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체류시 많이 불편했던 세 가지다. 첫째,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아 배불리 먹어도 뭔가 늘 허기졌다. 생채소를 먹을 수 없는 게 특히 아쉬웠다. 여긴 물이 안 좋기 때문에 무조건 익혀 먹어야 한다. 채소 종류도 제한된다. 한국의 쌈채소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둘째는 물이다. 수돗물을 믿을 수 없어 양치도 생수로 해야 한다. 생수는 루헨게리 산맥에서 오는데 생수 용기가 통이 얇아 미세 플라스틱 범벅일 것 같고 제조과정이 깨끗한지도 믿을 수 없다. 아무튼 철저히 관리하는데도 D는 장티프스에 두 번이나 걸렸다. 외식할 때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난 가기 전에 예방접종을 했었다.
마지막으론 산책을 못하는 것. 선진국과 후진국 거리의 가장 큰 차이는 인도의 존재 유무다. 캄팔라엔 도심 아주 일부를 제외하곤 거리에 인도가 없다. 비포장도로에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마구 달려와서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흙먼지와 소음은 덤이고. 갓길 자체가 없는데다 약간 있다손 치더라도 웅덩이가 깊게 패어 울퉁불퉁하다. 하수도가 없어 비만 오면 웅덩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포장한 도로도 그래서 조금씩 무너져서 상태가 열악하다.
그래도 답답해서 집 밖에 나간 일요일 오전. 거리는 흙먼지로 황량했다. 10분쯤 걷자 벌써 피곤이 몰려왔다. 돌아갈까, 공터가 나와서 잠시 서서 서성거리는데 신문 가판대가 보였다. 여기도 신문은 발행되네, 하면서 가판대에 눈길이 주는데, 세상에, 거기 반가운 얼굴이 있다. 1면에 가득 채운 그는 토트넘의 손흥민이다.
아는 이가 아무도 없어서 가끔 외계의 행성에 뚝 떨어진 듯 느껴지는 이곳에서 마주친 손흥민의 얼굴. 마치 외계에서 지구인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와 내가 살던 세계를 연결해주는 인물. 영국에 있는 탑스타 손흥민이 내가 속한 세계의 인물로 느껴지다니. 그때 알았다. 여기가 외국보다 더 머나먼 외국이라는 걸. 가끔 여기가 문명 세계가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도착한 다른 세상 같으니까. 손흥민 사진에 반가워하며 낯선 땅이 주는 고독을 실감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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