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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85

왜 나는 사소한 일에 화를 낼까/ 가토 다이조 뉴스의 사건 사고를 봐도 그렇고, 요즘 학교 아이들을 봐도 그렇고, 작은 일에 욱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학교에서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에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크게 화를 내고 가방을 집어던지고 욕을 퍼붓는 아이들을 보며 대체 이게 어디서 비롯된 현상인지 난감할 때가 많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은 모르겠으나 결론은 분명했다. 날마다 아이들의 '화'를 목격하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 사람들이 마음이 병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깊이. ## 유아가 양육자에게 보이는 애정 욕구의 가장 큰 특징은 배타적이라는 점이다. 즉 '나만 사랑해달라'는 뜻이다. 그리고 배타적인 관계가 가능하려면 양육자와 아이 사이에 두 사람만의 비밀 세계가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신경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세계가 없다. .. 2018. 12. 30.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최진석 대선 끝나고 내게 개새끼가 된 학자. 지우려다 내 독서 기록이라 놔둔다. 철학자는 혁명가고 문명의 깃발이라면서 본인은 어디 가 계심? ## 치욕을 당하고도 복수를 생각하지 않거나 시도하지 않는 개인이나 민족이 있다면 아마도 온전한 정신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 복수의 결기도 없이 무조건적인 화해나 평화를 들먹인다면, 이는 나약함의 표시일 뿐입니다. 복수는 극복이고 자기 회복의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복수의 결기가 없는 민족은 피해를 가한 상대를 저주하거나 증오하는 것으로만 세월을 보냅니다. 이러다 보면, 가해자의 장점을 배워서 일단 자신의 힘을 기르려는 노력이나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시작되지 못합니다. 반면에 살아있는 민족은 저주나 원망에만 머무르지 않고 패배의 근원을 탐색.. 2018. 12. 3.
경계에 흐르다 | 최진석 ㅡ 고전은 자기 자신으로 산 사람들이 남긴 결과물 대선 끝나고 내게 개새끼가 된 학자. 지우려다 내 독서 기록이라 놔둔다. ##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하나의 의미로 고정되어 있다면 이미 무늬도 아니다. 예술가의 고뇌는 여기서 시작된다. 즉 '이 무늬'에서 '저 무늬'로 이동하는 인간(문명)을 포착하다가 '이곳'에 있는 자신이 '저곳'을 봐 버린 것이다. 이곳과 저곳 사이에 걸쳐져 있는 자신은 분열을 겪는다. 저곳으로 건너가기 위해 이곳에 저항하는 모습이다. 익숙한 '이곳'에 대한 배반이며 변신이다. 혁명가와 예술가가 중첩되는 지점이다. (...) 예술가여! 예술의 정신은 '먼저 보는 일'에 있음을 기억하자. 먼저 보는 일은 익숙한 자신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한다. 저항의 힘을 잃고, 저항했던 기억의 지배를 받는다면 당신은 이제 예.. 2018. 12. 2.
인간이 그리는 무늬 | 최진석 ㅡ 인문학은 지식이 아니라 활동이다 대선 끝나고 내게 개새끼가 된 학자. 지우려다 내 독서 기록이라 놔둔다. ## 한편, '문文'이라는 글자를 봅시다. '문'은 원래 무늬라는 뜻입니다. 우리 옷에 무늬가 그려져 있지요. 그것을 '문', 즉 문양이라고 합니다. 무늬는 누가 그립니까? 인간이 그려요. 그럼 '인문人文'은 뭐냐?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말입니다. 인간은 그냥 들쑥날쑥 사는 게 아니에요. 하나의 큰 무늬, 커다란 결 위에서 사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전부 다르고 개성이 있지만 이 다른 개성 모두 다 한 결, 한 무늬 속에서 움직이는 다름일 뿐이에요. pp58 ## 데카르트 이전 사람들에게 인간이 존재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었어요? 신에게 있었지요. 인간이 왜 존재하는가? 신에 의해 존재했던 거예요. 하지만 데카르트의 생각은 달랐죠.. 2018. 12. 1.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 세상이 크다는 사실이 구원이 된다. 절망은 사람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우울함은 말 그대로 푹 꺼진 웅덩이다. 자아를 깊이 파고들어 가는 일, 그렇게 땅 밑으로 들어가는 일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 자신만의 이야기나 문제를 가슴에 꼭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는 탁 트인 곳으로,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도 필요하다.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가끔은 밖으로 혹은 경계 너머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풍경 안으로 들어온 광활함, 이야기로부터 당신을 끄집어내는 광활함이다. 나는 종종 오션비치에 가곤 했다. 도시 끝자락의 출렁이는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그 긴 모.. 2018. 11. 6.
