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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역사, 인물65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 최성락 ㅡ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구한말 조선의 모습 근현대사 관련 1차 사료는 눈에 띌 때마다 보는 편이다. 원전을 직접 볼 때 누군가의 해설로 만들어진 이미지 너머의 실재에 조금은 근접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반 년만에 문을 연 고산도서관에서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저자는 100년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조선 관련 기사들을 소개한다. 기사가 많지는 않으며 길이도 짧다. 하지만 그 조각들을 이리저리 모아놓고 보니, 한중일의 시선이 아니라 당대 서구가 조선이란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가를 알게 된다. 그들의 시각이 당연히 모두 옳지는 않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주의,주장 없이 일어난 사실 중심으로 건조하게 기사를 쓰는 편이라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당대 현실을 좀 더 객관화해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번역된 기사도.. 2020. 7. 18.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 서경식 ㅡ 열린 사회에서 식민주의로, 일본이 택한 변화 흥미진진하다. 재일교포 철학자 서경식 선생이 비판하는 대상은 일본 우파가 아니다. 일본에서 진보적인/리버럴한 편에 서 있는 지식인의 ‘애매한’ 태도를 문제 삼는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난 이십년간 일본사회 내부에 이런 정치적/문화적 변화가 일어난 줄은 몰랐다. 패전 후 평화를 기조로 삼았던 열린 사회였던 일본이 과거 식민주의로 퇴행하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은 이 모든 변화를 경험했지만 지금 일본 젊은이들은 최근의 분위기밖에 모른다는 점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얘기다. 2017년 출간. 마치 지금의 한일 관계를 예언하는 듯한 책. 2020. 5. 25.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 백승종 ㅡ 한국사를 좌우한 15인에 대한 평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제목이 왜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인지를. 대개 사람들의 삶은 마흔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 같다. 마흔 이전은 그저 앞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고, 마흔이 되어서야 우리는 지난 날 나의 선택을, 내가 살아온 세상에 대해 내가 취한 스탠스를 성찰하기 시작하므로. 우리 삶은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 많은 도전과 동시에 많은 오류로 채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므로. 이 책은 한국사에 깊은 영향을 미친 열다섯 명 위인들에 대한 간략한 평전이다. 한 명 한 명에 대한 서술이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얕지도 않다. 이들이 시대적 격변기에 내린 선택이 역사를 좌우하는데, 그 선택에 영향을 준 한 인물의 개인적 특성과 생애사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닌 장점과 더불어 그들이 지닌 시.. 2019. 11. 9.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 백승종 ㅡ 동학사상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 동학 사상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 구어체로 알기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서술되었다. 우선 동학이라는 종교/사상이 태동하게 된 배경으로서 조선사회(지배층과 농민)에 대한 주류와는 다른, 그러나 근거가 있는 매우 설득력 있는 분석과 주장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중세 이후 유럽 농촌사회를 관심 있게 연구해온 학자이기에 가질 수 있는 관점이다. 그 중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은 마을 두레에 기반한 농민 조직, 그리고 평민지식인의 새로운 등장이었다. 그들이 어떤 철학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는지, 최제우, 최시형, 손병희의 삶과 각각 조금씩 차이 나는 주장을 이 책은 섬세하게 다룬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서방 열강과 일본이 온통 뒤흔들고 있던 난세에 그들이 품은 포부와 그들이 열어가고자 한 세상의 모습에 마음 깊.. 2019. 10. 14.
