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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569

[소설의 기술 / 밀란 쿤데라] __ 소설가는 실존의 탐구자 소설의 본질이 무엇인가. 소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소설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대부분 소설가는 작품으로만 이야기한다. 문학론은 평론가들의 관심사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보기 드문 소설론이다. 그 어떤 평론가보다도 소설의 본질을 명징하게 꿰뚫고 있다. 밀란 쿤데라는 세르반테스에서 카프카까지, 자신의 작품도 포함하여 근대를 관통해온 다양한 작품을 경유하면서 소설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은 '소설의 기술'이지만 이 '기술'은 'art'의 번역이다. 예술로서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단 한 장도 버릴 게 없는 소설에 대한 훌륭한 철학적 고찰. ## 소설가 각자의 작품에는 소설의 역사에 대한 어떤 함축적인 통찰이, '소설이란 무엇인가'.. 2025. 3. 1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다시 읽기 프라하 여행 전에 함 봐야지 하며 집어들었다가 너무 재밌어 단숨에 읽은 책. 90년대 샀던 책들은 노랗게 변색되어 다 정리했는데, 감사하게도 민음사 판 이 책은 내지가 짱장한 채로 내 책장에 여태 꽂혀 있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이 소설이 이렇게 훌륭한 소설이었다니... 이십대에 읽었을 땐 이 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네...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각각 대변하는 테레사와 사비나. 이십대 시절엔 테레사의 무거움이 낯설었다. 그때는 이것저것 고민이 많았지만 내 삶이 존재론적 무게를 짊어진 건 아니었다. 부모님은 아직 건장했고, 대학생인 내겐 나 자신의 앞가림만 문제였을 뿐 타인에 대한 책임감 같은 건 없었으니까. 내 삶이 무거워지기 시작한 건 취업 이후부터고 결정적으로는 결혼 이후다. 마치 늪처럼 .. 2025. 3. 7.
[우리들 /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__ 디스토피아 소설의 원조 "병이 심하군요! 영혼이 생긴 겁니다." 영혼? 고대에 사용하다 오래전에 사라진, 이상한 단어. '영혼을 일깨워', '영혼 없이'라는 표현은 종종 사용해도, '영혼'은? "몹시... 몹시 심각한가요?" 내가 중얼대자, 가위가 매섭게 자른다. "치유 불가능." (...)"하지만 영혼이 갑자기 왜, 왜 나오나요? 나는 지금까지 영혼이 없었는데, 갑자기... 왜... 아무도 없는 영혼이 왜 나만...?" (...) "상상력을 잘라내야 한다고. 누구든... 상상력 박멸. 오로지 수술, 철저하게 수술하는 방법으로..." 1.이 훌륭한 소설을 이제야 읽다니... 조지 오웰이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보다 영감이 더 풍부하다며 극찬한 책이다. 그의 '1984'에 깊은 영향을 주기도 했고. 1894년생 자먀찐은 볼셰비.. 2025. 2. 3.
[한 걸음 뒤의 세상 / 우치다 타츠루 외] __ 후퇴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2024년에 출간된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신간이다. 이분은 어쩜 이렇게 거의 매년 좋은 책을 써내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전세계적인 변화의 흐름 안에 있지만 서구 사회와는 사회의 속살도, 변화의 맥락도 조금 다르다. 그래서 일본 사회의 변화를 추적하는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글은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가장 좋은 렌즈 역할을 해준다. 일본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 과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시도는 우리 사회를 앞서 예언하는 척도가 된다. 이번에 선생이 내어놓은 책은 일본 학계와 예술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한 꼭지씩 맡아서 쓴 공저이다. 주제는 '후퇴하는 사회'다. 인구 감소, 고령화, 신기술 혁신의 부재 등이 맞물려 일본 사회의 후퇴는 피할 수 없다고 선생은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후퇴하는 사회에서 .. 2025. 2. 2.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 / 최여정] __ 런던 여행 최고의 길잡이 런던 여행을 준비하며 관련 작가들의 책을 읽는 중이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을 오랜만에 다시 읽고 뿌듯. 셰익스피어와 코난 도일 정도 더 보면 되겠지 했는데 알면 알수록 목록이 끝없이 늘어난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밀턴의 실낙원,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 고교 때 최애 시인이었던 윌리엄 블레이크... 런던이 고향은 아니나 그곳에 무덤이 있는 브론테 자매 소설까지... 다니앨 디포의 걸리버 여행기도...  유토피아, 실낙원, 켄터베리 이야기는 안 읽은 책이고, 나머지는 다 30년쯤 전에 본 책인데,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이걸 다 다시 읽고 가야 하나 싶다. 마음은 앞서는데, 다 소화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런던에 고작 나흘 머무는데 독서 목록을 보자니 이대로라면 2주는 있어야 .. 2025. 2. 1.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 박상미] __ 핵심감정 자각하기 도서관에서 낯익은 저자의 이름이 보였다. 