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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85

라캉, 끝나지 않은 혁명 / 알랭 바디우,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 라캉을 좀 읽고 싶은데, 바로 읽었다가는 헤맬 것 같아서 감을 좀 잡기 위해 선택한 책. 배경지식이 없어 논의를 깊이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대담집이라서 쉽게 읽힌다. 대담자는 두 명인데 알랭 바디우야 워낙 유명한 철학자라 말할 필요 없고, 루디네스코는 라캉의 제자로 라캉의 전기문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이들은 라캉의 강의를 직접 듣고 배운 세대로서 68혁명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라캉을 만나고 사유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라캉이 정신분석과 철학을 동시에 전복시켰다고 보고 있다. 정신분석이 의학과 심리학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라캉은 정신분석을 철학적 담론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우연한 세계에 던져진 인간이 운명적인 결단에 의해 주체성을 획득한다는 사르트르와 메를로 퐁티의 현.. 2017. 8. 7.
타자의 추방/ 한병철 ## 절망감과 전망의 부재가 결합된 사회적 불안은 테러리즘 세력을 키우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낸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이 외견상으로만 서로 대립되는 파괴적 요소들을 직접적으로 배양한다.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자는 실제로는 적이 아니라 형제다. 양자는 동일한 발생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돈은 정체성을 매개해주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정체성을 대체할 수는 있다. 돈은 적어도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 안전하고 평안하다는 느낌을 줄 수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돈조차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정체성도, 안전도 없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상상적인 것으로, 예컨대 신속하게 정체성을 제공해주는 국수주의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적을 발명해낸다. 그 한 예가 이슬람이다. 이.. 2017. 8. 1.
<무의식의 신> - 빅터 프랭클 ## 본능적인 것과 영적인 것은 둘 다 무의식적이지만 영적인 것은 무의식적일 수도 있고 의식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어떻게 이 두 영역을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p30 우리는 실존을 본질상 영적인 것으로 정의하는 반면, 사실성은 신체적이며 심리적인 사실들, 곧 생리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사실들을 포함하는 어떤 것으로 정의하겠다. 그리고 실존과 사실성 사이의 경계선, 곧 생리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사실들을 포함하는 어떤 것으로 정의하겠다. 그리고 실존과 사실성 사이의 경계선, 곧 존재론적 경계선은 가능한 한 명확하게 그어져야 하는 반면, 신체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 사이의 경계선은 사실성의 영역 안에서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다. p31 ## '무의식의 신'은 인간 안에서 .. 2017. 4. 2.
<열린 예술 작품> - 움베르토 에코 ## 여기서는 아인슈타인의 체계 안에 함축되어 있는 형이상학 구조의 과학적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우주와 진행 중인 작품의 우주 간에는 엄청난 유사성이 존재한다. 아인슈타인의 형이상학을 통해 검증 불가능한 가설 속에 삽입되어버린 스피노자의 신은 예술 작품을 위해서는 유력한 현실이 되며, 창조자의 창작의 동력이 된다. 작품이 열려 있음으로써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여러 기능성은 항상 특정한 관계의 장에서 작동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에서처럼 '진행 중인 작품'에서도 미리 설정된 단 하나의 관점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내적인 관계가 완전한 무질서 상태에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히 이러한 관계를 규정하는 조직화의 원리가 있다. 따라서 요약하자면 '진행 중인 작품'은 .. 2017. 3. 25.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 버트런드 러셀 이 책에서 3부 종교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러셀이 자신이 왜 기독교인이 아니며 불가지론자인지를 설명하는 내용으로서 여태 내가 읽은 무신론(혹은 불가지론) 중에서 가장 쉽고 지성적이며 논리가 분명한 글이었다. 읽으면서 거의 설득될 뻔했다. ------ 목적론적 주장을 들여다보게 되면, 사람들이 이 세계를 전지전능한 존재가 몇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낼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라고 믿는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습니다. 이 세계에 그 모든 것들이 있음에도, 이 세계에 그 모든 결점들이 있음에도 말입니다. 정말로 저는 그렇게 믿을 수 없습니다. 만일 여러분만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전지즌능함과 몇백만 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고작 KKK단이나 파시스트들 정도밖에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더 나아가.. 2017. 3. 12.
