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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schooling111

'미래학교'에 미래가 있을까 수성구 지역 학교를 벗어나니 아주 아이러니한 광경이 펼쳐진다. 교육청의 잡다한 사업이 모두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  IB학교와 미래학교도 마찬가지. 뭐 다문화가 절반인,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수인 n중학교에서도 논술형 평가를 주 내용으로 하는 IB 시범학교를 한다니... 그런 데일수록 학부모 민원이 없으니까. 수성구라면 쓸데없는 거 왜 하냐며 민원이 폭주할 터.우리 학교는 IB는 아니고 미래학교다. 조만간 미래학교가 IB학교가 된다 하니 IB 전단계라 보면 되겠다. 미래학교 담당자 연수라고 불러서 가보니 알맹이는 하나도 없다. 가르친 걸 평가함은 당연하지만 모든 단원에서 수행평가를 하라는 건 미친 짓. 평가 못해 죽은 귀신이 붙었나. 평가를 위해 가르치는 건 배움을 .. 2024. 4. 26.
4.19에 읽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 그리고 학급 공동체 요새 중간고사 준비로 넘 바빠서 오늘이 4.19인 줄도 방금 생각남. 1교시 수업은 걍 지나갔는데, 3교시부터는 한 번 언급해야겠다 싶다. 4.19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니까. 잠깐 쉬는 시간에 헌법 전문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오간다. 이걸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않구나, 하는... 헌법에는 공동체의 이상과 목표가 담겨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길을 잃은 건 바로 그것인데, 헌법 전문에서 다시금 길을 찾는다.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 고 되어 있다. 헌법 정신에 반하는 사람들은 대체 뭔지... 올해 나의 꿈은 우리 반 28명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그건 교사가 엄격하든 너그럽든 교사가 자기 방식대로 철저히 관리하는 걸로 되는.. 2024. 4. 19.
학교는 이미 무너졌다 단 3주가 지났을 뿐인데, 한 삼 년 지난 기분... 강 하나 건너왔을 뿐인데, 어디 멀리 외진 학교에 온 기분... 소박하고 예쁜 아이들도 많다. 그러나... 너무 '쎈' 애들이 있다, 이 지역엔. 입학식 다음 날인 3월 5일, 아침 자습 시간... 울반 복도를 발소리를 꽝꽝 내며 지나가는 학생이 있길래(A라고 하자) "좀 조용히 가지." 부드럽게 한 마디. A는 세상 껄렁한 목소리로 "선생님이 문 닫고 수업하면 될 거 아니예요?" 공포감이 들 만큼 불량스러운 태도였다. 그 순간 알아차렸다. 2월 연수에서 절대 건드리지 말라던 3학년 모 학생이 그 학생임을. 수업 안 들어오는 여교사들을 일부러 어깨를 치며 지나간다고, 그래도 모른 척 하라고... 그때 들으며 경력 20년 넘지만 살다살다 그런 이야긴 처.. 2024. 3. 26.
교실은 예뻐야지 올해 대구교육청이 교사 수를 너무 확 줄여서(400명 줄었다나?) 한 반에 스물아홉, 서른인 학급이 넘쳐난다. 새 학교도 3학년은 한 반에 22명인데 1학년은 29명 ㅠㅠ 이런 애들이 좁아터진 교실에 종일 있는데 사고 안 나는 게 이상하지. 개학하고 지금까지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살았다. 또 교실은 학년실에서 얼마나 멀던지... 8차선 대로만큼 가야 함... 가로 5열로 하니 사물함 바로 앞까지 꽉 차서 교실이 넘 답답. 고민고민 하다가 가로 6열로 짝이랑 같이 앉는 걸로 바꿨다. 뒷게시판을 거의 쓸 수가 없어서 학생 큰이름표는 앞에 붙였다. 큰 이름을 붙여야 다른 선생님들이 학생 호명하기 편하다. 개학하고 첫 일주일 동안 열씨미 한 것은 교실 꾸미기... 구석구석 먼지 닦고 공간을 가능하면 예쁘게 만드.. 2024. 3. 24.