신화의 힘/ 조셉 캠벨, 빌 모이어스 대담 ## 캠벨/ 왜냐, 인간을 진실하게 그려내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이 지닌 불완전함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인간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합니다. 세상을 떠날 즈음의 석가가 어떠했습니까? 석가의 모습은 우리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불완전한 모습이었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은 작가가 진실한 언어의 창을 던지면 상처를 입고 맙니다. 그러나 그 창은 사랑의 창입니다. 이것이 토마스 만의 이른바 '에로틱 아이러니'라는 것입니다. 잔혹하고 분석적인 언어를 통해 자기 손으로 죽이고 있는 대상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이지요. 모이어스/ 저도 그 이미지를 소중히 여깁니다.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떠나서 돌아오지 못하게 될 경우에도 끈질기게 지니게 되는 어떤 곳에 대한 사랑, 고향에 대한 사랑의 이미지요. 사람이 .. 2018. 10. 30.
어린왕자,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 김서영 외 ㅡ 정신분석학으로 들여다본 '어린왕자' 저자가 수업시간에 대학생들과 함께 작업한 내용을 엮었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어린왕자를 분석한 책. 학생들의 독창적 해석에 감탄하며 읽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을 남겨둔다. ## 김은빈 "어느 날 난 마흔네 번이나 해넘이를 보았어!" 이 구절을 우연처럼 마주한 순간, 제일 먼저 이렇게 생각했어요. 나라면 마흔네 번이나 해넘이를 보지는 않았을 거라고요. 아뇨, 볼 수 없었겠죠. 어린 왕자는 슬플 때 해넘이를 보며 자신의 슬픔을 곱씹어요. 그것도 마흔네 번이나요. 누구에게나 자신의 슬픔을 마주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에요. 숨기고 싶은 부분이죠. 그런 감정이 다소 부끄럽기도 하고, 또 초라해 보이기도 하며, 두렵기까지 하죠. 어떤 생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미성숙한 감정인 것처럼 생각되잖아요. 자신의 그림.. 2018. 10. 20.
프로이트의 편지 | 김서영 ㅡ 프로이트 심리학 전반에 대한 가장 쉽고 친절한 해설서 프로이트의 "동일시 이론"을 중심으로 프로이트가 말한 자아 이론(이드, 에고, 초자아)을 설명하는 책. "동일시"가 한 인간의 자아 형성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점을 보여줄 뿐 아니라, 프로이트 심리학 전반에 대한 가장 쉽고 친절한 해설서가 되어준다. 아울러 프로이트가 융 및 라캉과 연결되는 지점도 확인할 수 있다. 정말 좋은 책. ## 정신분석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좋은 동일시를 선물하는 것이다. 이는 쉽지 않은 과제인데, 그 이유는 사람과 사람을 연대하게 만드는 에로스와 함께, 남을 밀어내고 배척하고 이용하고 파괴하려는 타나토스적 공격 충동이 인간 내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공격 충동을 억제하고 에로스를 확장시킬 수 있을까? 이 고민은 전쟁 재발 방지에 대한 프로이트의 논의.. 2018. 9. 9.
내 무의식의 방/ 김서영 아주 오래 전 반복되는 꿈을 많이 꾸어서 꿈 분석을 시도한 적이 있다. 자고 일어나서 꿈을 기록한 후에 꿈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작업인데 몇 번 하다가 말았다. 이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어서 해석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고혜경 교수가 쓴 분석심리학에 대한 안내서를 보고 다시금 융에 관심이 생겨 꿈 분석을 검색하던 중 김서영 교수의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여러 내담자의 꿈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십여 년에 걸친 저자 자신의 꿈을 분석한 책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그간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간단히 설명하고 자신의 삶의 고비에 꿈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진솔하게 풀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해 질문하는 법, 꿈이 현실의 어떤 문제를 반영하.. 2018. 9. 7.
