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책 이야기/역사, 인물65

친일파의 한국 현대사/ 정운현 악질 매국노 44인의 친일 행적을 추적한 이야기다.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알던 인물도 그 행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되어 유익했다. 이들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 한 시대의 삶의 모습이 그려졌다. 곳곳에서 이들이 활약함으로써 독립지사들이 계획한 거사들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많았다. 일제 말 몇 년간을 군수로 부임한 것을 평생 죄스러워하며 공개적으로 사과를 거듭한 전 홍익대 총장 이항녕 같은 이가 있었던 반면, 악질 친일파 중에서 자신의 잘못을 정식으로 반성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했다. 저자 정운현 선생이 기자 출신답게 문장력이 좋다. 가볍지 않은 내용을 쉽게 잘 읽히도록 쓴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2018. 6. 10.
서울과 교토의 1만년/ 정재정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과 함께 교토 여행의 필독서라 할 만하다. 교토의 문화 유적을 과거 한일 문화 교류와 현재 한일 관계에 비추어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관점이 비슷하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문화 유적 별로 설명하고 있다면, 이 책은 교토의 역사를 시대별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읽은 갖가지 내용을 다시 한 번 잘 갈무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교토는 천 년 이상 일본의 수도였기에 교토의 역사를 통해서 일본사를 구체적이고 쉽게 꿰뚫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현대의 한일 관계사도 빼놓지 않고 다루고 있다. 교토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과 함께 문명이 시작된 곳이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도시이자, 메.. 2018. 5. 7.
조선어학회 33인/ 박용규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었던 33분의 면모를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어 국어 선생으로서 매우 부끄러웠고, 이 책을 펴낸 저자에게 마음 깊이 감사했다. 2014년 출간된 책인데, 저자는 근대사 전공으로 조선어학회 항일 투쟁사를 주로 연구하는 분이다. 그간 나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이윤재, 한징 두 분이 옥사하신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책에서 소략하게나마 33분이 그 시대를 어떻게 헤쳐갔는지를 알게 되어 가슴이 찡했다. 이 분들 중에서 저자의 노력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 국가유공자에 선정된 분도 있고, 아직도 오르지 못한 분도 있었다. 특히 감옥에서 옥사한 이윤재 선생의 경우 대구 출신으로 묘소가 달성군 다사읍에 방치도어 있다가 저자의 노력으로 2013년 묘소가 대전국립현충원에 이장되었는데 .. 2018. 5. 6.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서경식 한나 아렌트는 20세기를 '난민의 세기'로 규정했다고 한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파시즘과 냉전, 제국주의가 남긴 식민지 각국의 내전, 매카시즘, 미디어의 폭력과 환경 파괴, 노동 문제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20세기는 도처에서 '난민'을 양산해왔다고 보면 된다. 저자는 이 난민의 시대를 온몸으로 진실하게 통과한 49명의 삶을 스케치한다. 이들은 모두 제 명대로 살지 못했는데, 저자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한 이들이야말로 20세기의 얼굴이라고 이야기한다. 기록을 남기지 못한 수많은 제3세계 사람들의 이야기는 담을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의 이름은 기억하며 새로운 세기를 맞고 싶은 바람을 책에 담았다. 49명 중에는 잘 아는 이도 있었지만 모르는 이도 많았으며, 파블로 카잘스처럼 그의 삶의.. 2018. 4. 15.
돌베개/ 장준하 나는 "못난 조상이 또다시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이 수기 속에서 중언부언했다. 왜냐하면 내가 광막한 중원 대륙 수수밭 속에 누워 침 없이 마른입으로 몇 번이나 되씹었고 또 눈 덩어리를 베개로 하고 동사의 기로에서 밤을 지새우며 한없이 울부짖었던 이 말이 곧 나라를 빼앗긴 우리의 못난 조상에 대한 한스러움과 다시는 후손에게 욕된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우리의 단호한 결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복 조국의 하늘 밑에는 적반하장의 세상이 왔다. 펼쳐진 현대사는 독립을 위해 이름 없이 피 뿜고 쓰러진 주검 위에서 칼을 든 자들을 군림시켰다. 내가 보고 들은 그 수없는 주검들이 서러워질 뿐, 여기 그 불쌍한 선열들 앞에 이 증언을 바람의 묘비로 띄우고자 한다. p6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가슴.. 2018. 1. 9.
