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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역사, 인물70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 / 최여정] __ 런던 여행 최고의 길잡이 런던 여행을 준비하며 관련 작가들의 책을 읽는 중이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을 오랜만에 다시 읽고 뿌듯. 셰익스피어와 코난 도일 정도 더 보면 되겠지 했는데 알면 알수록 목록이 끝없이 늘어난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밀턴의 실낙원,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 고교 때 최애 시인이었던 윌리엄 블레이크... 런던이 고향은 아니나 그곳에 무덤이 있는 브론테 자매 소설까지... 다니앨 디포의 걸리버 여행기도...  유토피아, 실낙원, 켄터베리 이야기는 안 읽은 책이고, 나머지는 다 30년쯤 전에 본 책인데,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이걸 다 다시 읽고 가야 하나 싶다. 마음은 앞서는데, 다 소화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런던에 고작 나흘 머무는데 독서 목록을 보자니 이대로라면 2주는 있어야 .. 2025. 2. 1.
[도스토예프스크키를 쓰다 / 슈테판 츠바이크] __ 두 천재의 대화에 매혹되다 1.책과의 인연도 사람과 만나는 것과 같다. 우연처럼 보이는 만남에도 이유가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예전부터 좋다고 들었지만, 다른 할 일과 읽을 거리들에 밀려 오랫동안 내 손에 닿지 않았다. 그가 내 목록에 오르게 된 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챗지피티가 잘못된 정보를 알려줘서 난 그가 비엔나 출신인 줄 알았던 것이다. 여행 계획 세우며 비엔나를 대표하는 작가들 책은 읽고 가야지 하며 대출했는데, 알고보니 짤쯔부르크 출신이다.  그의 많은 저서 중에서 이 책에 손이 먼저 갔던 건 최근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완독했기 때문이다. 이 위대한 작품을 츠바이크는 어떻게 설명할까,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얇고 자그마한 책이지만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그의 감정은 대양만큼 넓고 깊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 2025. 1. 2.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박노자] __ 역사의 비극 속에서 흩어진 열정 도서관을 기웃거리다 우연히 눈에 띈 책. 예전에 한동안 일제강점기와 해방정국의 책에 몰두한 적이 있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오, 이건 내가 잘 모르는 주제인데? 박노자 선생의 책은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읽는 편이다. 김구 선생을 극우 테러리스트로 취급한다던가, 민족주의에 대한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 등이 있어서. 물론 서구 강대국이나 일본처럼 제국주의와 결부된 민족주의의 폐해를 모르는 바 아니나, 우리나라는 근대국가 성립 과정에서, 그리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민족주의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므로. 박노자 선생은 미국을 예로 들며 민족이 없어도 국가 성립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미국은 300년밖에 안 된 나라라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좀 더 긴 세월이 흘러봐야 알고... 또 다문화국가라.. 2024. 11. 30.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 정지아] __ 한 성자에 대하여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내가 흠모하는 작가의 일대기를 썼다.얼른 주문할 수밖에... 올해 5월에 출판된 따끈따끈한 새 책이다.  권정생 선생의 일대기를 주요 사건과 함께  10개의 작은 토막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편안하게 씌어져있고분량도 200쪽이 안 되어 부담 없었다.  그래서 가볍게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있는데 책 말미에 이르러서는 나도 모르게 엉엉 울고 있다.  권정생 선생은 1937년생이다. 식민지, 6,25전쟁, 분단의 비극, 그 한가운데를 통과하며벗어날 수 없는 가난, 가족과의 생이별, 그리고 본인을 덮친 결핵이라는 병마... 아, 힘들어도 어찌 이리 힘들까 싶은 신산한 삶 속에서선생은 마치 눈물로 만든 보석 같은 이야기를 당신 삶 속에서 건져올린다. 그 아픈.. 2024. 8. 2.
[청년 붓다 / 고미숙] &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 카렌 암스트롱] 익히 아는 인물의 이야기가 이렇게 흡입력 있게 읽히다니.. 붓다의 새롭고 놀랍고 독창적인 생애와 사유에 반했다. 다 읽고 보로부두르가 떠올랐다. 내가 청년 붓다의 이미지를 처음 만난 곳이다. 우리나라 불상의 부처님 이미지는 중년의 살집 많은 아저씨에 가까운데 보로부두르 불상들은 하나같이 청년 학승이었다. 구도의 순수한 열망이 서린 얼굴 표정이 너무 아름다워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고미숙 씨의 (청년 붓다)는 붓다의 생애를 청년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한 책이다. 사실 출가는 세간의 풍속과 기존의 모든 이념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청년의 열정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붓다가 그런 인물이었다. 귀족 출신으로 모든 걸 담대히 버리고 깨달음의 길을 찾아나섰다. 인간의 삶이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하는 이유를 밝히.. 2023. 11. 26.
