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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사회, 과학66

은유란 무엇인가 & 은유가 만드는 삶 / 김용규, 김유림 은유 시리즈로 책을 세 권이나 내다니... 은유 수업 다 끝나고 읽고 있는데, 신세계다. 다음 은유 수업은 훨씬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은유 시리즈는 총 3권이다. 1편 '은유란 무엇인가'는 은유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하는 부분이어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2편 '은유가 만드는 삶'에서는 새롭고 다양한 은유 작품의 예시를 보아서 좋았고, 3편 '은유가 바꾸는 세상'은 제목 위주로 훑어보았으나 사회적으로 천박한 은유가 삶을 어떻게 천박하게 만드는지 확실히 이해하게 됐다.  은유란 무엇인가. 저자들에 따르면 은유는 단지 수사법에 국한되지 않는다. 은유가 없다면 창의가 없고 우리 문명도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은유적 사고는 시와 노래뿐 아니라 회화, 조각, 음악, 무용 등 '비언어적 표현'에.. 2024. 5. 4.
가짜 노동 / 데니스 뇌르마르크 외 여기 덴마크의 한 의사가 있다. 병원의 새 진료 기록 프로그램 도입으로 환자를 만날 때 자그마치 142개의 설문에 답을 해야 한다. 답을 입력하지 않으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최근에는 손 씻기 과정 연수까지 받았다. 30년간 외과의사로 일해서 손을 제대로 안 씼었다면 자기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그가 자조적으로 말한다. 현대에 들어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점점 고역이 되고 있다.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일이 이해하기 힘든, 어떨 때는 그저 눈에 보이는 과시용에 불과한 온갖 엑셀 표와 서류상에만 의미 있는 보고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난 학교만 그런 줄 알았는데, 웬걸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심지어 대학 교수들까지. 저자는 이 모든 것을 '가짜 노동'이라 이름 짓는다. .. 2023. 12. 13.
백년 동안의 증언 / 김응교 _ 간토대지진과 그 이후 1923년 9월 1일 11시 58분에 발생한 진도 7.9의 간토대지진.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학살극이 시작된다.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일본어 발음 중 까다로운 것을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이 가해진다. 자연이 초래한 어마어마한 재앙은 그 이상의 참혹한 비극을 낳는다. 지금도 일본 정부는 유언비어 때문에 벌어진 학살이었다고 이야기할 뿐 그 유언비어의 진원지는 말하지 않는다. 불안과 두려움을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분출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막으려 했다는 것을. 그래서 학살된 사람 중에선 일본인도 포함되었다. 일본의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들이 주요 표적이 되었고, 도쿄 발음을 잘 못하는 오사카 사람도 끼어 있었다. 평소 국가.. 2023. 10. 10.
다큐의 기술 / 김옥영 저자의 메시지 전달력이 대단하다.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좀 참고하려고 빌린 책인데, 다큐멘터리 제작자도 아니면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다큐라는 장르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싶었고, 다양한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다. 저자는 다큐멘터리가 현실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불편한 지점에서 문제 의식을 찾아내고 그것을 많은 이가 공감하도록 설득력 있게 재구성하는 작업이 다큐다. 따라서 다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며, 문제의 발견에서도 그것의 전달에 있어서도 제작자의 '관점'이 가장 중요한 장르다. 그가 바라본 것을 타인도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 저자는 말한다. 다큐멘터리는 "내가 .. 2023. 9. 21.
[책] 철부지 사회 / 가타다 다마미 _ 진상 민원인들의 심리를 가장 잘 설명한 책 인류 역사상 가장 풍족한 시대에 사람들은 가장 불만이 많고 참을성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상식적이라면 민원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진상 짓을 하는 사람은 왜 그렇게 많아진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일본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는 이미 이천년 대 초반부터 그걸 겪어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흐름은 전세계적이라는 것, 그중에서 일본과 한국 사회는 특히나 매우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대상 상실'이다. 현대인들이 가장 취약한 것이 대상 상실이다. 이 대상 상실에는 죽음과 같은 큰 상처만 자리하는 게 아니다. 현대인들은 유아기적 만능감, 환상 속에 구축된 자기 이미지의 상.. 2023. 9. 17.