옥스퍼드 중국사 수업/ 폴 로프 중국사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북경 여행을 위해 도서관에서 중국사 관련 책을 훑어보았는데 한 권으로 된 쉬운 책이 거의 없어 놀랐다. 그 가운데 눈에 띈 것이 이 책인데 입문서로 좋다. 중국사를 왕조사가 아니라 다양한 문명이 녹아드는 용광로로 이해하고, 중국사를 문명사의 관점에서 다른 문명과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 지에 초점을 맞추어 폭넓게 서술해서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중국사 전체를 세밀하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으며 각 시기별로 어떤 독특한 발전을 이룩했는지, 다른 문화와는 어떻게 접촉해왔는지를 전반적으로 조감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2017. 8. 1.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 허영선 이 책의 추천사에서 역사학자 서종석은 '4.3은 시인이 써야겠구나' 라고 말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제주가 고향인 허영선 시인이 그려내는 4.3 이야기는 사건의 전개 과정을 쉽게 서술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로는 다하기 어려운 슬픔과 애통함을 품격 있는 언어로 재현하고 있다. 마치 단편 영화들의 모음을 보는 것처럼 현장에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고산도서관에서 발견한 유일한 4.3 관련 책이라 빌려온 것인데, 우연히 좋은 책을 만났다. 4.3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중고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17. 2. 12.
베트남의 한국군 증오비;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 이재갑 한국군 30만이 참전한 베트남 전쟁. 미군이 한국군을 교전 지역 마을 탐색에 주로 배치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가장 끔찍한 종류의 학살은 한국군에 의해 자행되었다 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가장 많이 학살한 주범이 한국군이었다는 것. 그 결과 베트남 전역에는 '만대에 이르기까지 그 만행을 잊지 않겠다는' 한국군 증오비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세워져 있다. 그리고 45년이 지난 지금, 미군에 의해 희생된 지역에는 피해 보상 및 사과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해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지역에는 그 어떤 사과나 방문도 없다고 한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이재갑 선생이 베트남 곳곳에 있는 이러한 한국군 증오비를 촬영한 사진집이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마치 에세이처럼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 2016. 12. 6.
<이병주와 지리산> - 김윤식 제목이 '이병주와 지리산'이다. 하지만 책 전체는 지리산론이 아니라 이병주론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 지리산에 대한 내용이 기대보다 적어서 아쉬웠다. 일본 유학생 출신으로 2차대전에 일본군에 징용된 학병은 사천여명이라고 한다. 이병주 또한 학병 출신이다. 학병 세대의 기록은 하준수가 남긴 짧은 수기 이외에는 소설 '지리산'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김윤식은 이 소설의 역사적 가치를 평가한다. 이렇게 볼 때 '지리산'은 빨치산 소설이 아닌 '학병 소설', "학병 세대의 내면 풍경"(359)에 대한 기록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 학병 세대에 대한 김윤식의 관심은 다음의 질문으로 압축된다. "학병 세대가 해방공간에서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할 것인가?"(353) 그들은 빨치산 두목이 될 것인가, 경찰 두목이 될 것인가.. 2015. 6. 13.
<이현상 평전> - 안재성 일제강점기에서 해방 전후, 6.25 동란의 시대상을 우리에게 익숙한 '대한민국'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지향했던 한 혁명가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빨치산 부대인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이현상이라는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통해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의 과정을 엿볼 수 있었고, 그 시대 많은 지식인들이 왜 남한이 아닌 북한을 선택했을까 하는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던지게 되기도 했다. 책의 서문이 인상 깊다. 저자는 원래 여순반란사건에서 우익에 의한 대량학살 사건을 조사중이었다. 그 와중에 그는 우익에 의한 민간인 학살(3000-7000명 추정) 못지 않게 좌익에 의해서도 끔찍한 학살(1200명 추정)이 저질러젔음을 발견하고는 고민에 빠진다. 그저 양쪽 모두의 잘못이라고 .. 2015. 3. 1.
