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해외여행 기록/유럽, 중동14

두바이공항 환승 아프리카에 갈 땐 항상 카타르항공을 이용했는데 이번엔 아랍에미레이트가 더 싸서 이걸로. 경유 대기 시간이 5시간이라 그게 좀 긴 편인데 귀국길에 두바이 여행도 며칠 할 겸해서 에미레이트를 이용하게 됐다. 한밤중에 인천공항을 이륙할 때 뜬금없이 울컥했다. 점점 작아지며 시야에서 사라지는 인천공항을 보며, 이게 내 조국이구나, 나의 생의 터전이구나 했다. 예고 없이 갑자기 애국심 뿜뿜해서 나도 당황~~ 해하다가 실은 당연한 반응이다 싶었다. 내가 발 딛고 살어가는 땅이 얼마나 소중한가. 뒤따라오는 생각. 이렇게 아름답고 건실한 곳이 내 조국이구나 했다. 물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뭐 아수라장이지만 이 세상에 문제 없는 곳이 이디 있으랴. 비행기에서 수면제 한 알 먹고 잤더니 확실히 피곤이 덜하다. 장기간 비행.. 2024. 1. 7.
이슬람박물관과 캘리그라피 / 카타르 도하 (2) 카타르는 특이한 나라였어요. 국민소득이 십만 불 정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나라인데 시민권자가 거주민의 15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 노동자라고 합니다. 방글라데시, 필리핀,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시민권자는 매우 잘살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 여건이나 인권은 매우 열악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카타르 고유의 문화적인 무언가가 느껴지는 나라는 아니어서 첫방문에서 크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은 매우 좋았고 인상적으로 기억합니다. 국립박물관은 보지 못했어요. 제가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방문한 때가 올 2월이었는데 국립박물관은 4월 개관 예정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건물을 장미꽃 모양으로 독특하게 설계해서 유명하며 현대건설.. 2019. 5. 21.
검은 옷과 흰 옷 사이에서 / 카타르 도하 (1) 한밤중에 도하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간 도하를 몇 차례 경유했지만 하루 시간을 내어 공항 밖으로 나간 건 처음이예요. 시내를 한번 보고 싶던 차에 카타르항공이 오성급호텔 무료 1박을 제공해서 내린 선택이었습니다. 새벽에 도착해 한밤에 나가는 일정이라 2박을 예약했습니다. 1박이 무료다보니 2박에 100불이라 괜찮은 가격이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호텔 목록을 죽 훑어보고 구시가지인 쑥와키프 안에 있는 호텔을 택했지요. 혼자 움직일 때는 안전 때문에 밤이나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편은 꺼리는 편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밤에 도착하는 일정이면 항상 공항 픽업을 미리 요청해두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바빴던 데다가 출발 며칠 전에 항공 일정이 확정되어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도하가 세계적인 환승지니 뭐, .. 2019. 5. 14.
사그리다 파밀리아 / 스페인 바르셀로나 (2) "사그리다 파밀리아(성가정 성당)"는 대단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날 수 있는 가우디의 작품, 구엘공원, 구엘저택, 까사 바트요, 까사 밀라 모두 가우디 건축의 독창적이고 특징적인 면모를 두루 보여주었지만, 역시 가장 충격적인 작품은 사그리다 파밀리아였어요. 사실 19~20세기는 종교가 저무는 시대입니다. '대성당'을 짓는 시대가 아닌 것이죠. 그런데도 사그리다 파밀리아 같은 중세적인 기획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우디라는 걸출한 천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 결과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단순히 구시대의 재현이 아니라 생의 아름다움, 예술적 가치, 신에 대한 경외 이 모든 것을 새롭게 조명하는 한 도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는 순전히 가우디의 천재성과 깊은 신앙심, 그리고 백 년 이상 공들.. 2018. 12. 31.