제국의 위안부 | 박유하 ㅡ 끔찍한 위선으로 점철된 책 예상보다 훨씬 처참한 책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내가 목격한 '가장 끔찍한 위선'이었다. 피해자를 위하는 척 하면서 두 번 죽이는. 읽으며 내내 고통스러웠다.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자신의 유려한 말발로 이렇게 진실을 호도해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어도 좋은가? 일단 책 전체가 논리적 비약과 확대 해석으로 가득차 있어 학술서 수준이 못 된다. 사료를 공정하게 다루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료를 취사선택하여 위안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정립을 시도하는 책이다. 문제는 박교수가 그려내는 위안부의 이미지가 그가 공격하는 기존의 위안부 이미지보다 훨씬 진실과 멀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이 책이 논란이 되었을 당시엔 관심이 없었다.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 2019. 7. 31.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 | 이사벨라 버드 비숍 ㅡ 영국 지리학자의 구한말 조선에 대한 종합적 보고서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닙니다. 저자가 밝힌 대로 조선에 대한 한 지리학자의 '연구서'예요. 영국 태생의 지리학자이자 여행가인 그녀는 1894년 조선에 첫발을 내딛은 이래 4년간 조선을 네 차례 방문하고 조선 각지의 문물, 역사, 풍습, 정치, 지리에 대한 기록을 남깁니다. 책장을 넘기며 곳곳에서 감탄했어요. 저자의 놀라운 관찰력과 묘사의 치밀함 때문이었죠. 한 사회를 겉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회를 작동하고 있는 정치, 사회적 구조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저자의 여행기를 따라가노라면 어느새 구한말 조선의 풍경 속에 풍덩 빠져들게 됩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대한 묘사를 보노라면 당시 조선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이었나 절감하게 되고, 국권을 잃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길이었는가를 또렷이 .. 2019. 1. 8.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 제임스 게일 ㅡ 조선의 보통사람, '상놈'에 대한 애정어린 기록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책을 읽는다. 내 경우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추적하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자료 조사를 위해서 읽을 때도 많다. 그런데 내게 있어 가장 큰 독서의 즐거움은, 단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그 시대의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들 때다. 그 풍경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자신의 뜨거운 감성으로 느끼고 소화한 '내면의 풍경'이다. 작가의 내면의 풍경 속으로 초대되는 순간이면 나는 언제나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과 감동을 느낀다. 이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 책 은 그런 드문 경험을 제공하는 책이고 그래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가슴이 울렸다.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을 쓴 이사벨라 비숍 여사는 자신의 책에서 조선에 관해서라면 제임스 게일만큼 .. 2018. 12. 23.
광주백서 | 소준섭 _ 기억이 힘이다 본문 뒤에 실린, 박학모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기억의 형법'"에서 ## 앤서니 캠프는 과거를 짐으로 바라보는 문화는 역사를 단절과 망각과 경멸로 대하기 때문에 반역사적이며, 결국 역사의 비인간화와 기억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반면 역사를 사회적 기억으로 유지하는 문화에서 역사는 사회적 기억의 논리적 귀결을 따르게 하는 기능을 한다. 제노사이드 연구자 허버트 허시에 따르면, 역사와 시간을 대하는 단절적 패러다임만이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은 무엇보다 정치권력에 기여하도록 조작되며,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은 그 자체로 권력의 수단이 된다. pp158 ## 독일에서는 최근 홀로코스트 부인 금지의 정당화 근거는 기존의 형법적 법익론의 카테고리 너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견해들이 유력하게.. 2018. 12. 21.
중국에서 만나는 한국 독립운동사/ 윤태옥 두 번째로 읽은 중국 대륙 독립운동 답사기. 사실 출판된 것이 두 권 뿐이다. 먼저 읽은 책은 작년에 나온 국어 교사가 쓴 . 이 책은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책으로 저자가 중국에서 십 년 이상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중국통 PD다. 두 책은 색깔이 많이 다르다. 전자가 관련 일화들을 풍부하게 스토리텔링하여 소개하는 반면 저자의 역사관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자기만의 분명한 관점을 갖고 역사를 평가한다. 그러다보니 우리 독립운동사의 맥락이 더 잘 드러나는 장점이 있었다. 두 책이 서로 보완이 되었다. 저자의 답사는 독립운동 1세대인 왕산 허위 선생과 우당 이회영 선생에서 시작한다. 허위 일가는 이회영 일가와 함께 집안 전체가 독립운동을 한 대표적 명문가인데, 구미가 고향이었다. 구.. 2018. 9. 11.
한국독립운동사/ 박찬승 ## 1980년대 이후 학계 안팎에서는 독립운동의 주류를 무엇으로 설정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크게 세 가지 관점이 제시되었다. 첫째는 민족주의 세력 중심론이고, 둘째는 민족협동전선(민족통일전선) 세력 중심론, 셋째는 사회주의 세력 중심론이다. 민족주의 세력 중심론은 그 내부에서 이동녕-김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중심론, 미주의 이승만 세력 중심론, 그리고 국내의 실력양성 운동 세력 중심론 등으로 다시 나뉜다. 두 번째의 민족협동전선 세력 중심론은 신간회, 민족유일당 운동, 임정의 좌우 세력 포괄, 여운형의 건국동맹 조직 등을 강조하는 거인데, 이는 다시 안재홍과 같은 중도우파 세력을 중심으로 보는 견해와 여운형과 같은 중도좌파 세력을 중심으로 보는 견해로 나뉜다. 세 번재의 사회주의운동 중심론에는 국.. 2018. 8. 25.