<에티카> - 스피노자 찬찬히 다시 읽기 전에 이 비범한 문장을 옮겨둔다. ## 덕은 자기 고유의 본성의 법칙에 따라서 작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누구나 자기 고유의 본성의 법칙에 따라서만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고 노력하므로 이로부터 첫째로, 덕의 기초는 자기 고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노력 자체이며, 행복은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보존할 수 있는 것에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둘째로, 덕은 그 자체를 위해서 추구되어야 하며, 덕보다 더 가치 있는 것, 또는 우리에게 덕보다 더 유익한 것, 그것을 위하여 덕이 추구되어야 하는 그런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마지막 셋째로, 자살하는 사람들은 무력한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의 본성과 반대되는 외적 원인들에 의해 완전히 정복되는 사람들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 2016. 3. 29.
<뇌를 단련하다> - 다치바나 다카시 스무 살 도쿄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록. 학문의 세계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을 지에 대한 쉽고 훌륭한 개괄서라 볼 수 있다. '자기 계발'이 초점이 아니라 '리버럴 아트'의 드넓은 세계를 보여주면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지적 자극'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다른 책과 구별이 된다. 저자는 일본 사회의 취약함으로 개인이 확립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와 비슷하리라. 저자가 그 이유를 '실존주의적 사고'의 부재로 보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동양 세계에서 개인주의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이유로는 유럽과 다른 종류의 근대화를 겪었기 때문이겠지만, 특히 한 세대가 실존주의 철학의 거대한 흐름을 경험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리적인 구조로 보면 인간은 서로 다 비슷하지만, 멘탈에.. 2015. 12. 14.
<자기와 자기실현> - 이부영 융의 분석심리학을 이처럼 쉬고 편안한 한국말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평생을 융을 공부해온 저자의 관록이 문체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융은 '자아'와 '자기'를 구분한다. 자아(ego)가 의식의 중심이라면 자기(self)는 의식와 무의식을 모두 포함한 전체정신의 중심이다. 융에 따르면 무의식의 의식화를 통해서 우리는 전체정신인 자기에게 조금씩 접근할 수 있다. 흔히 우리는 자아의 역할을 바깥 세계와 관계를 맺고 적응하는 것에 한정하지만 융은 무의식의 내면 세계를 살펴서 이와 관계 맺는 일 또한 자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외부 세계에 적응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사회적 역할'이 바로 페르소나이다. 청소년기에는 페르소나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35세경에 이르면 이 페르소.. 2014. 5. 13.
<사랑에 관한 연구>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사랑에 관한 노래나 드라마는 많지만 그것을 인문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에리히 프롬의 일 것이다. 프롬은 이 책에서 사랑이 대상만 주어지면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감정이 아님을 강조하고 사랑을 의지와 능력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인간에게 있어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고 있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이 책은 사랑을 드물고 귀한 현상이라고 간주하는 점에서는 프롬과 같은 지점에 있지만, 다른 여타의 인간 활동과 구분되는 사랑이라는 현상 그 자체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점에서 프롬이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잘 조명해준다. 그는 '사랑'을 우리가 흔히 쓰는 일반적인 용법의 '사랑들'과 구분함은 물론, 사랑을 사랑으로부.. 2013. 10. 23.
<내 안에 접힌 날개> - 리처드 로어, 안드레아스 에베르트 에니어그램에 관한 책은 대학 시절에도 본 적이 있는데 당시엔 별로 와닿지 않았다. 내게 딱 맞는 항목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람을 유형별로 구분하는 것이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았고, 그것이 인간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또한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들른 바오로딸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에 눈길이 갔다. 서문을 읽는데 저자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에니어그램은 중년 이후의 과제라는 것이다. 인생의 전반기 30년 정도는 세상으로 뻗어나가면서 '경험적 자아'를 발달시키는 시기이기에 내적 작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 시기는 타고난 본성을 발현하면서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이지, 그 형성된 성격 구조의 빛과 그림자를 통찰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에니어그램은 우리 인격을 지배하는 힘을 9가지 유형.. 2013. 10. 20.