예술가의 혼이 있는 도시 / 스페인 바르셀로나 (1) 바르셀로나는 특별한 도시이다. 바르셀로나의 특별함은 바르셀로나가 까딸루냐 지방의 주도로서 오랜 역사를 간직해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중해에 자리잡아 1월에도 봄처럼 온화한 날씨, 산과 바다를 모두 갖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여행자들이 반하는 바르셀로나의 첫 번째 매력은 바르셀로나가 지닌 친화력이다. 빠리나 로마처럼 화려하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바르셀로나는 그들 도시의 '거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EU에서 서너번 째 부유한 도시임에도 사람들은 잘 웃고 소박하고 친절하다. 아무리 좁은 도로에도 인도가 있으며, 중심가에는 차로보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훨씬 넓은 점도 이 도시의 인간적인 매력을 배가시켜 준다. 바르셀로나는 15세기 신대륙으로의 첫 항해를 마친 콜럼버스가 귀환하여 이사벨라 여.. 2018. 12. 16.
영원한 도시, 로마 '06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는 나름의 별칭을 지니고 있어요. 특히 이탈리아의 도시는 대개가 그러하지요. 물의 도시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 성프란치스코의 도시 아씨시, 성녀 카타리나의 도시 시에나...... 제가 방문한 도시의 별칭들이에요. 그런데 그 별칭 중 가장 인상적인 이름은 로마가 갖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로마를 이렇게 불러요. '영원한 도시'라고. 로마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애정과 자부심이 그대로 담긴 말이죠. 이천 년 된 도로 아피아가도, 고대 로마의 중심지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대 도시이자,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대표되는 중세 유적,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의 흔적까지, 말 그대로 '영원한 도시'라 할 만했어요. 로.. 2013. 1. 27.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 '06 피렌체, 이 아름다운 도시는 내게 안타깝게도 줄에서 시작해서 줄에서 끝난 도시였다. 유명한 우피치 미술관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두세 시간 긴 줄을 섰고, 두오모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또 두 시간 이상 줄을 섰던 곳. 그러다보니 너무 피곤하여 우피치에서는 꼭 봐야 할 작품 몇 개를 놓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작품,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다행히 챙겨 보았다.'비너스의 탄생'은 내게 르네상스의 탄생으로 읽혔다. 중세의 끝, 그리고 인간과 이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 비너스는 천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밝음과 생명력, 낙관적인 미소와 우아한 기품으로 나를 그녀에게 반하게 만들었다. 피렌체에서 사흘을 머물었지만, 관광객에게 떠밀려 이 도시의 맛과 멋을 속속들이 느끼지 못했다. 떠나기 전날엔 일.. 2006. 10. 12.
한 시대의 절정, 베네치아 '06 한 시대의 절정 - 이탈리아의 도시들 유럽에서 '건물'이 아니라 '정신'을 보려면 역사 공부가 좀 필요하다. 프랑스에서 이태리로 넘어오고 나서 아무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나온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었는지 모른다. 한 시대의 절정이 이곳에 있는데..... 길모퉁이마다 수많은 천재들의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데...... 그저 휙 스쳐가며 건물 껍데기만 보고 돌아서자니 참으로 아쉽다 싶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라도 다 읽고 올 걸, 하는 후회가 여행 내내 들었다. 베네치아, 시에나, 로마, 아씨시...... 이 오래된 도시들이 간직해온 고유한 역사의 두께를 알지 못했기에 내 여행은 감각적 즐거움에 머물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내게 선물해주진 못했다. 물론 그런 저런 아쉬움을 접고 본다면,.. 2006. 10. 3.
프랑스 샤모니에서 알프스 넘어 이탈리아로 '06 스위스로 알프스로 갈까, 프랑스 알프스로 갈까, 프랑스 알프스 중에서 앙시로 갈까, 샤모니로 갈까 고민하다가 샤모니로 왔는데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샤모니는 알프스 산자락 바로 아래 마을이라서 알프스가 조망되지 않는다. 트레킹을 하지 않는다면 앙시로 가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날씨가 불같이 더워서 트레킹을 포기하고 나니 미니기차를 타고 이 작은 마을까지 들어왔는데 오고나니 샤모니에서 할 일이 없었다. 까페에서 두툼한 샌드위치를 시켜먹고 (트레커용인가 진짜 맛있어서 두 개나 먹음)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샤모니에서 이태리 넘어가는 버스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마침 오후 편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알프스를 통과하는 아주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나니 몽블랑 대신에 '몬테 비얀코'라는 이태리 말이 보이기 .. 2006. 10. 2.