[백년 동안의 증언 / 김응교] __ 간토대지진과 그 이후 1923년 9월 1일 11시 58분에 발생한 진도 7.9의 간토대지진.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학살극이 시작된다.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일본어 발음 중 까다로운 것을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이 가해진다. 자연이 초래한 어마어마한 재앙은 그 이상의 참혹한 비극을 낳는다.  지금도 일본 정부는 유언비어 때문에 벌어진 학살이었다고 이야기할 뿐 그 유언비어의 진원지는 말하지 않는다. 불안과 두려움을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분출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막으려 했다는 것을. 그래서 학살된 사람 중에선 일본인도 포함되었다. 일본의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들이 주요 표적이 되었고, 도쿄 발음을 잘 못하는 오사카 사람도 끼어 있었다. 평소 국.. 2023. 10. 10.
[전봉준, 혁명의 기록 / 이이화] 2018년 서울 종로구 옛 전옥서 터에 전봉준 장군의 동상이 들어선다. 123년만에 전봉준 장군이 당신이 사형당한 그 자리에 돌아온 것이다. 작고한 역사가 이이화 선생(1937-2020)이 필생의 작업으로 추진한 일이었다. 돌아가시기 전 선생께서 그 결실을 볼 수 있어서  당시 뉴스를 보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친일사관이 판을 치던 때에 역사의 반역자로 치부되던 이들을 진정한 혁명가로 제대로 조명하며 민중사관을 정립한 분이 이이화 선생이다. 그래서 그분은 백성이 뜻을 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움직였던 동학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었다.  이이화 선생이 동학에 대해 지녔던 애정의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에도 못 미치지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 또한 동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유는 우리 역사에서 동.. 2023. 8. 6.
[허선행의 한글 아리랑 / 조철현] __ 우리 시대의 선구자 '선구자'란 단어가 있다. 어떤 일이나 사상에 있어 그 시대의 다른 사람보다 앞선 사람을 말한다. 1991년의 광주가 그랬다. 아직 5.18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고 과거사가 정리되지도 못한 시점이지만광주의 지역민들은 자신처럼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지역에서 기금을 모아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후손들을 위한광주한글학교를 세 곳 세운다. 그리고 이듬해 아홉 명의 청년이 중앙아시아로 파견된다.그 중 한 명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허선행씨다.  당시 전남대 사범대를 갓 졸업한 27살의 허선행씨는광주한글학교의 대의에 공감해 청년의 순수한 포부를 품고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음에도 생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머나먼 우즈베키스탄으로 봉사를 떠난다.그리고 우리말을 가르쳐줄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던.. 2023. 7. 29.
2023 황현필 [한국사 일력] 강추 매일 그날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간단한 해설과 함께 적힌 달력.이것만 봐도 세상 돌아가는 흐름이 잡힐 듯. 역사적 사건의 선정에는 물론집필진의 사관이 개입되어 있다.다가오는 12/28이 나석주 선생이폭탄을 던진 날이란 것도 처음 알았다.학생, 성인, 모든 분께 강추한다.12장의 엽서도 함께 들어있다. 2022. 12. 25.
[서양인 교사 윌리엄 길모어, 서울을 걷다 1894 / 윌리엄 길모어] 개화기에 서양인들이 조선에 대해 쓴 책을 보이는 대로 다 읽고 있다. 그중 최고는 물론 지리적 식견이 해박한 이사벨라 비숍 여사의 이지만 다른 책들도 저마다 하나 이상의 재미있고 독특하면서 살짝 가슴이 아리는(조상님들이 불쌍해서) 조선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들을 모아가노라니 그 시대가 구체적인 빛깔을 띠고 내게 다가와서 그 즐거움 때문에 계속 읽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 공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에 교사로 초빙되어 1886년부터 1889년까지 일한 영국 태생 윌리엄 길모어의 책은 그 전에 읽은 책들과 비교할 때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다. 하지만 아마 그가 교사여서 그랬겠지만 그 자신이 소화한 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총체적 인상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특히 조선의 문화적, 외교적 위치가 중국과 일.. 2022. 11. 5.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 / 황윤] __ 내겐 최고의 가이드북 이런 가이드북 좋다. 이런저런 정보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역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검색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제주의 전모. 제주가 고려 때 거의 원나라 자치주 성격의 장소였고 그래서 몽골인들이 많이 이주해 살았고 원이 힘이 약해졌을 때 공민왕이 제주를 고려에 복속시키려 애썼고, 몇 차례나 몽골 거주민들에 의한 반란이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이다. 그걸 정벌하러 최영 장군이 내려가는 바람에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을..ㅠㅠ 저자는 최영 장군이 제주에 내려갔던 루트를 따라가면서 제주의 역사를 맛깔나게 소개한다. 책 마지막에 붙은, 목호의 난을 소재로 한 짧은 역사소설은 이 책의 덤. 생각 이상으로 재밌다.  이 책 읽고 제주박물관을 방문했고, 목포해양박물관도 꼭 가야지 했다. 다음에.. 2022. 2. 28.
