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학교 이야기/수업 이야기90

윤동주가 나를 살리다 올해는 정말 3월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학교 이동에, 한 반 인원은 서른 명 가량, 교실은 좁아터지고, 중간급 학교인데 업무는 작은 학교급으로 많고, 십여 년 전에나 하던 잡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유명하신 폭탄 두 분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를 뒤집고, 교감쌤, 학생부장이 번갈아 뛰어오고... 거기다가 학교 건물까지 공사한다고 가림막을 쳐서 창밖으론 가림막만 보이고... 유독가스가 진동하고... 진짜 학교 다니겠나 싶었다.  다이어리를 보니 4월 14일까지 주말에 울렁거리는 증세가 있었다. 울렁거림이 안 나으면 그냥 휴직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어찌어찌 큰 고비를 모두 넘기고 처음으로 약간 안정됐다. 중간고사 원안도 넘겼고 담주 시험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올해도 나를 살린 건 윤동주였음을.. 2024. 4. 27.
수업 팁 _ 배경 그리기 국어수업에서 매시간 비주얼씽킹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개인적으로 국어수업에서 그림 그리기가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건 두 가지 경우다.  1. 소설에서(가끔은 시) 소설속 공간이나 주인공의 행동 경로를 직접 그려보면작품이 훨씬 생동감 있게 다가올 때다.  2. 두 번째는 소설 속 인물들의 성격을 그림을 통해 구체화할 때다.  그림만 그려도 작품이 확 와닿을 때, 그때만 그린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고 10분 정도 시간을 주고 스케치할 때가 많다.  아래는 소설 '꿩' 수업에서 학생들이 소설을 토대로 주인공 용이가 학교 가는 길을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걸 직접 그려보면, 무거운 짐을 메고 산허리를 세 바퀴나 돌아학교에 가는 용이 심정이 잘 느껴지고, 등굣길이 최소 1시간 이상임을 짐작.. 2024. 4. 26.
수업 팁 _ 시 수업의 시작은 3월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가 모르겠네.시 수업이 막바지를 향해 간다. 올해는 3차시라 여유가 없는 게 단점.이제 '별 헤는 밤' 한 작품을 남겨놓고 있는데, 중간고사 범위는 공지되었고 아무래도 보강해야 할 판... 시는 예술이고 우리의 감정, 정서를 촉발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마음을 살며시 움직여 무뎌진 일상에서 놓치기 일쑤였던삶과 세상에 대한 섬세한 감정선을 되찾게 하려고.. 감성을 회복하는 순간 새로운 시각과 지평이 다가온다. 그래서 시는, 문학은, 인간을 회복시키고 치유한다. 시 수업의 시작은 언제나 낭송이다. 느낌이 찾아올 때까지 충분히 낭송해야 한다. 적어도 대여섯 번, 충분히 다같이 낭송한 뒤에 시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데서 감상을 시작한다. '감정 어휘'에서 자신의 느낌을 대.. 2024. 4. 7.
비유 연습.. 국어 과목이란 올해는 비유 연습에서 제시어를 “국어 과목”으로 시작했다. 기특한 답을 모아본다. 물론 힘들고 피곤하다는 답도 간혹 있었으나.. 스맛폰과 소셜미디어, 온갖 자극적인 공세에 맞서려면 이 정도 세뇌는 필요하다 ㅎㅎ 2024. 3. 28.
수업 공개 _ 참관록을 받아보다 학기마다 의무적으로 하는 수업 공개...  어쩌다보니 1번으로 했다. 내용 알림 오자마자 신청하니까.3월에 정신 없어도, 정신 없이 해치우는 게 더 낫더라. 6월 되면 아이들도 뻗고 나도 기운 빠지고...조금이라도 쌩쌩할 때 끝내는 게 낫더라. 아무 단원이나... 윤동주를 하고 싶었으나 날짜가 '포근한 봄' 공부할 때라 그냥 했다.수석교사가 한 시간 내내 참관했는데... (사실 20년 이상 경력교사 참관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지만...)아무튼 참관록을 직접 써서 보내주셨다. 이렇게 문서로 받아보기도 처음... “제가 생각하는 정말로 행복한 국어수업이었습니다.”낭송을 다같이 두 번, 희망자 시켜서 두 번 했는데아이들이 다같이 입 맞춰 고운 소리로 힘차게시를 읽기만 해도 감동을 주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2024. 3. 27.