[책] 새로운 창세기 / 에드워드 윌슨 _ 과학자가 설명하는 인간의 창조 동물행동학자로 우리 언론에 잘 알려진 분이 있다. 이화여대의 최재천 교수다.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많이 펴낸 분이다. 이분이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분의 지도교수가 바로 에드워드 윌슨이다. 진화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에드워드 윌슨의 책은 풍부한 과학적 사례를 담고 있어 늘 흥미진진하다. 그 사례들을 통해 논리적으로 도출하는 결론 또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내가 과학 분야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닌데 이분의 책은 챙겨보는 이유는 인문학 책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인간 문명에 대한 드넓은 비전 때문이다. 이 책 는 진화생물학자의 입장에서 인류의 기원과 인간 사회의 기원을 추적한 책이다. 생명의 기원에서 출발하여 사회와 언어의 기원까지 지금까지의 모든 과학과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 2023. 9. 5.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정희원 50을 지척에 두고 만 나이 사용 덕에 40대가 조금 더 연장되었다. 40 후반이 되니 주위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이제 노화가, 그리고 죽음이 조금씩 두렵게 다가온다고. 본인의 신체적, 정신적 노화가 감지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부모님들이 슬슬 아프기 시작하는 나이고 그런 주변의 변화가 자신의 갱년기 증상과 맞물려 삶에 대해 좀 더 우울한 전망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40 초반은 아직 30대의 분위기가 이어지므로 40 후반과는 생각하고 느끼는 게 하늘과 땅 차이다. 불과 십 년 가까이 더 흘렀는데도 삶의 변화는 마치 수십 년 더 흐른 것 같다. 내 경우 사십 초반에 갑작스런 부친의 죽음을 맞이했기에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 2023. 8. 5.
[책]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네이딘 버크 해리스 & 멍든 아동기, 평생 건강을 결정한다 / 도나 잭슨 나카자와 두 권을 같이 읽다보니 어느 내용을 어떤 책에서 봤는지 헛갈린다. 아동기의 불행이 생애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학적 임상 사례와 논문 등 구체적인 근거로 설명하는 책이다. 전자는 정신과 의사가, 후자는 과학 저널리스트가 썼는데 같은 주제임에도 사례가 저마다 달라서 내용이 겹쳐지지 않았다. 둘 다 잘 읽혔는데 만약 한 권만 고른다면 의사의 개인적 경험담이 흥미있게 서술된 전자를 고를 것 같다. ACE 척도라는 게 있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알아보는 척도인데 주로 가족의 죽음, 자살, 폭력, 성폭행, 학대, 부모의 실업 등 재난에 가까운 경험 여부를 다룬다. 15가지인가 척도를 보았는데 보통 사람은 대부분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경험들이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온몸에서 유독성 물질을 방출하고 아이들이.. 2023. 7. 21.
[책] 상상하지 마라 / 송길영 __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데이터 전문가가 보는 세상은 다르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 사람들의 욕망이 읽힌다. 그리고 그 욕망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가가 읽힌다. 낯설고 기이하게 여겨졌던 현상이 어느새 시대의 보편적 흐름이 된다. 그들은 미래를 앞서 보는 사람들이다. 혼술, 혼밥, 반려동물, 무인카페, 이런 낯선 단어들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왔듯이 지금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변화는 어느새 시대의 상식이 된다. 그러므로 저자가 말하듯이 "일어날 일은 꼭 일어난다." 저자가 목격한, 반드시 다가올 미래는 "분화하는 사회, 장수하는 인간, 비대면의 확산"이다. 우리는 혼자 살고 좀 더 작은 집단으로 가고 있으며, 과거보다 훨씬 오래 살고, 비대면이 확산된다. 기술 때문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면을 꺼리기 때문에. 지난 20.. 2022. 10. 12.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__ 커피가 문제로세 대출해놓고 읽지도 못하고 2주 지나 반납 날짜 넘김. ㅠㅠ 카페인 관련 부분만 급하게 읽고 자료로 남겨둔다. 카페인 반감기가 7시간이라 한다. 몸에 남은 카페인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자그마치 7시간. 그럼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2022. 2. 22.
