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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역사, 인물65

동경대전 1~2 | 도올 김용옥 _ 수운과 해월의 위대한 가르침 이렇게 두꺼운 책일 줄은 몰랐다. 대중서가 아니라 각 권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해설서이다. 도올 선생이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 작업한 책. 다 읽을 엄두는 내지 못하고 1권의 '서언'과 '대선생주문집'만 읽고 도서관에 반납했다. 대선생주문집의 기술 방식이 인상 깊었다. 그 어떤 신비주의적 색채나 과장된 표현 없이 담담하게 수운의 행적을 기록해간 과정이. 그 담백한 서술 속에 제자들이 수운 최제우 선생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했는지가 드러난다. 쟁쟁한 식자들을 물리치고 2대 교주로 해월 최시형 선생을 택한 수운 선생의 안목 또한 탄복할 만하다. 해월 선생은 35년이라는, 우리 민족 최장기 '도바리꾼'이다. 관의 눈을 피해 민간에 숨어살기를 35년, 밀고자가 없기 어려운데, 그 긴 세월을 해월 선생이 전.. 2021. 5. 30.
럭키경성 | 전봉관 _ 부동산 투기가 판을 쳤던 식민지 조선의 생생한 현장 저자의 필력이 상당합니다. 마치 영화를 보듯 근대 조선의 풍경 속에 풍덩 빠져들게 되는데요. 나진의 땅값이 천 배나 오르고 부동산 투기가 판을 치고, 일종의 선물 거래인 미두시장은 지금 비트코인 저리 가라 할 만큼 대박을 차는 사람과 쪽박을 차는 사람으로 연일 북적입니다. 자본주의가 들어온 근대 조선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특수를 노린 매점매석, 금광 개발 등 돈을 둘러싸고 연일 각종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그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습니다. 신흥재벌에서 불과 몇 년만에 거지가 된 반복창, 부동산 성공신화의 주인공 김기덕, 미두판에서 큰 재산을 벌어들인 사람들, 친일신문이라고 매일신보사를 몇 달만에 그만두고 월급을 반밖에 주지 않았던 다른 신문사에서 일했다가 연이은 사업실패 후에 열렬한 친일파로.. 2021. 5. 23.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걷다 | 아손 그렙스트 _ 러일전쟁 시기의 조선을 만나다 개인적 호기심에서 구한말에서 식민지 시대에 이르는 1차 사료를 모두 찾아 읽고 있습니다. 당대 조선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글이 후대의 해설서보다 그 시대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시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기록은 조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조선을 네 차례나 여행한 지리학자 엘리자베스 비숍 여사의 책은 조선의 지리와 문화, 사회상에 대한 가장 깊이 있고 종합적인 보고서로서 특히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목격담과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서술이 인상적입니다. 선교사 제임스 게일의 책은 조선의 보통 사람, 상놈의 삶과 내면의식을 다정하게 그려나갔고,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해에 조선을 여행한 오스트리아 귀족 에른스트 헤세 바르텍의 책에서는 조선이 마치.. 2021. 5. 18.
강한 자에는 호랑이처럼 약한 자에는 비둘기처럼 | 김승태 외 엮음 _ 3.1운동의 목격자, 스코필드 박사의 기록 '스코필드'라는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게 된 것은 화성 제암리 3.1운동 유적지에서였습니다.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에서 일하던 중 3.1만세 운동을 목격하고, 만세 후에 일본군이 저지른 제암리 학살 사건을 취재하고 서방 세계에 적극 알린 인물입니다. 구한말부터 식민지 시대까지 우리나라를 직접 여행하거나 방문한 이들의 기록을 개인적 호기심에서 찾아 읽고 있는데 스코필드 박사의 글을 모은 꽤 두툼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반가운 마음에 읽었습니다. 3.1만세운동은 경술국치 후 약 10년 뒤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을사보호조약부터 치면 식민 통치가 15년쯤 될 무렵이지요. 조선왕조 패망 후 십여 년이 지났을 때 조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도로와 기차가 생기고 각종 신문물이 들어오지만 조선 민.. 2021. 5. 15.
신사와 선비 | 백승종 _ 선비들은 왜 그렇게 보수적이었을까 서양의 엘리트인 신사와 조선의 엘리트인 선비. 이 책은 이 두 집단을 비교하는 매우 참신한 시도를 합니다. 신사와 선비가 어떤 사회역사적 과정에서 형성되고 그들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가운데 동서양 역사의 사뭇 다른 전개 과정도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되는 책입니다. 중세의 기사 집단은 처음엔 조폭이나 다름 없었는데 자기 계급의 윤리를 획득하고 기사도 문학 등을 탄생시키면서 문화의 주역이 되어가고, 사라졌던 기사도가 사회역사적 요청에 의해 근세 서양에서 신사도로 부활합니다. 신사의 교양과 윤리를 내면화한, 젠트리로 대표되는 영국의 시민계급이 매우 평화적으로 왕의 권력을 축소시키고 자신들이 사회의 주도 세력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흥미진진합니다. 이 과정에는 권력의 문제 뿐.. 2021. 5. 13.