즉흥시 쓰기 ㅋㅋㅋ 나라에서 교육에 관해 손 대는 건 팔 할이 헛짓이다. 올 3월만 해도 진단평가 다 쳐놓고, 다시 태블릿으로 맞춤형 진단평가 친다고 이틀이나 진도를 못 나갔다. 디지털이라고 다 좋은가. 애들도 태블릿으로 보는 시험, 손가락으로 확대해야 하고 스마트하지 않다고 종이 시험이 훨 낫다고 하는데... 뭐 해당 업체 돈 벌어주려고 벌이는 일이지. 그런 게 한두 개인가. 암튼 길어봤자 20분이면 다 치는 시험이라 시간은 남아돌고... 아이들이 연습지에 낙서하고 있길래, 차라리 시를 쓰라고 했다. 제목은 국어선생님. ㅋㅋㅋ 한 녀석이 정성들여 쓰더니 종이를 내민다. 바로 아래 첫 번째로 나오는 시... 내 평가는... "합격!" ㅋㅋㅋ 80년대 감성이라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음 반에 들어가서는 더 필 받아서 5~10.. 2024. 3. 24.
K중에서 보낸 마지막 며칠... 사진말 수업 수업 시수가 늘고 10개 반을 다 들어가다보니 평소보다 훨 정신없었던,, 그래서 거의 기록을 못했던 2023년... 어디서부터 기록할까 하다가 일단 2월 개학 이야기부터 하자. 공무상 요양으로 반 년만에 만난 아이들과 단 며칠 뭘 할까 하다가 진짜 오랜만에 '사진말'을 했다. 이건 진짜 내가 이십여 년 전 신규교사 때부터 했던 활동인데 거의 십오 년만에 해보는 활동. 작년과 올해, 내 감정 및 생각과 닮은 사진을 골라서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 한 차시 더 있는 반은 마담도라 카드에서 새해를 위한 조언을 찾는 활동을 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2학년 3반… 우리 반은 아니지만 1학년 때 울반 부반장 및 모범생들이 포진해 있어서 2학년 10개 반 중 가장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반이었다. (물론 머리 쥐어뜯.. 2024. 3. 24.
“경험한 일 말하기” 수업 국어과에서 진행하는 수행평가는 주로 독서, 쓰기, 말하기다. 최근엔 문학 관련 구술평가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교육적 효과도 높은 수행평가는 중1 성취수준과 관련된 “경험한 일 말하기"다. 작품과 관련된 말하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 있게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의 활동으로도 말하기를 집중해서 배울 수 있다. 1학년은 PPT나 참고자료 없이 그냥 말하기가 가장 좋다. 원고를 외우고 청중을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기 이야기를 풀어갈 때 말하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힘이 커진다. (매체를 활용한 말하기는 중2 성취기준에 있어서 1학년은 그냥 순수하게 말하기 그 자체로 진행하는 편이 좋다.) 또 학생들의 온갖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다.. 2023. 9. 20.
부석사 무량수전 3D 입체퍼즐 올해 오랜만에 최순우 선생이 쓴 글, 수업을 했다. 교과서 외 작품인데, 우리 문화재에 대한 시야를 넓혀줄 만한 다른 글이 없어서 참고작품으로 선택한 것. 수업 내용은 예전과 별반 다름이 없으나 올해 새로 활동한 것은 수업 다 끝내고 3D 입체퍼즐을 조립한 것. 학생들이 많이 좋아했다.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인데 예산이 부족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주지는 못하고 한 반에 3명씩 가위바위보로 뽑아서. 서로 하겠다고 경쟁 치열. 중학생들은 무언가 손으로 만져보는 경험도 좋은 것 같다. 수업을 하실 분들은 활용하면 좋겠다. 2023. 5. 31.
수업 팁 _ 깔끔한 대단원 마무리 퀴즈 보통 중학교 국어수업에서 교과서 기준으로한 단원이 다 끝나는 데는 한 달쯤 걸린다. 그 대단원 안에서 몇 개의 소단원을 진행하면서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게 되고... 그렇게 한 단원이 끝났을 때 대단원 전체를복습하면서 한 시간 정도로 가볍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난 항상 단어 시험을 친다. 그 단원에 나오는 단어 전체를 묻는 시험인데바탕글에 나오는 어휘 뿐 아니라 수업 시간에 다룬 어휘 전체를 묻는다.작가 이름, 작가가 살았던 지역 이름, 소설 주인공 이름 등사람 이름, 지역 이름도 어휘력이므로 그렇게 우리가 한 달 간 다룬 모든 이름들을 묻는 시험이다.그래서 문제가 보통 50개 이상.학생들도 퀴즈처럼 즐겁게 친다. 못 친다고 해서 어떤 제재가 주어지는 게 아니므로가볍게 학습을 점검하는.. 2023. 4. 21.
