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왜 혁명은 불가능한가 / 한병철] __ 디지털 봉건사회
20세기와는 아주 많이 다른, 디지털 사회와 자본주의가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새로운 삶의 양태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개념에는 무엇이 있을까. 철학자 한병철만큼 이 방면에 깊은 이해를 지닌 저자는 잘 없는 것 같다. 자기 착취, 성과 좀비, 투명사회, 긍정사회, 데이터 전체주의, 전시 가치, 포르노, 나르시시즘, 우울과 자해.... 등의 개념들을 경유하면서 우리는 우리 삶이 총체적으로 상업화되었음을 직시하게 된다. 요즘 칭송 받는 공유 경제(에어비앤비 등)는 우리를 자본으로부터 해방하기는커녕 손님에 대한 환대까지 경제화하고, 이렇게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상품으로 판매할 때 자본주의는 더이상 그것에 맞설 적수가 없이 완성되었다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저자는 중세 봉건체제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페이..
2024. 6. 6.
[고통 없는 사회 / 한병철] __ 우리 앞에 도래한 '좋아요'의 사회
십여 년 전부터 저자의 책을 꾸준히 보고 있다. 투명사회, 시간의 향기, 피로사회, 에로스의 종말, 심리정치, 타자의 추방, 권력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의 구원 등... 100여 쪽 남짓한 얇은 책이지만 다양한 철학적 개념이 촘촘히 박혀 있고,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게 잘 읽힌다. 그 안에 담긴 사유의 깊이도 남다르다. 이분의 관심사는 모두 '현대인' 우리 자신의 현 모습과 우리 자신이 처한 생태계이다. 동일한 문제의식을 조금씩 다른 측면에서 조명하는 책들을 썼다. 철학적 개념을 반복적으로 동원하여 세상을 거울처럼 명료하게 보여준다. 철학자의 글이 왜 가치있는가를 보여주는 시리즈. 최근 출판된 것은 못 읽었는데, '고통 없는 사회'에서 읽기를 시작한다. 리추얼의 종말, 서사의 위기, 폭력의 위상학..
2023.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