<게으름에 대한 찬양> - 버트런드 러셀 (발췌) 과거에는 여가를 즐기는 계층은 소수였고 일하는 계층은 다수였다. 유한 계층이 누리는 편의는 사회 정의란 측면에서 볼 때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그 결과 유한 계층은 압제적으로 되어갔고 자기들만의 공감대 내로 좁혀지고, 특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들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같은 점들도 이 계층의 우수성을 상당히 위축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이 계층은 이른바 문명이란 것을 담당하는 공헌을 했다. 예술을 발전시키고 과학적 발견들을 이루었다. 책을 쓰고, 철학을 탄생시키고, 사회적 관계들을 세련시켰다. 억압받는 자들의 해방 운동조차도 흔히 위로부터 일어난 것이었다. 유한 계층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결코 야만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의무를 지우지 않은 채 유한 계층.. 2013. 7. 23.
<강신주의 맨 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 강신주, 지승호 장장 600페이지에 이르는 인터뷰집. 인터뷰어는 지승호고 인터뷰이는 강신주다.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이 두 남자의 지적이고 솔직하며 매력적인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각론에서는 내가 동의하지 않는 내용도 있지만, '인문 정신'의 정수를 이처럼 현장감 있고, 설득력 있는 문체로 보여주는 책은 드물 거라 생각한다. 동서양의 다양한 철학자들을 다루지만, 그 철학의 정수를 한국 사회라는 텍스트와 나란히 들여다보고 있기에 우리 시대와 우리들 각자의 삶을 인문적 관점에서 어떻게 읽을 수 있는 지에 대한 훌륭한 안목을 제공한다. "천 년 전에도 없었고 천 년 뒤에도 없을 고유 명사"로서, 한 개인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이처럼 뜨거운 한국말로 표현해낸 책을 당분.. 2013. 7. 7.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 매튜 스튜어트 철학을 한다는 것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바로 17세기 유럽인데요. 이 책은 그 17세기를 대표하는 두 명의 철학자,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삶과 사상을 나란히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600페이지를 단숨에 읽게 될 만큼 저자는 이 두 명의 삶을 매혹적으로 대비시키면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상반되는 삶을 통해 한 시대의 총체적인 그림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답니다. 마흔 넷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스피노자는 매우 일찍이 높은 수준의 자기 인식에 도달했던 철학자입니다. 아마 그가 이른 나이에 유태인 공동체에서 파문당하면서 그는 자신의 삶과 철학의 운명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당시 유럽에서 유일하게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었던 네덜란드에 정착합니다. 안경 세공 기술을 익혀 .. 2013. 6. 15.
인간과 상징 - 카를 구스타프 융 기회 되면 융 전집을 한번 읽어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이 책을 먼저 골랐다. 융이 일반 대중을 위해 쓴 단 한 권의 책이며 죽기 전 마지막으로 집필한 책이다. 융과 그의 제자들이 한 꼭지씩 맡아서 저술했다. 이윤기씨가 번역했는데 번역도 매끄럽고, 내용도 어렵지 않다. 좋은 책이다. 융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떤 책을 읽어도 마음에 남아 있는 약간의 허전함 때문이었다. 정치/사회학은 기본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역동적 관계에 주목한다. 사회가 개인을 규정하는 방식이나 반대로 개인이 사회에 영향을 주는 방식에 관한. 철학은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다루지만 논리로 사유하는 것이며 문학은 인간의 마음과 감정과 운명을 다루지만 그 지평이 시대와 역사를 넘지 않는다. 융 심리학은 논리와 과학으로는 다 보여줄 수.. 2011. 9. 2.
이반 일리히, 소박한 자율의 삶 / 박홍규 박홍규 선생의 , , 등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책을 샀다. 우리 나라엔 괜찮은 2차 텍스트가 많지 않다. 앞다투어 외국 학문을 수입하지만 원전을 쉽게 풀이한 책들은 많지 않다. 자신의 전공에 진정으로 애정을 갖고 있는 학자들이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평전이라기보다는 일리히의 평생에 걸친 사상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 책이다. 를 읽다가 어려워서 접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그의 산업주의 비판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대강의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일리히는 그 뿌리가 교회의 제도화에 있다고 보았다. 소박한 예수의 가르침이 제도화된 교회로 옮겨지면서 개인의 내면을 제도가 지배하는 '타율'의 사회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가톨릭 신부였던 일리히는 교회 내 적대자들에 .. 2011.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