박상미. 세바시나 유투브 등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메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서 어, 괜찮네 하면서 봤던 기억. 그래서 빌려왔다. 뭐, 딱히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반신반의 하면서. 결론은, 이 책 괜찮다. 이분이 굉장히 간결하고 정확하고 깔끔한 문장을 구사한다. 한 번쯤 접해본 내용도 꽤 있지만, 저자의 이야기 솜씨 덕분에 책장을 넘기는 것이 즐거웠다. 1부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종류별로 설명하고 2부에서는 그 감정들로부터 벗어나는 습관을 제안한다. 가독성이 좋아서 후루룩 금세 읽은 책이다. 다양한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 책에서 내게 의미 있는 개념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핵심감정'. 핵심감정은 나의 삶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감정으로 어릴 때 형성되.. 2025. 1. 30.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아툴 가완디] __ 노년에 어떤 것을 결정해야 하는가 '현대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의사인 저자가 각종 치료로 생의 마지막 시간을 의미 있게 쓰지 못하는 사례들을 경험하면서, 노년의 삶을 전반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책의 중반까지는 자기 집에서 생활하던 노인들이 왜 요양원에 갈 수밖에 없는지 그 과정을 조명했고, 후반부는 척수 종양이 생긴 자기 아버지를 중심으로 노년에 암과 같은 질병이 닥쳤을 때 현대의학에 어느 정도로 의지하면 좋은가에 대한 질문을 담았다. 다양한 사람들의 실례를 들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혔고, 노년에 우리 앞에 어떤 과제가 닥치는지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자기 집에서 활달하게 일상을 영위하던 사람들에게도 노쇠는 다가온다. 자주 넘어지고 넘어져서 다치는 일이 생기면 가족들은 24시간 돌봐.. 2025. 1. 30.
[동물농장 / 조지 오웰] 다시 읽기 에서 으로 넘어왔다. 은 조지 오웰이 1945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스탈린 체제를 풍자했지만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그린 것이 아니다. 권력의 부패 과정을 속속들이 탐구하면서 부패한 권력 속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왜곡되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정치적 통찰을 담고 있다. 와 주제가 일맥상통하지만 가 체제 속에 갇힌 개인의 비극을 그렸다면 은 특정 체제가 만들어지고 변질되는 좌충우돌의 과정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의 디스토피아적인 암울함과 달리 비극적 사건 속에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는 소설이기도 하다. 오웰의 정치적 풍자와 해학이 가장 빛을 발하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오웰은 다른 에세이에서 원래 자신은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는 성향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자연주의.. 2025. 1. 27.
[1984 / 조지 오웰] 다시 읽기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1984'로 넘어왔다. 이 작품은 세 번째다. 20대에 처음 읽었고, 블로그에 2013년에 다시 읽은 기록이 있다. 십여 년의 간격을 두고 2025년 또 다시 이 책을 펼쳤는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거나 예전엔 놓쳤던 소설의 디테일적인 면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결말이 남긴 깊은 슬픔에 사로잡혀서 생각했다. 는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어떤 작품도 만큼 인간에 대해, 사회에 대해, 이 정도로 날카로운 고민을 담아내지는 못했다고. 소설을 읽을 때, 나는 대개 문장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전체적인 스토리에 주목하며 빠른 속도로 후루룩 읽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럴 수가 없었다. 한 문장도 놓칠 .. 2025. 1. 20.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__ 스페인 내전이 말해주는 인간의 존엄 찰스 디킨스를 읽고 이제 조지 오웰을 다시 펼친다. 봄에 있을 런던 여행을 앞두고 찰스 디킨스, 조지 오웰, 셜록 홈즈, 버지니아 울프 등을 소환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도 다시 보면 좋을 듯한데 시간도 부족하고 다 아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손이 갈 지는 모르겠다. 중학생 시절 내게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 것이 디킨스라면, 성인이 되어 나의 최애 작가가 된 분이 조지 오웰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양 작가를 꼽으라면 베스트 5에 들어가는 작가다. 저널리즘에 가까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유머와 위트로 무장한 비판 정신, 독창적인 스토리 전개와 미래에 대한 혜안까지. 조지 오웰은 내게 '지성'이 무엇인지 알려준 작가기도 하다. 그는 어떤 사안이든 이념적 편견이 없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본질을 꿰뚫어 .. 2025. 1. 14.
