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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역사, 인물65

[청년 붓다 / 고미숙] &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 카렌 암스트롱] 익히 아는 인물의 이야기가 이렇게 흡입력 있게 읽히다니.. 붓다의 새롭고 놀랍고 독창적인 생애와 사유에 반했다. 다 읽고 보로부두르가 떠올랐다. 내가 청년 붓다의 이미지를 처음 만난 곳이다. 우리나라 불상의 부처님 이미지는 중년의 살집 많은 아저씨에 가까운데 보로부두르 불상들은 하나같이 청년 학승이었다. 구도의 순수한 열망이 서린 얼굴 표정이 너무 아름다워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고미숙 씨의 (청년 붓다)는 붓다의 생애를 청년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한 책이다. 사실 출가는 세간의 풍속과 기존의 모든 이념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청년의 열정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붓다가 그런 인물이었다. 귀족 출신으로 모든 걸 담대히 버리고 깨달음의 길을 찾아나섰다. 인간의 삶이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하는 이유를 밝히.. 2023. 11. 26.
[책] 전봉준, 혁명의 기록 / 이이화 2018년 서울 종로구 옛 전옥서 터에 전봉준 장군의 동상이 들어선다. 123년만에 전봉준 장군이 당신이 사형당한 그 자리에 돌아온 것이다. 작고한 역사가 이이화 선생(1937-2020)이 필생의 작업으로 추진한 일이었다. 돌아가시기 전 선생께서 그 결실을 볼 수 있어서 당시 뉴스를 보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친일사관이 판을 치던 때에 역사의 반역자로 치부되던 이들을 진정한 혁명가로 제대로 조명하며 민중사관을 정립한 분이 이이화 선생이다. 그래서 그분은 백성이 뜻을 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움직였던 동학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었다. 이이화 선생이 동학에 대해 지녔던 애정의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에도 못 미치지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 또한 동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유는 우리 역사에서 동학만이.. 2023. 8. 6.
[책] 허선행의 한글 아리랑 / 조철현 '선구자'란 단어가 있다. 어떤 일이나 사상에 있어 그 시대의 다른 사람보다 앞선 사람을 말한다. 1991년의 광주가 그랬다. 아직 5.18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고 과거사가 정리되지도 못한 시점이지만 광주의 지역민들은 자신처럼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역에서 기금을 모아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후손들을 위한 광주한글학교를 세 곳 세운다. 그리고 이듬해 아홉 명의 청년이 중앙아시아로 파견된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허선행씨다. 당시 전남대 사범대를 갓 졸업한 27살의 허선행씨는 광주한글학교의 대의에 공감해 청년의 순수한 포부를 품고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음에도 생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머나먼 우즈베키스탄으로 봉사를 떠난다. 그리고 우리말을 가르쳐줄 사람을 애.. 2023. 7. 29.
[책] 2023 황현필 [한국사 일력] 강추 매일 그날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 간단한 해설과 함께 적힌 달력. 이것만 봐도 세상 돌아가는 흐름이 잡힐 듯. 역사적 사건의 선정에는 물론 집필진의 사관이 개입되어 있다. 다가오는 12/28이 나석주 선생이 폭탄을 던진 날이란 것도 처음 알았다. 학생, 성인, 모든 분께 강추한다. 12장의 엽서도 함께 들어있다. 2022. 12. 25.
[책] 서양인 교사 윌리엄 길모어, 서울을 걷다 1894 개화기에 서양인들이 조선에 대해 쓴 책을 보이는 대로 다 읽고 있다. 그중 최고는 물론 지리적 식견이 해박한 이사벨라 비숍 여사의 이지만 다른 책들도 저마다 하나 이상의 재미있고 독특하면서 살짝 가슴이 아리는(조상님들이 불쌍해서) 조선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들을 모아가노라니 그 시대가 구체적인 빛깔을 띠고 내게 다가와서 그 즐거움 때문에 계속 읽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 공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에 교사로 초빙되어 1886년부터 1889년까지 일한 영국 태생 윌리엄 길모어의 책은 그 전에 읽은 책들과 비교할 때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다. 하지만 아마 그가 교사여서 그랬겠지만 그 자신이 소화한 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총체적 인상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특히 조선의 문화적, 외교적 위치가 중국과 일.. 2022. 11. 5.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 (황윤) __ 내겐 최고의 가이드북 이런 가이드북 좋다. 이런저런 정보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역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검색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제주의 전모. 제주가 고려 때 거의 원나라 자치주 성격의 장소였고 그래서 몽골인들이 많이 이주해 살았고 원이 힘이 약해졌을 때 공민왕이 제주를 고려에 복속시키려 애썼고, 몇 차례나 몽골 거주민들에 의한 반란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이다. 그걸 정벌하러 최영 장군이 내려가는 바람에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을..ㅠ 저자는 최영 장군이 제주에 내려갔던 루트를 따라가면서 제주의 역사를 맛깔나게 소개한다. 책 마지막에 붙은, 목호의 난을 소재로 한 짧은 역사소설은 이 책의 덤. 생각 이상으로 재밌다. 이 책 읽고 제주박물관을 방문했고, 목포해양박물관도 꼭 가야지 했다. 다음에 제.. 2022. 2. 28.