비포스쿨 이야기부터 해보자 올해 깨달은 것. 교육청이고 학교고 그냥 막 던지는구나. 새학교 발령 받고 이틀간 새학교에서 연수하는데... 세상에... 이틀 연수 끝난 다음날 바로 비포스쿨 4시간 연속 수업하란다. 아니, 아직 노트북과 프린터기 연결도 안 됐고 교실 기자재 사용도 어색하고, 심지어 교실엔 티비 대신 그 옛날 빔이고... 어쩌라는 거야... 게다가 반별 명단도 정리되어 있지 않고... 담날 애들 오는데 전날까지 명단 없음. 실무원이 다 못하겠다고 했다고 비포스쿨 전날, 담임들이 단톡방 만들어 연락하라고... 하아... 이런 주먹구구 처음 봄. 2월에 단톡방 만들면 남은 날들 저희끼리 톡하다 사고 나면 우짜라고... 게다가 폰 없는 애들도 있는데...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차라리 우리가 지금 연락처 파일 만들테니 .. 2024. 3. 24.
시를 낭송해 달래 ㅎㅎ 공무상 요양 중에 울반 반장으로부터 뜬금 없는 카톡 한 통을 받았다. '낙화' 시를 배우는데 내 목소리로 시를 낭송해 달라나... 뭔가 목적이 더 있을 것 같긴 했으나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한 번 읽어보고 바로 녹음해서 보내주었다. 나중에 듣기로 이 녀석, 내 목소리로 시 영상 수행평가를 만들었다나... 반 아이들이 깜짝 놀라고 다같이 즐거워했다고 한다.영상도 넘 잘 만들었다는데, 파일 보내달라고 할 걸 그랬나... 지금도 궁금하다... 어떻게 만들었을지... 2023. 10. 3.
교실 정원을 정리하며 봄과 여름, 두 계절을 함께 보낸 교실 정원을 정리했다. 방울토마토와 고추는 진짜 무럭무럭 자라서 씨앗에서 시작한 것이 여름엔 교실 천장을 노릴 만큼 크게 자랐다. 생명의 개화가 눈부신 봄과 여름이었다. 기말고사 무렵엔 교실 한 켠이 정글처럼 분위기가 있어졌다. 마침 피어난 해바라기 세 송이가 여름을 반기는 듯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까진 함께 보낼 줄 알았는데 여차여차한 사정으로 2학기를 쉬는 바람에 교실 정원을 정리했다. 식물 가꾸기가 보통 일이 아니라서 대신 오실 분에게 일거리를 줄여드리기 위함이었다. 몇 분께 나눔하고, 나머지는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사진을 보며 지난 시간을 추억한다. 산만한 남학생들이 몇 있어서 쉽지 않았던 올해 교실살이에 내게 밝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던 식물들이다. 이 녀석들.. 2023. 8. 24.
두 번 말고 다섯 번 "2학기 때는 일주일에 두 번 말고 일주일에 다섯 번 다 들어오세요." C는 2학년 열 개 반 국어도우미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적극적인 친구였다. 수업시간 전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달려와서 준비물을 챙기고 수업시간에도 활짝 웃음으로 교실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곤 했다. 다섯 반은커녕 2학기에 아예 2학년 수업을 못하게 된 지금 C를 비롯하여 수업시간에 열의를 보였던 몇몇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교사의 말을 귀담아듣고 정말로 열심히 하던 녀석들이었다. 작년 우리 반이었던 Y와 H도 그랬다. Y는 자타공인 필기의 여왕이었고 H는 뭐 하나 대강 하는 법이 없이 심사숙고해서 사려 깊은 글을 쓰곤 했다. 키가 큰 H가 맨 앞에 앉아서 과제를 바로 하지 않고 혼자 차분히 생각에 몰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S는.. 2023. 8. 5.
동아리 도보여행의 추억 버리기 힘든 물건들이 있다. 이제는 필요 없는데 이 자료를 십여 년간 이사하면서 싸들고 다녔다. 2011년 동아리 책 축제 때 전시 자료다. 자료가 쌓여서 옛것은 정리할 수밖에 없어서 이제는 버려야 할 때다 싶다. 버리기 전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었다. 두 번의 지리산길, 여름 지리산길과 가을 지리산길, 풍경 하나하나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내가 이 길을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하고 자료들을 못 버린 이유는 이것이 열정 넘치던 삼십대의 흔적이기 때문이지 싶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이 길을 나 혼자만의 시선이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다층적인 기억의 무늬로 수놓아진 길, 그래서 애착이 있었던 것 같다. 삼십대에 갔던 특성화고인 D고에서 적응 못해 3년 내내 무기력.. 2023. 7. 30.