<종교, 근대의 길을 묻다> - 김삼웅 한 시대를 제대로 조망하고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각각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변화들을 살펴봄과 동시에 그 모든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시대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전체는 언제나 부분의 총합을 넘어선다. 종교와 사상사도 시대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안경이 될 수 있다. 특히 어떤 시대는 종교가 다른 영역보다도 시대의 본질에 더 깊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 이 책 는 바로 구한말을 종교사를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당시 일어난 다양한 종교적 사건들과 인물들의 행적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 한 시대의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다. 기사문 형식으로 쉽게 쓰여진 글이지만, 종교가 시대와 충돌해 갈등을 빚거나 비굴하게 영합하는 과정을 읽어나가는.. 2014. 3. 9.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 원폭2세환우 김형률 평전> - 전진성 "이 책에는 바로 내 가슴을 뜨겁게 했던 친구 김형률의 불꽃 같은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저 시골의 평범한 목수로 살다가 어느 날 3년의 공생애를 시작한 예수처럼 그 역시 내 삶에 3년간 있었다. 하지만 난 몰랐었다. 작은 키에 병든 그가 그인지 몰랐었다. 난 그가 전태일인지 몰랐었다. 그가 예수였는지 난 정말 몰랐었다. 내가 그를 안 것은 그가 이 세상을 뜬 후였다. 죽어도 그의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을 보고 이제야 그가 이 세상의 평화인 것을 알았다.(강주성)" 이런 종류의 책이 심금을 울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그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깨우쳐 준다. 우리가 미처 잊고 있지만 그와 우리가 실은 같은 토대를, 같은 세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2013. 3. 10.
일본을 걷다: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 이재갑 답사기를 읽으면서 내내 눈시울을 붉힐 줄은 몰랐다. 이 책은 관광지도 문화유적지도 아닌, 아주 특별한 곳에 대한 순례의 기록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생존자의 기억을 토대로 추적하는 여행이어서,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여운을 남기는 사진들과 책 내용이 담고 있는 역사적 함의 때문에 더욱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저자는 16년간 일본 구석구석을 카메라를 메고 걷는다. 그가 찾은 곳은 태평양 전쟁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후쿠오카에서 시작해 나가사키, 오사카, 히로시마를 거쳐 오키나와에 이르는 긴 여정에서 그는 가는 곳곳마다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명, 그리고 수만명씩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조선인들의 사연을 만난다. 그들은 댐 공사장, 지하터널.. 2011. 8. 20.
백범어록 - 김구 (도진순 엮고보탬) 백범어록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김구 (돌베개, 2007년) 상세보기  이 책은 1945년에서 1949년까지 백범 김구 선생의 어록을 수록한 책이다. 귀국에서부터 서거하실 때까지의 기자회견, 신문과 방송에 발표된 글들, 성명서, 담화문, 추도사, 대담, 편지 등을 시기별로 일목요연하게 엮어놓았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백범 김구 선생의 마지막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들이 대부분 특정한 사건과 관련되어 씌어진 것이어서, 그가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을 모색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해방 직후부터 6.25 전까지 극심하게 요동치던 국내외 상황을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다. 그는 통일 없이는 완전한 독립이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반탁, 우파 협력,.. 2009. 7. 13.
한국사의 천재들 - 김병기, 신정일, 이덕일 한국사의 천재들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김병기 (생각의나무, 2006년) 상세보기 천재란 어떤 사람일까? 단순히 머리가 좋은 사람을 말할까? 이 책에서 저자들은 천재를 '시대의 상식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로 정의한다. 머리 좋은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저자들이 말하는 천재는 시대의 천재, 곧 역사의 천재를 말한다. 시대를 뛰어넘어 시대의 흐름을 바꾼 사람들, 시대를 앞서갔기에 시대와 불화했던 사람들, 그래서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그것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자기 길을 묵묵히 갔던 사람들. 그래, 이쯤 되어야 천재라고 일컬을 수 있겠다. 나는 저자들의 주장에 100% 동의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한국사의 천재들 13명의 생애를 위의 시각에서 조망하고 있다. 신분제를 뛰어넘은 관노 출신 과학.. 2008.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