취약국가 대한민국의 탄생 | 이택선 _ 1945~1950 국가 건설 5년의 발자취 1945년에서 1950년까지,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지금까지 건국에 대한 논쟁은 주로 이승만에 대한 찬반으로 갈렸을 뿐, 대한민국 국가 건설 과정을 상세한 근거 자료를 동원해 되짚어보는 책은 잘 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객관적 사료를 동원해서 대한민국이 '취약국가'로 출발했고 그 때 지닌 사회내부적 약점이 세계 경제 10위 대국에 오른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었는데요. 저자의 주장 중 눈에 띄는 대목을 살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큰 약점은 국가공동체 수립의 필수 조건인 민족주의라는 자원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것입니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가장 강했던 중도파가 분단의 고착을 우려해서 단독수립 정부에.. 2021. 5. 9.
우리가 잃어버린 이름 조선의용군 | 류종훈 _ 민족의 분열로 지워진 이름 '대장정' 하면 흔히 모택동과 중국공산당의 대장정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중국 대륙에서 그에 못지 않은 대장정을 한 조선인들이 있습니다. 조선의용군이지요. 이 책에서 KBS 피디인 저자는 조선의용군의 남은 흔적을 하나하나 쫓아가면서 일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그 대장정의 여정을 복원하는데요. 귀한 기록이고 읽으면서 숙연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조선의용군의 뿌리는 의열단입니다. 밀양 사람 김원봉과 윤세주가 주축이 되어 만든 의열단과 조선혁명군사정치학교는 일본의 탄압과 자금 문제로 여러 부침을 겪습니다. 그러다가 1938년에 장개석의 국민당의 지원으로 '조선의용대'로 태어나게 됩니다. 조선의용대는 사상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1941년에 두 부대로 나뉘어 하나는 김원봉이 있던 충칭에 남고 주력 부대.. 2021. 5. 5.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_ 1920~40년 조선 사람에 대한 귀중한 스케치 개인적 호기심에서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조선을 외부인의 눈으로 기록한 글을 모두 찾아 읽고 있다. 후대에 역사를 설명적으로 기술한 글보다, 그 시대에 조선을 방문하여 직접 목격한 일을 기록한 글이 그 시대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는데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 는 글 반, 그림 반의 책이다. 작가는 시종일관 일본의 억압적 통치를 비판하지만, 명성황후를 좋게 보고 있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당대의 구체적 정치 상황은 속속들이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컬러 판화로 그려낸 조선 방방곡곡의 풍경과 풍습,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얼굴은 그 시대로 건너가는 듯한 생생한 표정을 전하고 있다. 그가 조선이란 나라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호기심과 강렬한 관심이 살아있는 그림들이다. 아마 화가여서 그럴 것이.. 2021. 5. 4.
최현배 | 이계형 _ 평생을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한 한글학자 "한글이 목숨" 외솔 최현배 선생의 삶을 대변하는 말이다. 조선어학회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서 주시경 선생이 어떤 분일까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삼십대 후반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가르침을 평생에 걸쳐 '목숨을 걸고' 실천하고자 한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삼십 몇 년을 살고 가셨는데,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그런 제자를 길러낼 수 있었을까. 최현배 선생은 이극로, 김두봉 등과 함께 주시경 선생의 대표적인 제자이다. 죽어서 스승을 뵐 때 부끄럽지 않도록 살려고 하셨다는 말씀, 돌아가시고 나서 유훈에 따라 주시경 선생 곁에 묻힌 이야기를 다른 자료에서 본 적이 있다(지금은 국립현충원과 대전현충원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한다). 대체 주시경은 어떤 인물이었기에 한 청년의 가슴에 평생에 .. 2021. 4. 26.
한국의 레지스탕스 | 조한성 _ 우리의 오늘을 만든 사람들 1945년 광복을 생각할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갑작스럽게 맞이한 해방'이다. 35년간 독립투쟁은 계속되었지만 그것이 결실을 보지도 못한 채 외부에 의해 갑작기 찾아온 해방. 그래서 우리민족이 해방의 주체가 못 되고 이후 분단과 6.25 내전을 거치면서 내내 강대국의 입김에 휩쓸려가는 듯한 느낌. 이 책을 읽고 알았다. 태평양전쟁의 패배로 갑자기 해방이 찾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운동가들의 노력, 민중계몽운동과 교육운동, 무력투쟁, 임시정부, 조선건국동맹 등 그 모든 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해방을 맞이해서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울 수 없었을 거란 사실이다. 그들의 노력이 민중들에게 서서히 스며들면서 새로운 국가를 위한 꿈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모든 분들은 '우리의 오늘'을 만든 분들.. 2021. 4. 22.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 | 최중경 _ 조선은 첫단추를 잘못 꿴 나라 소소하게 조금씩 역사 공부를 하며 든 생각이 있다. "이게 나라냐" 내 의구심과 한탄의 대상은 대개 조선 왕조다. 아니, 그렇게 예를 중시한다고 하면서 남의 나라(청나라) 황제 생일날에 참석해서 절 안 하고 버티는 건 대체 무슨 예의란 말인가. 명나라는 청과의 전쟁도 불사할 만큼 지고지순으로 섬기면서 청은 왜 오랑캐라고 멸시하는가. 사실 만주족의 뿌리는 고구려와 닿아 있어서 청나라는 고구려의 후예라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놓고는 오랫동안 오랑캐라고 멸시했던 일본은 왜 또 그렇게 갑작스럽게 섬기면서 나라를 갖다 바치나. 도무지 논리적 일관성이 있어야 말이지. 힘 센 놈을 다 섬기는 것도 아니고. 이런 내 의구심을 해소해준 책이 있다. 외교관 출신의 저자가 쓴 . 도서관에서 처음 봤을 때.. 2021. 4. 20.