예술강사 초빙, 연극 수업 올해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내가 초빙한 예술강사님의 연극수업을 보지 못한 것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학교에 예술강사지원사업이 시작된 건 10년 쯤 되는 듯한데 나는 작년에야 알게 되어 신청했고, 올해 지원을 받았다. 갑작스런 일로 병가를 쓰게 되어 2주간 반별로 4차시, 총 40시간 진행된 수업을 보지 못한 게 젤 아쉽다. 나 대신 수업 임장에 들어간 국어강사님이 사진을 몇 장 보내주시면서 수업 참관 소감을 전해주었는데, 수업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진행을 매우 잘하셨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전문연극인의 카리스마가 엿보였고 농땡이들도 잘 대처하면서 모두 수업에 참여시켰다고 한다. 연극놀이에서 시작해서 교과서와 연계하여 간단한 극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강사님이 진행한 연극놀이는 실은 나도 그간 연극연수에서 다 배.. 2023. 7. 22.
올해 학교에서 젤 잘 산 것 바로 수업자료를 운반하는 카트다. 다른 학교에서 오신 분들이 이용하는 카트를 보고 나도 기존의 장바구니 같은 카트를 버리고 3단 고급 카트로 대변신. 요거 진짜 편리하다. 일단 높이가 높아서 자료를 꺼내기가 쉽고 선반도 하나 달려 있어서 분필이랑 자석 등을 넣어다니는 게 넘 좋다. 조립은 손재주 많다고 자부한 다른 반 의인들이 해주셨다. 2023. 5. 31.
교실 정원, 싹이 푸릇푸릇 방울토마토에 이어 해바라기,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도 생명의 몸짓을 시작! 2023. 5. 31.
물멍, 교실에서 어항 가꾸기 내 나이쯤 되면 아는 것이 있다. 어떤 기회는, 어떤 경험은 이것이 끝이라는 걸. 올해 우리 반 교실은 복도 끝이라 복도까지 포함하는 매우 넓은 교실이다. 전교에서 제일 넓다. 이렇게 큰 교실을 쓰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해서 교실 공간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교실에서 화분도 많이 가꾸어보고, 어항도 한 번 설치해 보기로. ADHD가 여럿 있는 우리 반 학생들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내 개인적인 추억 만들기기도 하다. D의 조언에 따라 다이소 5천원 짜리 투명 정리함으로 저렴하게 어항을 만들었다. 유리는 오히려 애들이 장난 치다가 깰까봐 겁남. 나머지 도구는 집에 있던 걸로 했다. 쉬는 시간마다 몇이 어항 앞에 달라붙어서 물멍을 한다. 한 녀석은 물고기 그림을 그려서 어항을 꾸몄다. 다른 반 애들이.. 2023. 5. 31.
럭셔리 체육대회도 끝나고 그간 반티 문제, 각종 예선전으로 온 학교가 한 달 동안 시끄럽게 들썩였다. 서로 같은 반티를 원하면서 학급끼리 싸우기도 하고 반장들이 울기도 하고.. 개난리.. 게다가 반별 댄스를 준비해야 하는데 남학생들이 제대로 연습 안 한다고 여학생들은 불만에 가득차 있고.. 그래서 체육대회만 끝나면 한숨 돌리나 했다. 끝나니 바로 기말 원안 내란다. 하이고.. 울학교 체육대회는 가까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열린다. 이건 정말 좋다. 햇빛도 가릴 뿐 아니라 경기장이 잘 보여서 학생들이 자리에서 경기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트랙이 부드러워 부상자도 별로 없고. 뛰어도 다치지 않고. 먼지도 안 나고. 육상진흥센터에서 하는 체육대회의 백미는 계주다. 계주 관람이 정말 재밌다. 관람석에서 경기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 흡사.. 2023. 5. 31.
교실에서 정원 가꾸기 한 달 지났다. 지금은 사진보다 식물이 많이 자랐다. 햇볕이 좀 더 들이치면 더 잘 자랄텐데 그게 좀 아쉽.. 방울토마토는 하루 8시간은 햇볕을 쬐야 하니깐. 올해 복도 끝 교실을 맡았다. 울반은 복도까지 교실이라 실내 공간이 다른 반보다 훨씬 넓다. 이렇게 넓은 교실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해서 추억 만들기 중~ 방울토마토, 참외, 해바라기, 봉선화, 채송화를 심었다. 씨 뿌리는 식물이 돈이 적게 들어서.. 한 해 동안 잘 가꾸어보자. 2023.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