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는 특이한 나라였어요. 국민소득이 십만 불 정도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나라인데 시민권자가 거주민의 15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 노동자라고 합니다. 방글라데시, 필리핀,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노동자들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시민권자는 매우 잘살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 여건이나 인권은 매우 열악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카타르 고유의 문화적인 무언가가 느껴지는 나라는 아니어서 첫방문에서 크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은 매우 좋았고 인상적으로 기억합니다.
국립박물관은 보지 못했어요. 제가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방문한 때가 올 2월이었는데 국립박물관은 4월 개관 예정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건물을 장미꽃 모양으로 독특하게 설계해서 유명하며 현대건설이 공사를 진행중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건설사가 일반 빌딩이 아니라 예술적인 건축물의 공사를 맡은 것은 카타르 국립박물관이 처음이고 또 카타르가 돈이 많아 소장품이 괜찮다고 들어서 보고 싶었지만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지요.
도하에서 다음으로 유명한 박물관이 이슬람박물관입니다. 아랍권의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은 처음인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건축물 자체도 매력적입니다. 쑥와키프에서 해안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가면 바닷가에 우뚝 서 있는 하얀 콘크리트 건물을 만나게 됩니다. 이슬람 전통 모스크 건물 양식을 현대적인 직선으로 구현한 느낌인데요. 새하얀 건물이 푸른 바다 위에 둥실 떠 있는 것 같아 멋스럽고 신비롭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고 오후 내내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1층 기획전에는 시리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어요. 시리아의 유명 유적지를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었고, 그 아름다운 장소가 지금 내전으로 다 무너져간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머지 전시실은 이슬람의 예술, 과학, 생활 관련 유물을 분야별로 나누어 전시중입니다. 수많은 전시물 중에서 제가 가장 매료된 것은 아랍어 캘리그라피 관련 유물과 책이었습니다. 당시는 터키를 여행하기 전이어서 이슬람문화에서 캘리그라피가 그렇게 발달한 줄을 몰랐어요. 일단 6~7세기의 그릇에서부터 이들은 코란을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이른 시기에 문자를 새긴 그릇은 다른 데서는 잘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정말 일찍 문명이 발달했구나 싶었습니다. 집을 장식하는 타일이나 가구 조각에도 코란 경구는 자주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책이었어요. 책의 모양과 크기도 다양했고 각양각색의 서체로 코란을 새겨넣은 책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금빛 글씨에 기하학적인 고상한 무늬로 꾸며넣은 책들이었어요. 이슬람은 신의 형상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그런 기하학적인 무늬와 캘리그라피가 발달한 것 같았습니다.
아름다움은 사람을 매혹합니다. 코란을 기록한 캘리그라피의 멋과 그들이 만든 고상한 책들은 제게 이슬람문화에 긍정적인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출발할 때는 이렇게 지적이었던 문명이 왜 20세기 이후 종교근본주의 방향으로 가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졌어요. 역사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아랍어를 읽을 줄 몰라 그 아름다운 캘리그라피를 단 하나도 읽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고요. 쉬운 단어 몇 개라도 읽을 수 있도록 아랍어 알파벳을 공부하고 싶어졌습니다.
*2019년 2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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