도시로 보는 유럽사 | 백승종 _ 유럽사를 보는 시야를 터주는 책 유홍준 선생이 예전에 연대기 중심의 역사 공부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어요. 연대에 대한 이해는 물론 필요하지만, 연대기적으로 나열된 추상적 사건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유물'이나 '유적'을 중심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역사를 훨씬 생동감 있게 공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지만 여행기의 느낌은 한 20퍼센트? 나머지는 역사 이야기예요. 저자가 유럽사에서 의미 있는 지위를 차지하는 18개 도시를 방문하면서 그 도시의 역사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저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면서, 각 나라마다 두터운 역사가 있는 유럽사를 그 본질만 간추려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장점이 많은 책이죠. 저자는 유럽사를 각각의 도시와 그 도시를 만든 시민.. 2021. 4. 2.
조선, 1894년 여름 | 에른스트 헤세-바르텍 — 격변의 시대에 조선을 여행한 오스트리아인 1894년은 우리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해죠. 세도정치 백 년 끝에 이미 나라는 허물어지기 직전, 민초들의 마지막 개혁의 몸부림인 동학농민전쟁을 진입하려고 조정이 외세에 끌어들여 이 땅에서 청일전쟁까지 벌어졌죠. 그 격변의 시대를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여행기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귀족, 헤세-바르텍의 기록인데요. 헤세-바르텍은 세계일주 여행 중에 일본에 들렀다가 조선이라는 미지의 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배를 타고 부산항에 내립니다. 청일전쟁의 위협 때문에 조선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지는 못하고, 배로 제물포까지 가서 서울과 인근 도시들을 여행하고는 아쉬움을 삼키며 일본으로 돌아가는데요. 그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여행기라기보단 민속지라 생각될 만큼 매혹적인 보고서입니다. .. 2020. 12. 31.
나라말이 사라진 날 | 정재환 — 한글로 나라와 문화를 일으키다 "대일본 황국신민으로서 조선말은 무엇 때문에 연구하며, 조선글은 무엇 때문에 연구하느냐? 철자법은 통일해서 무엇을 하며, 표준어는 사정하여 무엇에 쓰자는 것이냐? 한글 잡지는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내며, 조선말 사전은 무슨 필요로 만들자는 것이냐? 한글날은 무슨 뜻으로 기념하며, 한글 노래는 무슨 의도로 지어냈느냐? 여름마다 각지로 다니면서 한글 강습은 왜 하는 것이며, 틈틈이 기회만 있으면 학술 강연을 ㄹ빙자 삼아 눈가림의 집회는 왜 자꾸 하려 하느냐? 신문 잡지에 이러이러한 글은 무슨 의도에서 써냈으며, 사전 원고에 이러이러한 문구는 고의적인 민족사상의 고취가 아니냐?" -- 일제 고문경찰의 취조, 책에서 우연히 책광고를 보고 북펀드에 참여한 책.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조선어학회 사건과.. 2020. 11. 9.
조선과 일본에 살다 | 김시종 ㅡ 재일조선인 작가의 해방 전후사에 대한 특별한 기록 한 소년이 있었다. 식민지 시대 황국신민을 꿈꾸던. 그는 학교 다니는 것이 즐거웠고, 일본 창가의 서정성에 매혹되었으며, 일어를 잘하려고 무척이나 노력했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3.1운동에 참가한 적이 있던 아버지와 점점 멀어졌다.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태평양전쟁에 자원 입대하려 했으나 단 하나뿐인 아들을 죽게 놔둘 수 없다는 부모님의 반대로 사범학교에 진학하면서 내심 아쉬워한다. 시대가 그랬던 탓에 소학교에서 학생들은 조선어 수업을 하찮게 여겼다. 그마저도 나중에는 없어지고 말았지만. 조선어를 가르치던 선생은 두상이 좀 삐딱해서 외모 때문에 더욱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다. 그런 선생이 어느 날 교실에서 펑펑 통곡하는 일이 벌어진다. 시험 날이었다. 그림을 보고 '잔치를 합니다'라는 문장에서 '잔치'.. 2020.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