2022-2학기 정리, 인기 작품 통계 쌓아둔 작년 자료를 이제 정리한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한 작품/활동 통계 내고 활동지는 버리기 전에 사진 몇 컷~ 작년 2학기에 진행한 작품/활동 11가지 중에서 인기 있는 것 통계를 내보았다. 1. 영상 만들기(41표) --- 압도적 1등, 장기간 진행한 활동이라 아이들 기억에 많이 남은 듯하다. 2. 우리 동네 시지 & 대구 탐방(29표), 청포도(29표), 오늘이(28표) --- 지역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게 신선했던 듯하고, 문학은 '청포도'와 '오늘이'가 가장 인기 있었다. 3. 창작시 쓰기(21표) --- 학생들이 시 쓰는 거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선전함 4. 꽃들에게 희망을(19표), 경험한 일 말하기(19표) --- '꽃들에게 희망을'은 2차시로 짧게 했는데도 작품이 힘이 있어 선택.. 2023. 3. 25.
올해 국어수업 방향 4가지 2022년 2학기 수업 내용 정리는 넘 밀려서 2월에 차차 하기로 하고 2023 새로운 수업 방향부터 생각났을 때 대강 메모해두기로 하자. 1. 쓰기에서 말하기 중심으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다 깊게 다루기엔 국어 시간이 벅차다. 읽기가 가장 기둥인 건 변함 없고 그것을 중심으로 나는 그간 글쓰기에 좀 집중해 온 편.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에 넘 큰 혜택이므로. 십여 년 이상 글쓰기에 좀 더 마음을 썼는데, 일 년에 몇 차례 쓴다고 학생들의 글이 썩 좋아지지는 않고, 일단 변화를 체감하기엔 시수가 부족하다. 그래서 글쓰기는 기본만 가르치고, 올해부터는 말하기, 스피치에 집중할 생각. 우리가 하루 동안 살면서 쓰기보다는 말하기를 더 많이 하므로. 말이 바뀌면 삶이 바뀌는 걸 좀 직접적으.. 2023. 1. 6.
시의적절한 예시, 고유어와 외래어 나는 절대 수업시간에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국어교사의 입장에서 오직 그 사람의 '언어'만 비판할 뿐. 대통령의 '말'이 이게 뭐냐... 작년 연말, 고유어/한자어/외래어 수업할 때 다루었던 예시. "'적극적으로 뛰자, 열정적으로 뛰자' 하면 될 것을 왜 '어그레시브하게 뛰자'라고 말할까?" 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대답. "아는 거 없는데 잘난 체 할려고요." 빙고! 2023. 1. 6.
나는 내가 좋다 1학기말, 교과서 다 끝내고나서 한 활동인데, 이제야 올린다. 2학기 시작되고 8, 9, 10 세 달 내내 넘 바빴기 때문이다. 우리 반 폭탄 땜에. 이분이 끊임없이 자잘한 사고를 쳐서 수업에 집중을 못했다. 그래서 기록도 한동안 손놓고 있었다. 교육부는 알아야 한다. 수업은 대화의 장이고 그 대화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려면 정신을 많이 써야 한다고. 무슨 질문을 어떻게 하고 나온 답변들을 어떻게 종합해가고 다 머리를 무척 많이 쓰는 일인데, 사건사고에 시달리다보면 거기 쓸 에너지가 없다고. 학습은 아이들이 대화의 장에 참여할 때 일어나는 것이지 교사가 집어넣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좋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교사의 할 일이고 수준 높은 대화가 이루어지게 하려면 정말 많은 에너지가 드는데 솔직히 2학.. 2022. 11. 3.
2022-2학기 커리큘럼 2020년 버전과 거의 동일. 2단원에서 '어린 왕자' 읽기만 추가했다. 1단원 주제는 '세상을 읽다' : 를 익히면서 우리 고장 탐구, 2단원 주제는 '사람을 읽다' : 과 에 초점을 두어 작품 탐구, 3단원은 문법, 우리말 탐구. 요렇게 세 가지를 집중 공부한다. 2022.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