Pilgrim of the trust / 프랑스 떼제 공동체 '06 Jesus Christ, Your light shines within us. Let not my doubts and my darkness speak to me. Let my heart always welcome your love. 그리스도여, 내 어둠이 내게 속삭이지 않게 하시고, 내가 당신 사랑을 맞이하게 하소서. 여름이면 전세계에서 모인 수천의 젊은이들이 떼제의 언덕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종이 울리고 저녁 기도가 시작이 되면 수천 명이 동시에 Veni creator spritus를 노래 불렀다. 기도를 마치고 한밤중에 바라크로 돌아올 때면 떼제의 언덕 위로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떼제에서 치유의 길을 발견했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거듭 발견했는데... 그 떼제에 9년만에 다.. 2006. 9. 28.
가난한 화가의 방 / 파리 '06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한낮의 빠리 시가지는 내 마음에 짜증을 돋웠다. 배낭을 맨 어깨는 무거워오는데, 관광객은 거리마다 가득찼고, 9년 전 여기 처음 왔을 때의 여유로움과 고즈넉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참, 그 때는 여름이라도 이처럼 무덥지 않았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요즘 유럽이 이상기온이라더니, 정말 더웠다.) 골목마다 있던 쁘띠 호텔은 죄다 사라졌고 값비싼 호텔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태양의 기운이 한풀 꺾이고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에야 이 도시의 아름다움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녁 산책을 하며, 익숙한 길을 다시 걸었다. 그리고 쎄느 강을 건너 노트르담 성당 앞을 지나면서 내가 만난 건 빠리 그 자체보다는 호기심에 충만해 이 길을 걷던 9년 전의 내 모습이었다... 2006. 9. 26.
파리에서 만난 그림들 '97 걷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빠리는 천국이다. 볼거리들이 도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빠리 거리를 하루 종일 누비면서 하나씩 차례로 들를 수 있다. 빠리에서 보낸 나흘은 과 만나는 시간이었다.박물관을 순례하느라 에펠탑에도, 베르사이유에도 가지 못했다.에펠탑은 멀리서 본 것으로 만족하고 말았다. 루브르에서는 중세를, 오르쎄에서는 근대를, 퐁피두에서는 현대를 만날 수 있다.루브르 박물관은 그 중 가장 지루한 곳이었다.미술에 문외한인 내게 중세 인물화들은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그러나 모나리자와 니케(나이키)를 본 것으로도 충분히 들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루브르다.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보안 때문에 유리 너머로 보아야 했지만그 살아있는 듯한 표정, 묘한 눈길과 마주치면 정말 걸작이란 생각이 든다... 1997. 10. 12.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프랑스 떼제 마을 '97 떼제공동체에서 보낸 며칠은 내 이십대의 가장 빛나는 시간 중 하나다. 그곳에서 전세계 사람들과의 우정, 웃음, 친교, 삶에 대한 빛나는 축복을 선물로 받았다. 만 서른이 되면 내 삼십대를 새로 시작하는 의미에서 떼제에 꼭 다시 가리라 늘 생각했는데, 올해 서른을 넘겨버렸다. 조만간 다시 가보고 싶다. 아주 오랜만에 이 글을 보니, 어릴 때 쓴 것이라서 떼제가 지닌 풍부한 의미를 제대로 표현해내진 못했지만, 내가 무엇에 강한 인상을 받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때 기록을 남겨두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로제 수사와 떼제 공동체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그리스도여, 나로 하여금 하느님과 함께 매 순간을 경축하게 하시고, 화해한 마음으로 투쟁하게 하시며, 소박한 생활로 주님과 함께 걷게 하소서. (떼.. 1997. 8. 30.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서 / 이스라엘 성지순례 '96 이스라엘은 네팔 안나푸르나와 함께 20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의 하나다. 첫 해외여행지이기도 했고 그곳의 풍광과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갈릴래아 호수의 푸른 물결과 가파르나움... 사마리아의 건조한 사막과 베드윈족... 거대한 바위산과 죽음의 바다 사해... 하얗게 빛나던 고대 도시 예루살렘... 그리고 엠마오... 그 모든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대학생 때 쓴 글이라 좀 어설프지만... 그때의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진정한 여행이란 순례임을 깨달은 시간이어서... 이후의 모든 여행이 이 순례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첫 글로 남겨 둔다. 1996 이스라엘 성지순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서 1. 인생은 순례인가? - 나자렛에서 누군가가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나자.. 1996.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