[세종의 선택 / 백승종] __ 세종이 만든 새로운 세상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세종이 그 시대의 무엇을 문제로 인식했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어떤 정책적 노력을 동원했는지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펼친 수많은 정책들을 통해서 세종의 깊은 고뇌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생전엔 그가 추진한 많은 정책들이 표류하고 공격 받고, 50년 100년 뒤에나 정착한 것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말년의 세종은 인간적으론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상 이처럼 천재적이면서도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왕이 있었던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 세종이 기울인 관심과 추진력이 놀랍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세종의 독서가 있었다. 그는 중국 역사를 꿰고 있었기에 조선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볼 수 있었다. 세종.. 2022. 2. 4.
[만세열전 / 조한성] __ 이렇게 잘 쓴 책을 읽다니.. 소설보다 재밌고 영화보다 더 생생하게 3.1운동이란 역사적 사건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 책이에요. 저자는 거사 주모자들 뿐 아니라 3.1운동에 참여한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의 스토리를 복원했는데요. 그간 내버려져 있던, 3.1운동으로 체포된 사람들의 숱한 재판 기록과 취조 기록(경찰 및 검찰 심문조서, 공판시말서 등)을 낱낱이 읽어냄으로써 그게 가능했습니다. 작가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처음에 민족 대표들은 대중을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대중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해 자신들의 역할을 독립 선언 발표 정도에 한정하고, 선언 장소를 파고다공원에서 명월관으로 바꾸죠. 하지만 그날 파고다공원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가 들리고, 허점 투성이였던 민족 대표들의 거사 기획은 그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2021. 11. 13.
[뭉우리돌의 바다 / 김동우] __ 가슴 찡한 사진과 함께 듣는 해외 독립운동 이야기 블라디보스톡에서 우수리스크 지나 하바롭스크까지,내가 연해주에 처음 갔을 때 그곳에서 만난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에가슴이 먹먹해졌던 적이 있다. 제 한 몸 바로 세우기도 어려운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면서도고향과 나라를 잊지 않았던 선조들의 애국심이나라 밖에서 더 잘 느껴졌다. 이 책 '뭉우리돌의 바다'는 해외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다. 평소처럼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우리나라와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인도 델리 레드포트가 독립운동사의 중요한 흔적이 있는 곳이란 걸 알게 되고이후 몇 년 간 해외 독립운동 관련 장소를 취재하고 답사한다. 이번 책은 그 중에서 인도, 쿠바, 멕시코, 하와이, 미국을 다뤘다. 정부가 해야 할 만한 방대한 작업을 한 개인이 소화했다는 것이 놀라웠.. 2021. 9. 29.
[이회영 평전 / 김삼웅] __ 근황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로 이회영 집안이 없었더라면 아마 조선의 양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을 것이다. 선비 정신,, 이라 흔히 말하지만 선비 정신이 있었다면 나라가 그 지경이 되지는 못했을 터. 관료들이 그렇게 부패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다른 책에서 이분의 삶을 더러 읽었으나 전체적으로 알고 싶어 평전을 빌렸다. 몰랐던 부분들을 몇 가지 확인했다. 과거를 보지 않고 노비들을 풀어주고 새로운 사상에 열려 있는 등 이회영 선생은 당시 권문세족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는데 그의 사상적 행로가 기존 성리학자들과 달리 양명학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하여금 간도, 북경, 만주를 오가게 만든 시대는 그를 아나키스트로 만든다. 이회영 일가 6형제가 모두 재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떠난 것은 실로 보기 드문 일이다. 그 많은 재산을 .. 2021.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