단재 신채호 평전/ 김삼웅 신채호 선생의 글을 많이 인용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평전에서 내가 특히 눈여겨본 부분은 3.1운동 직후 임시정부를 둘러싼 갈등이다.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이승만이 추대되는데, 이승만이 미국에서 한국을 위임통치해줄 것을 건의하는 문서를 보낸 것을 재미동포의 편지로 알게 된 신채호 선생과 김창숙 선생은 대노하여 임시정부에서 이승만을 제거하려고 애를 쓴다. 이승만은 국무총리로 추대되었으면서도 상해에 오지 않고 미국 현지에서 머물며 대통령 직함만 사용하고 있었다(당시 임시정부는 내각제여서 국무총리임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신채호 는 이승만을 몰아내는데 실패한다. 과반 이상의 사람들이 반대를 표했고, 성격이 불 같은 당시 경무국장이던 김구 선생도 임시정부가 막 결성된 상태여서 임시정부 자체가 와해될 수.. 2018. 8. 22.
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김태빈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분을 만났다. 저자는 국어 교사이면서 북경국제학교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게 되어 중국에 있을 때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를 답사한다. 중국을 남부, 북부, 서부로 나누어 거의 전역을 답사했다. 그 장소의 분위기에 대한 묘사라든가, 개인적 소회와 느낌을 많이 쓰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대신에 각각의 장소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의 일화를 소개하여 독립운동사를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현상금 60만원의 김구 선생을 몇 년씩이나 몰래 숨겨준 중국인들, 충칭 임정청사가 보존되도록 애쓴 재중동포(독립운동가의 후손)의 일화 등도 인상 깊었다. 이 일화들을 읽으며 스토리는 영웅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숱한 조연들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 2018. 8. 19.
김좌진/ 박환 김좌진 장군의 삶, 출생부터 암살에 이르기까지의 행로와 그의 사상적 배경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한번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당시 신문 기사를 많이 인용한 점, 사진 자료를 많이 싣고 있는 점이 그 시대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김좌진 장군은 요즘 말로 하면 '엄친아'였다. 2천석을 거둬들이는 충남 홍성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고 개화파의 김옥균이 그의 먼 친척이었다. 하지만 장군은 집안의 노비를 모두 풀어주고 애국계몽운동에 나섰다가 이후 만주로 망명한다. 이 책은 유명한 청산리대첩 뿐 아니라 장군이 참여한 다양한 독립투쟁 활동을 소개한다. 군자금 마련의 어려움, 사상과 헤게모니에 따른 독립군의 분열, 신민부 독립군이 재만동포들에게 그들 위에 군림하는 일종의 관청처럼 행세했기에 민심과 멀어지는 모습도 다루었다.. 2018. 8. 13.
안두희, 그 죄를 어찌할까/ 김삼웅 우리의 뒤틀린 현대사를 한 인물의 생애를 통해 살펴볼 때, 안두희만큼 적격의 인물도 없는 것 같다. 한 '사람'이 아니라 한 '시대'를 암살한 인물. 그는 백범을 암살하고도 6.25가 터지면서 육군 소위로 복귀하고 여론에 밀려 은퇴한 후에도 군납업으로 강원도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재력가가 된다. 저자 김삼웅 선생은 객관성과 중립성을 이유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역사적 가치 판단을 유보하지 않는다. 매우 쉬우면서도 명확한 관점으로 안두희와 그의 시대를 조명한다. 책 말미에 사법부가 포기한 백범 암살의 배후를 추적하기 위해 애쓴 분들의 이야기도 덤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 안두희. 백범 암살범의 고유명사이면서 친일반민족세력, 분단세력, 서북청년단, 이승만 정권, 미국 CIC를 배후로 하는 보통명사의 테러.. 2018. 8. 12.
박환 교수와 함께 걷다: 블라디보스토크/ 박환 2018.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