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학자로 우리 언론에 잘 알려진 분이 있다.
이화여대의 최재천 교수다.
쉽고 재미있는 책을 많이 펴낸 분이다.
이분이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분의 지도교수가 바로 에드워드 윌슨이다.
진화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에드워드 윌슨의 책은 풍부한 과학적 사례를 담고 있어
늘 흥미진진하다. 그 사례들을 통해 논리적으로 도출하는
결론 또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내가 과학 분야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닌데
이분의 책은 챙겨보는 이유는 인문학 책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인간 문명에 대한 드넓은 비전 때문이다.
이 책 <새로운 창세기>는 진화생물학자의 입장에서
인류의 기원과 인간 사회의 기원을 추적한 책이다.
생명의 기원에서 출발하여 사회와 언어의 기원까지
지금까지의 모든 과학과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한다.
최초의 생명은 바다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출현했다.
용암이 분출하는 바다였으리라 추정한다.
그곳이 가장 화학적 분자가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란다.
지금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성분들도
원시 바다의 성분과 동일하다고 한다.
최초의 생명 출현 이후 진화는 몇 번의 대변혁을 거친다.
세포의 발명, 유성생식, DNA 교환 등을 통해
생물 종이 다양해졌다.
다양한 생물들이 무리 지어 살고 집단을 발전시켜왔다.
그것이 진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진화 과정에서
수많은 초보적인 사회들이 명멸했으리라 추정된다.
극소수만이 다음 단계로 진화했는데 저자가 '진사회성'이라
부르는 특성을 발달시킨 집단이었다.
개체들이 생식 계급과 노동 계급 등 분업화되는 등
고도의 이타성과 사회적 복잡성을 발달시킨 집단으로
매우 희귀하게 등장한다.
개미와 인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기심이 생존에 유리한 것 같지만 집단선택에 이르러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기적 개인은 이타적 개인을 이길 수 있지만
집단 간의 경쟁에서는 이타적 개인이 많은 집단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생물학자들이 인간의 이타성을 설명하는 기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이타성이 있어서 사회가 분업화된 것이 아니라
분업화되면서 이타성이 계발되었다고.
자손을 낳지 않고 특정 임무에만 종사하는 사람이 있는 집단이
생존에 유리하다. 그가 속한 가족이 다른 가족보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기에 자손을 낳지 않는 사람의 유전자도
사촌 등을 통해 전해지게 된다.
인간의 동성애는 이런 차원에서 유전적 기원이 있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불임을 선택한 개체 덕분에 집단이 살아남았기에
그들에게 허용된 동성애가 유전자를 통해 전해졌다는 것이다.
채식만 하던 인간이 고기를 먹게 된 것도
지능 발달과 사회의 분업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원시 인류가 살던 시기는 불이 자주 났고 아마도
불에 탄 고기를 처음 맛본 것이 화식의 시작일 거라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수렵채집에서 사냥해온 짐승을 요리하는 것으로 생활이 바뀌면서
집단 내에서 역할도 세분화되기 시작한다.
단백질의 공급은 지능의 비약적 발달을 가져왔고
불을 가운데 두고 모여 앉던 인류의 조상들은 이제
신화, 전설 등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나눈다.
손짓, 몸짓, 표정, 소리 지르기 등 원시 언어가 아니라
다양한 단어를 동원하는, 인간만이 사용하는 언어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발전했다고 한다.
이상이 매우 거칠게 요약한 이 책의 내용이다.
반납일이 내일로 갑자기 다가와서 급하게 훑어보았다.
시간 나면 다시 빌려서 찬찬히 읽어보고자 한다.
우리가 인류의 기원을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인류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자신을 얼마나 충분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
##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