[위대한 유산 / 찰스 디킨스] 다시 읽기 '올리버 트위스트'와 '두 도시 이야기'에서 끝내려 했는데 뭔가 살짝 드는 아쉬움에 내친 김에 '위대한 유산'까지 읽었다. 이 작품 역시 중학교 때 너무 재밌게 읽은 책이다. 세 작품을 차례로 읽으니 한 작가의 내면을 탐험하는 느낌이 들어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위대한 유산'은 디킨스가 중년의 원숙기에 쓴 작품이라 그런지 훨씬 깊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일인칭 화자가 자전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어서 앞의 소설들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주인공의 내적 독백이 인상적이며 캐릭터들도 훨씬 생명력이 있고 메시지도 풍부하다. 1.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나네 집에 얹혀 사는 고아 소년 핍이다. 핍의 부모님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소설은 핍이 돌아가신 부모님과 그의 다섯 자녀가 나란히 잠들어 있는 묘지에 서 있는 장.. 2025. 1. 12.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다시 읽기 '올리버 트위스트'에 이어 '두 도시 이야기'를 다시 읽다. 이 작품도 중학생 때 너무 재미있어 두세 번은 읽었던 책이다. 흥미진진한 캐릭터, 드라마틱한 서사, 결말의 웅장함을 보면 그때 왜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이해가 간다. 학창 시절 읽었던 책들을 다시 순례하며 새롭게 느껴지는 점도 많았다. 학생 때는 시대적 배경이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나와는 상관없는 흥미로운 먼 나라 이야기 정도로 여겼던 탓이다. 놀랍게도 '두 도시 이야기'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다는 사실은 내 기억에 전혀 남아있지 않다. 세부 내용도 대부분 잊어버렸는데, 몇 장면은 기억 저편에서 살아돌아왔다. 바스티유 감옥에서 풀려난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때때로 기억을 잃고 구두를 수선하던 마네트 박사의.. 2025. 1. 9.
[올리버 트위스트 / 찰스 디킨스] 다시 읽기 30년이 넘는 세월을 훌쩍 건너 뛰어 디킨스 소설을 다시 읽었다. 중학생 때 왜 디킨스 소설이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그 이유를 이제 알겠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생생하게 몰입하게 되고, 영화 같은 장면 전환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탄탄한 서사, 선악이 뚜렷한 캐릭터, 감정적으로 울컥하게 만드는 해피엔딩까지, 대중소설의 모든 매력을 골고루 갖춘 소설이었다. 영국 여왕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할 정도였으니. 신문 연재로 발표된 소설이라 각 장이 더욱 긴박감 넘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것 같다. 디킨스는 25살 때 이 작품으로 큰 명성을 얻는다. 그 나이에 이 정도 필력이라니, 대단하다 싶다. 1.는 권선징악과 가족 찾기라는 모티프로 보면 한편으로는 세련된 신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2025. 1. 9.
[작은 파티 드레스 / 크리스티앙 보뱅] __ 독서에 대한 명상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누군가 책갈피에 꽂아두고 잊은 듯한 낙엽 하나에 눈길이 간다. 가을 어느 날, 낙엽 지는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은 걸까...  이 책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시적이고 독창적이며 함축적인 에세이다. 독서에 대한 일종의 명상이라고나 할까. 독서를 명상의 경지로 끌어올린 내적 증언이자 가장 성스러운 예찬이다.  ## 그런데 때론 어떤 사람들에게, 더 적은 수의,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름 아닌 독자들이다. 가던 길을 남들이 포기하는 여덟 살 혹은 아홉 살 무렵에 이 길로 들어서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독서의 길로 뛰어드는 그들은 언제까지나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그 길이 끝이 없음을 알고 기뻐한다. 기쁨과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그들.. 2025. 1. 3.
[도스토예프스크키를 쓰다 / 슈테판 츠바이크] __ 두 천재의 대화에 매혹되다 1.책과의 인연도 사람과 만나는 것과 같다.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에도 이유가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예전부터 좋다고 들었지만, 다른 할 일과 읽을 거리들에 밀려 오랫동안 내 손에 닿지 않았다. 그가 내 목록에 오르게 된 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챗지피티가 잘못된 정보를 알려줘서 난 그가 비엔나 출신인 줄 알았던 것이다. 여행 계획 세우며 비엔나를 대표하는 작가들 책은 읽고 가야지 하며 대출했는데, 알고보니 짤쯔부르크 출신이다.  그의 많은 저서 중에서 이 책에 손이 먼저 갔던 건 최근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완독했기 때문이다. 이 위대한 작품을 츠바이크는 어떻게 설명할까,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얇고 자그마한 책이지만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그의 감정은 대양만큼 넓고 깊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 2025.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