세종의 선택(백승종) / 세종이 만든 새로운 세상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세종이 그 시대의 무엇을 문제로 인식했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어떤 정책적 노력을 동원했는지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펼친 수많은 정책들을 통해서 세종의 깊은 고뇌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생전엔 그가 추진한 많은 정책들이 표류하고 공격 받고, 50년 100년 뒤에나 정착한 것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말년의 세종은 인간적으론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상 이처럼 천재적이면서도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왕이 있었던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 세종이 기울인 관심과 추진력이 놀랍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세종의 독서가 있었다. 그는 중국 역사를 꿰고 있었기에 조선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볼 수 있었다. 세종.. 2022. 2. 4.
만세열전 (조한성) / 이렇게 잘 쓴 책을 읽다니.. 소설보다 재밌고 영화보다 더 생생하게 3.1운동이란 역사적 사건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 책이에요. 저자는 거사 주모자들 뿐 아니라 3.1운동에 참여한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의 스토리를 복원했는데요. 그간 내버려져 있던, 3.1운동으로 체포된 사람들의 숱한 재판 기록과 취조 기록(경찰 및 검찰 심문조서, 공판시말서 등)을 낱낱이 읽어냄으로써 그게 가능했습니다. 작가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처음에 민족 대표들은 대중을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대중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해 자신들의 역할을 독립 선언 발표 정도에 한정하고, 선언 장소를 파고다공원에서 명월관으로 바꾸죠. 하지만 그날 파고다공원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가 들리고, 허점 투성이였던 민족 대표들의 거사 기획은 그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2021. 11. 13.
뭉우리돌의 바다(김동우) _ 가슴 찡한 사진과 함께 듣는 해외 독립운동 이야기 블라디보스톡에서 우수리스크 지나 하바롭스크까지, 내가 연해주에 처음 갔을 때 그곳에서 만난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에 가슴이 먹먹해졌던 적이 있다. 제 한 몸 바로 세우기도 어려운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 고향과 나라를 잊지 않았던 선조들의 애국심이 나라 밖에서 더 잘 느껴졌다. 이 책 '뭉우리돌의 바다'는 해외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다. 평소처럼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우리나라와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인도 델리 레드포트가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흔적이 있는 곳이란 걸 알게 되고 이후 몇 년 간 해외 독립운동 관련 장소를 취재하고 답사한다. 이번 책은 그 중에서 인도, 쿠바, 멕시코, 하와이, 미국을 다뤘다. 정부가 해야 할 만한 방대한 작업을 한 개인이 소화했다는 .. 2021. 9. 29.
이회영 평전(김삼웅) _ 근황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로 이회영 집안이 없었더라면 아마 조선의 양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을 것이다. 선비 정신,, 이라 흔히 말하지만 선비 정신이 있었다면 나라가 그 지경이 되지는 못했을 터. 관료들이 그렇게 부패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다른 책에서 이분의 삶을 더러 읽었으나 전체적으로 알고 싶어 평전을 빌렸다. 몰랐던 부분들을 몇 가지 확인했다. 과거를 보지 않고 노비들을 풀어주고 새로운 사상에 열려 있는 등 이회영 선생은 당시 권문세족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는데 그의 사상적 행로가 기존 성리학자들과 달리 양명학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하여금 간도, 북경, 만주를 오가게 만든 시대는 그를 아나키스트로 만든다. 이회영 일가 6형제가 모두 재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떠난 것은 실로 보기 드문 일이다. 그 많은 재산을 .. 2021. 9. 16.
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조지 포크 지음, 사무엘 홀리 편집) 구한말 조선을 여행한 서양인의 기록은 장바구니에 담아둔 한 권 빼고는 다 읽은 줄 알았는데 고산도서관에서 내 목록에 없던 책을 발견했다. 미국 외교관의 최초 조선 보고서다. 이 책은 기존 여행기나 기록과 차이점이 있다. 1884년이라는 이른 시기가 그렇고(읽은 것 중에서는 제일 이른 시기인 듯), 또 하나는 다른 여행자들과 달리 조선의 관료와 똑같이 가마를 타고 수행원을 거느린 채 조선 각지의 감영을 돌면서 대접을 받으며 여행했다는 것이다. 아, 사진을 즐겨 찍고 직접 현상하며 여행한 것도 특징이다. 안타깝게도 여행중 강물에 몽땅 빠트리기도 하지만. 서울을 떠나 삼남대로를 따라 수원을 거쳐 공주의 충청감영, 전주의 전라감영, 나주, 담양, 순천, 함양, 진주, 창원, 김해를 거쳐 부산까지, 그리고 다시 .. 2021. 9. 9.
