주고 스케치할 때가 많다.  아래는 소설 '꿩' 수업에서 학생들이 소설을 토대로 주인공 용이가 학교 가는 길을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걸 직접 그려보면, 무거운 짐을 메고 산허리를 세 바퀴나 돌아학교에 가는 용이 심정이 잘 느껴지고, 등굣길이 최소 1시간 이상임을 짐작.. 2024. 4. 26.
수업 팁 _ 시 수업의 시작은 3월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가 모르겠네.시 수업이 막바지를 향해 간다. 올해는 3차시라 여유가 없는 게 단점.이제 '별 헤는 밤' 한 작품을 남겨놓고 있는데, 중간고사 범위는 공지되었고 아무래도 보강해야 할 판... 시는 예술이고 우리의 감정, 정서를 촉발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마음을 살며시 움직여 무뎌진 일상에서 놓치기 일쑤였던삶과 세상에 대한 섬세한 감정선을 되찾게 하려고.. 감성을 회복하는 순간 새로운 시각과 지평이 다가온다. 그래서 시는, 문학은, 인간을 회복시키고 치유한다. 시 수업의 시작은 언제나 낭송이다. 느낌이 찾아올 때까지 충분히 낭송해야 한다. 적어도 대여섯 번, 충분히 다같이 낭송한 뒤에 시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데서 감상을 시작한다. '감정 어휘'에서 자신의 느낌을 대.. 2024. 4. 7.
비유 연습.. 국어 과목이란 올해는 비유 연습에서 제시어를 “국어 과목”으로 시작했다. 기특한 답을 모아본다. 물론 힘들고 피곤하다는 답도 간혹 있었으나.. 스맛폰과 소셜미디어, 온갖 자극적인 공세에 맞서려면 이 정도 세뇌는 필요하다 ㅎㅎ 2024. 3. 28.
수업 공개 _ 참관록을 받아보다 학기마다 의무적으로 하는 수업 공개...  어쩌다보니 1번으로 했다. 내용 알림 오자마자 신청하니까.3월에 정신 없어도, 정신 없이 해치우는 게 더 낫더라. 6월 되면 아이들도 뻗고 나도 기운 빠지고...조금이라도 쌩쌩할 때 끝내는 게 낫더라. 아무 단원이나... 윤동주를 하고 싶었으나 날짜가 '포근한 봄' 공부할 때라 그냥 했다.수석교사가 한 시간 내내 참관했는데... (사실 20년 이상 경력교사 참관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지만...)아무튼 참관록을 직접 써서 보내주셨다. 이렇게 문서로 받아보기도 처음... “제가 생각하는 정말로 행복한 국어수업이었습니다.”낭송을 다같이 두 번, 희망자 시켜서 두 번 했는데아이들이 다같이 입 맞춰 고운 소리로 힘차게시를 읽기만 해도 감동을 주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2024. 3. 27.
즉흥시 쓰기 ㅋㅋㅋ 나라에서 교육에 관해 손 대는 건 팔 할이 헛짓이다. 올 3월만 해도 진단평가 다 쳐놓고, 다시 태블릿으로 맞춤형 진단평가 친다고 이틀이나 진도를 못 나갔다. 디지털이라고 다 좋은가. 애들도 태블릿으로 보는 시험, 손가락으로 확대해야 하고 스마트하지 않다고 종이 시험이 훨 낫다고 하는데... 뭐 해당 업체 돈 벌어주려고 벌이는 일이지. 그런 게 한두 개인가. 암튼 길어봤자 20분이면 다 치는 시험이라 시간은 남아돌고... 아이들이 연습지에 낙서하고 있길래, 차라리 시를 쓰라고 했다. 제목은 국어선생님. ㅋㅋㅋ 한 녀석이 정성들여 쓰더니 종이를 내민다. 바로 아래 첫 번째로 나오는 시... 내 평가는... "합격!" ㅋㅋㅋ 80년대 감성이라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음 반에 들어가서는 더 필 받아서 5~10.. 2024. 3. 24.
K중에서 보낸 마지막 며칠... 사진말 수업 수업 시수가 늘고 10개 반을 다 들어가다보니 평소보다 훨 정신없었던,, 그래서 거의 기록을 못했던 2023년... 어디서부터 기록할까 하다가 일단 2월 개학 이야기부터 하자. 공무상 요양으로 반 년만에 만난 아이들과 단 며칠 뭘 할까 하다가 진짜 오랜만에 '사진말'을 했다. 이건 진짜 내가 이십여 년 전 신규교사 때부터 했던 활동인데 거의 십오 년만에 해보는 활동. 작년과 올해, 내 감정 및 생각과 닮은 사진을 골라서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 한 차시 더 있는 반은 마담도라 카드에서 새해를 위한 조언을 찾는 활동을 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2학년 3반… 우리 반은 아니지만 1학년 때 울반 부반장 및 모범생들이 포진해 있어서 2학년 10개 반 중 가장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반이었다. (물론 머리 쥐어뜯.. 2024. 3. 24.
“경험한 일 말하기” 수업 국어과에서 진행하는 수행평가는 주로 독서, 쓰기, 말하기다. 최근엔 문학 관련 구술평가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교육적 효과도 높은 수행평가는 중1 성취수준과 관련된 “경험한 일 말하기"다. 작품과 관련된 말하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 있게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의 활동으로도 말하기를 집중해서 배울 수 있다. 1학년은 PPT나 참고자료 없이 그냥 말하기가 가장 좋다. 원고를 외우고 청중을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갈 때 말하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힘이 커진다. (매체를 활용한 말하기는 중2 성취기준에 있어서 1학년은 그냥 순수하게 말하기 그 자체로 진행하는 편이 좋다.) 또 학생들의 온갖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다.. 2023. 9. 20.
부석사 무량수전 3D 입체퍼즐 올해 오랜만에 최순우 선생이 쓴 글, 수업을 했다. 교과서 외 작품인데, 우리 문화재에 대한 시야를 넓혀줄 만한 다른 글이 없어서 참고작품으로 선택한 것. 수업 내용은 예전과 별반 다름이 없으나 올해 새로 활동한 것은 수업 다 끝내고 3D 입체퍼즐을 조립한 것. 학생들이 많이 좋아했다.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인데 예산이 부족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주지는 못하고 한 반에 3명씩 가위바위보로 뽑아서. 서로 하겠다고 경쟁 치열. 중학생들은 무언가 손으로 만져보는 경험도 좋은 것 같다. 수업을 하실 분들은 활용하면 좋겠다. 2023. 5. 31.
수업 팁 _ 깔끔한 대단원 마무리 퀴즈 보통 중학교 국어수업에서 교과서 기준으로한 단원이 다 끝나는 데는 한 달쯤 걸린다. 그 대단원 안에서 몇 개의 소단원을 진행하면서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게 되고... 그렇게 한 단원이 끝났을 때 대단원 전체를복습하면서 한 시간 정도로 가볍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난 항상 단어 시험을 친다. 그 단원에 나오는 단어 전체를 묻는 시험인데바탕글에 나오는 어휘 뿐 아니라 수업 시간에 다룬 어휘 전체를 묻는다.작가 이름, 작가가 살았던 지역 이름, 소설 주인공 이름 등사람 이름, 지역 이름도 어휘력이므로 그렇게 우리가 한 달 간 다룬 모든 이름들을 묻는 시험이다.그래서 문제가 보통 50개 이상.학생들도 퀴즈처럼 즐겁게 친다. 못 친다고 해서 어떤 제재가 주어지는 게 아니므로가볍게 학습을 점검하는.. 2023.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