티벳 사자의 서 | 파드마 삼바바 — 가장 높은 차원의 심리학 파드마 삼바바가 말하는 죽은 자가 거치는 세 과정, 치카이 바르도, 초에니 바르도, 시다프 바르도의 이야기가 마냥 허무맹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종교 경전을 읽는 것 같은 진지하고 경건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티벳 사람들에게 사자의 서(바르도 퇴돌)은 경전이다. 정신세계사에서 발간한 '티벳 사자의 서'는 사자의 서 뿐 아니라 칼 융의 해설과 사자의 서를 맨 처음 서양에 알린 에반스 웬츠의 해설을 담고 있어 유익했다. 아래 내용은 칼 융의 해설에서 발췌한 부분이다. ## 이 책에서는 사자에게 나타나는 분노의 신들뿐만 아니라 평화의 신들조차 인간 정신의 투영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지성을 가진 현대인이라면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도 그것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2018. 9. 3.
꿈에게 길을 묻다/ 고혜경 ## 여러분이 겪은 5.18은 뼈아픈 역사적 사건입니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함으로써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이미 그런 활동을 활발히 해오셨고요. 이런 작업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기에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 일과 더불어서 여러분 각자가 자신을 위해 해야 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내 삶이 담보 잡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건은 한 세기가 지나야 진실이 밝혀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영구히 미제로 남아 진실이 묻혀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줍니다. 정의가 실현되는 날까지 일상의 나날이나 세월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해.. 2018. 9. 2.
나의 꿈 사용법/ 고혜경 ## 아메리카 인디언 원주민들은 꿈을 '조상들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광주민주화항쟁 희생자 분들과 꿈 작업을 하기 전에 나는 이 층위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광주에서 이분들의 집단 트라우마를 함께 나누는 동안 내 개인의 가족사, 즉 증조 할아버지, 고조 할아버지 때 집안에서 일어난 일을 꿈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꿈은 조상에 관한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한국 근대사는 상처로 점철되어 있다. 식민지를 겪었고 전쟁을 치렀고 분단의 비극에 더해 이념 투쟁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독재의 상흔에다 악명 높은 성 불평등까지, 고도 성장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다. 흥미롭게도 전쟁을 겪은 사람들에게만 등장하는 꿈을 전후에 태어난 우리 세대가 꾸는 것을 목격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추적해보면.. 2018. 8. 31.
치유의 인문학 / 인문학자 10인 '치유'를 화두로 진중권, 서경식, 박노자, 박상훈, 조국, 고혜경, 정희진, 이강서, 황대권, 문요한 10인의 인문학자들의 강연을 모은 책이다. 철학자, 사회학자, 여성학자, 법학자, 역사가, 꿈분석가, 농부, 정신과 전문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과 문제를 그들 전공의 관점에서 분석한 '엑기스'를 강연투의 입말로 쉽게 정리한 책이어서 모든 장이 재미가 있었다. 특히 정희진의 글은 한 구절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우리가 얼마나 통념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하나가 전체적 스토리여서 여기서 발췌는 하지 않았지만, 고혜경의 세월호와 꿈 이야기도 신선한 감동이 있었다. ## 힐링과 멘토링이 넘쳐나는 것은 일면 우리 사회가 굉장히 병들어 있다는 징후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문.. 2018. 8. 29.
거짓의 사람들 / 스캇 펙 이명박 같은 성격 유형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 ## 자신을 미워할 줄 모르는 것, 자신을 거스르지 못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악하다고 부르는 책임 전가 행위의 뿌리요 핵심적인 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런 모습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나는가? 양심 기능이 모자라서 그러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재소자 또는 일반 사람들 중에는 양심이나 초자아가 심하게 결손된 사람들이 있긴 하다. 정신과 의사들은 그들을 정신병 환자 또는 반사회적 이상 성격자라고 부른다. 그들에겐 죄책감이 없다. 죄를 지을 뿐만 아니라 무분별하게 닥치는 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그들의 특징이다. (.....) 내가 악하다고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경우와는 다르다. 그들에겐 자신의 자아상을 완전하게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꽉.. 2018. 3. 27.
나는 누구인가 / 강신주 외 __ 삶의 궁극적 동력은 나를 표현하는 것 ## 가끔 중고등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감옥 같은 곳에서 하루 열 몇 시간씩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면 전부 다 좋은 대학 가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라고 말합니다. 그 액수도 어마어마해서 몇 억도 아니고 몇 십 억, 몇 백 억을 벌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욕망과 능력을 연결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유도 없습니다. 과정도 없이 그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욕망과 능력에 간극이 생길 때 우리 몸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모든 질병과 번뇌의 원천이 됩니다. 뇌의 능력과 욕망이 한 계단, 한 계단 함께 올라가야 하는데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저 꼭대기에 있는 커다.. 2018.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