고투 40년 / 이극로 _ 온세상을 보고 나면 무엇이 하고 싶을까 한참 전에 사둔 책을 이제야 읽는다. 두께가 있는 자서전이라 맘먹고 펼쳤는데 아뿔싸, 이극로 선생의 회고담은 50장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해제 및 관련 자료이다. 진작 읽을 껄~ 읽고 나서 1893년생인 이분의 인생 행로가 너무 놀라워 D에게 이야기하니 이렇게 말한다. "온 세상을 보고나면 뭐가 궁금해지는지 알아? 나는 누구인가지. 나에 관심이 생겨." "그래서 이분이 경제학을 전공하고 편하게 살 길이 많았는데 한글 연구를 선택했구나." "그랬겠지. 도올 김용옥 선생이 왜 민족주의자가 되었겠어? 그분이 세상을 봤거든." "맞다. 도올도 그렇지." "넓은 세상을 본 사람의 인생은 두 가지 길로 나뉘어. 나라 팔아먹거나 아니면 민족주의자가 되거나."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그 시절, 남이 못 보는 세상을 경험.. 2021. 8. 22.
일본산고 / 박경리 _ 철저한 반일작가, '토지'의 박경리 선생 “나는 철두철미 반일작가입니다.”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이렇게 지명도 있는 분이 여러 오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정체성을 이렇게 분명히 표현하다니. 물론 박경리 선생은 그 뒤에 한 마디를 덧붙인다. “나는 철두철미 반일작가지만 반일본인은 아닙니다.” 박경리 선생의 반일은 반군국주의, 반제국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한 마디로 반파시즘, 반나치즘이다. 그렇다면 그건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독일과 일본의 차이는 과거사를 사죄했냐 문제가 아니다. 독일은 2차대전 패전국이라 사죄했지만 승전국 영국, 프랑스는 아프리카 등에서 저지른 학살에 사과한 적이 없다. 문제는 독일은 반나치즘이지만 일본은 군국주의를 여전히 미화한다는 데 있다. 그들은 일왕 중심의 신국사상, 조선 지배를 시작으로 대동아공영론의 야욕을 뻗었.. 2021. 7. 27.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피에리 말베치· 조반니 피렐리 엮음 _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눈물을 훔치며 읽은 책 도서관에서 빌려놓고는 책 반납하라는 문자가 올 때까지 잊고 있었다(문자는 반납일 전날에 온다). 500쪽 넘는 두꺼운 책을 하루만에 읽기도 글러서 걍 반납해야겠다 생각하고 책장을 펼쳤다가 한 시간 동안 울면서 읽었다. 꼼꼼하게 다 읽진 않고 듬성듬성 책장을 넘겨보았기에 한 시간 정도 봤지만, 책을 읽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훌쩍거리긴 처음이었다. 이 책은 1943년부터 1945년 사이, 무솔리니에 저항한 이탈리아 파르티잔 201명의 편지 모음집이다. 이들은 총살당하기 몇 시간 전, 혹은 하루 전날에 가족에게 편지를 쓸 기회가 주어졌다. 편지는 몇 줄인 것도 있었고 두세 쪽인 것도 있었으나 대부분 짧았다. 길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어떤 이는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적기도 했다. 나.. 2021. 7. 15.
시간의 압력 / 샤리쥔 __ 이천 년의 시공을 넘나들며 불멸의 인물을 탐구하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처음 읽은 게 고교 한문 시간이었다. 시구에 담긴 서정성은 잔잔히 마음을 파고들었으나 그게 왜 그리 환호할 만한 시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샤리쥔의 을 읽으면서 귀거래사의 첫 부분 "돌아가자"가 얼마나 절실하고 뜨거운 외침인가 하는 것을 알았다. 책을 읽고 필 받아서 D를 향해 "돌아가자!" "우리도 자연으로 돌아가자!!"를 외쳤더니 D는 어이없어 하며 '혼자 돌아가세요' 한다. 아무튼 이 책, 대단한 필력이다. 유려한 문장과 스토리텔링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저자가 겸비한 인문적 시선의 깊이와 넓이 때문이다. 후자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굴원, 조조, 도잠, 이백, 사마천, 이사, 이릉, 상앙, 하완순. 저자는 이천 년의 시공을 관통하면서 이 아홉 명의 인물과 그가 .. 2021.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