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해외/우간다5 캄팔라에서 손흥민 우간다 체류시 많이 불편했던 세 가지다. 첫째,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아 배불리 먹어도 뭔가 늘 허기졌다. 생채소를 먹을 수 없는 게 특히 아쉬웠다. 여긴 물이 안 좋기 때문에 무조건 익혀 먹어야 한다. 채소 종류도 제한된다. 한국의 쌈채소가 얼마나 그리웠는지..둘째는 물이다. 수돗물을 믿을 수 없어 양치도 생수로 해야 한다. 생수는 루헨게리 산맥에서 오는데 생수 용기가 통이 얇아 미세 플라스틱 범벅일 것 같고 제조과정이 깨끗한지도 믿을 수 없다. 아무튼 철저히 관리하는데도 D는 장티프스에 두 번이나 걸렸다. 외식할 때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난 가기 전에 예방접종을 했었다. 마지막으론 산책을 못하는 것. 선진국과 후진국 거리의 가장 큰 차이는 인도의 존재 유무다. 캄팔라엔 도심 아주 일부를 제외하.. 2025. 3. 12. 아프리카의 보름달 밤하늘을 보고 알아차렸다. 오늘이 보름이구나. 적도의 달은 마치 태양을 흉내내듯이 그 밝은 빛이 사방팔방으로 퍼진다. 하늘에 커다란 등불을 걸어둔 것만 같다. 12일에 찍은 사진이다. 달빛에 홀려 하늘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밤. 도시 한가운데지만 우주적인 적막이 느껴지는 이 순간을 사랑한다. 고요하고 차가운 흰 빛 속에 눈길이 머무노라면 시공간에 대한 감각이 넓어진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머나먼 고대와 연결된 듯한 느낌. 찰나 같은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우주의 드넓은 시간과 더불어 흘러가는 느낌. 고대인들도 그렇게 느꼈을까. 달빛이 내 눈과 뺨에 머무는 사이, 고대와 현대, 순간과 영원, 인간과 우주가 함께 항해를 시작한다. 2025. 2. 15. 희망의 싹, 아프리카 비닐하우스 D가 우간다로 간 지 일 년이 넘었지만 사실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농업 어쩌구 지원사업이라길래 걍 그러려니 했었다. 요번 방문 때 D가 관리하는 현장 중 한 곳에 들렀는데, 이제야 무얼 도와주는지 알게 됐다. 우간다는 아직 농작물의 종자가 확보되지 못했다 한다. 예컨대 우린 다양한 작물마다 그 품종의 우수한 종자가 확보되어 있어 그걸 심어 재배한다. 하지만 우간다는 걍 주위에서 대대로 써온 걸 그냥 심는다고 한다. 작물마다 우수한 종자가 선별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사업의 핵심은 종자를 확보하는 것이라 한다. 우간다에서 가장 널리 먹는 대표 작물 6개를 정해서 그 작물에 대해 가장 생산성이 높고 우수한 종자를 확보하는 뭐 그런 거라 한다. 즉.. 2024. 10. 10. 망고나무 주렁주렁 매달린 풍성한 바나나 줄기와 함께 내게 아프리카의 빈곤과 비참을 잊게 하는 게 있다. 바로 나무와 숲이다. 우간다도 경작지 확보를 위해 숲은 계속 잘려나가고 있지만 대부분 도시가 해발 천미터 고지대에 위치해 어느 길모퉁이에서건 고목을 발견한다. 열대우림의 위엄에 걸맞게 나무가 빨리 자라기 때문에 까마득하게 올려다보는 키 큰 나무들이 많다. 첫 번째 사진은 망고나무. 파울로 프레이리가 왜 ’망고나무 그늘 아래서‘란 책을 썼는지 알겠다. 드넓은 그늘을 가진 나무. 두 번째 사진은 나무 이름 모르겠음. 엔테베 식물원이다. 세 번째 사진은 빅토리아 호수. 이곳의 원경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롭다. 근경은, 비포장도로에 먼지 풀풀 나는 정말로 심란한 삶의 풍경이지만.. 푸름에 주목하면, 아프리카의 원초적 .. 2024. 10. 7. 아프리카, 두 개의 시간이 흐르는 곳 우간다는 르완다 바로 옆나라지만 동네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르완다에 처음 갔을 땐, 저녁마다 아이고 어른이고 물통에 물을 채우러 공동 수돗가에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마주치는 손바닥만한 꽃들이 눈길을 오래 사로잡았다. 고산지대라는 기후조건은 비슷하지만 여기선 꽃을 많이 못 본다.D는 꽃나무를 애써 심지 않아서일 거라고 말한다.대신에 좀 더 대도시다보니 상권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르완다에서는 노점을 많이 못 보았는데, 여기선 몇 미터마다 카사바나 짜파티 등 간단한 요리를 파는 노점들이 있다.부엌이나 조리 도구를 갖추지 못한 집들도 많아서 거기서 한 끼를 해결한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사진 5장을 골라보았다. 1. 바나나. 이 탐스러운 바나나 가지들은 내게 열대 고목과.. 2024. 10.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