노마드랜드 / 제시카 브루더 _ 주거를 감당할 수 없어 캠핑카를 택한 사람들 우리나라도 집값 때문에 난리인데, 전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내 한 몸 쉬고 누일 곳이 없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그건 최강대국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 '노마드랜드'는 평생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드디어 집을 버리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한다.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있다. 그때 집도 연금도 모두 잃어서 중산층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집을 버린 사람들은 낡은 캠핑카를 개조해서 그곳에서 생활하며 한시적으로 수요가 느는 국립공원 캠프나 아마존 물류센터 등에서 몇 달간 노동을 해서 현금을 융통한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소통하면서 축제를 열어 여름엔 한 곳에 모여 1~2주씩 함께 지내기도 한다. 그들이 자신을 단지 피해자로 간주하.. 2021. 7. 26.
부의 주인은 누구인가 | 비키 로빈 외 _ 돈이 아니라 삶에 관한 책 이 책은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사뭇 다릅니다. 노력과 실천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부터 바로잡고자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에 대해 명확하게 개념 정의를 하면, 그 인식의 힘 때문에 실천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리라는 거예요. 이 책의 주제는 모두가 관심 있는 그것, '돈'입니다. 이 책은 돈이 무엇인지 먼저 질문합니다. 교환 수단인가요? 권력인가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줄 힘을 가진 것인가요? 미래에 대한 대비인가요?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무언가인가요? 그리고 저자는 돈에 대한 정의를 내립니다. 우리의 삶은 곧 우리가 지닌 시간이고, 돈은 우리가 바로 우리의 시간과 생명력을 팔아서 얻는 것입니다. 그리도 다시 질문합니다. 우리의 생명력을 팔아서 매주 '쇼핑하는 로봇'처럼 구.. 2021. 5. 18.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 엥겔스 __ 그들은 세계를 가질 것이다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는 유명한 첫문장,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더 유명한 마지막 문장은 기억나지만, 그 사이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 맑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대학 시절에나 얼핏 읽어본 이 책이 갑자기 읽고 싶어졌어요. 최근 '노동'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십대 때만 해도 '노동'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학교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는 게 꽤 힘들었지만, 나 자신 임금을 받는 노동자였지만, 그럼에도 제가 '노동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인식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일한 지 몇 년 안 되던 때라 그때그때 눈앞의 일에 적응하느라 바빴을 뿐 '노동'이라는 것이 내 삶의 시간을 얼마만큼 잡아먹고 그 시간의 성격을 어떤 식으로 규정하는지는 생각지 못했던 시절이지요. 결혼도 매우 늦게.. 2021. 4. 7.
청와대 정부 | 박상훈 _ 최소 정부와 최대 정부 사이 저자의 모든 인식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의 경우 단순히 '묻지마 지지'의 경향이라기보다는 노대통령 서거의 경험, 가짜 뉴스 및 기울어진 언론 환경 등에서 나온 반응이 많다고 본다), 한국의 정치 현실을 민주주의의 본질의 측면에서 해석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저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통령제의 한계를 비롯해서 여러 모로 생각해볼 지점이 많았다. 강추하는 책. ## '일상생활의 정치화' 주장과 '정치의 생활화' 주장 사이에 존재하는 매우 큰 차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런 차이가 아니다. 일상 속에서 변혁적 감수성을 지키고 키우는 '생활의 정치화'와, 좋아하는 정치인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 '정치의 생활화'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그들이 일상의 .. 2019. 9. 22.
바이오필리아 / 에드워드 윌슨 ## 편견을 버리자, 일상적으로 보고 만지던 주변의 자연 세계가 힘들게 일하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자연 세계에서는 우리의 열정이 무의미해진다. 자연 세계의 역사에는 인간이 포함되지 않으며, 큰 사건도 기록되거나 평가되지 않는다. 자연은 친숙하지만 깊이 보면 이질적인 세계이다. 내가 사랑하게 된 이 세계에서 나는 한갓 나그네일 뿐이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유로 진화의 수많은 결과물이 자연 세계에 모였다. 기나긴 신생대 역사의 유전 암호를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라앉았다. 호흡과 심장 박동은 줄어들고 집중력이 강해졌다. 내가 서 있는 곳 아주 가까운 숲속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살고 있고 이제 곧 내가 그것을 발견하게 될 듯했다. p.. 2019.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