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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이야기/여행 단상89

국립신암선열공원 _ 구한말 의병에서 광복군까지 여기 꼭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던 게 이제 이루어졌다. 금호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곳. 우리 집에서는 자전거로 한 시간 가량 걸린다.  지역에 있는 국립묘지라 의무감에 한 번은 답사해야지 했던 길인데 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다. 52분의 독립운동가들이 잠들어 계신데, 그분들의 약력을 읽다보면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우리의 모든 역사와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의병에서부터 파리장서운동, 3,1운동, 신간회, 광복군, 미군 OS부대 참여까지 역사의 주요 순간에 함께 한 지역분들이 계셨다. 김구 선생이 연루되었던 105인 사건 관계자분도 계신다. 그 모든 순간에 열정을 바치고 고난을 감수했던 분들이 계셨다. 몇 년 형에서 10년 형, 법정 최고형.. 2024. 4. 23.
한산도에 달 뜨다 여행을 하며 단지 자연이 아니라 그 자연 속에서 분투했던 사람들의 흔적이 더 깊이 마음에 새겨진다. 남해 바다 곳곳엔 이순신 장군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어제 통영에서 삼도수군통제영을 보고 한산도가 바로 앞에 보이는 숙소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를 반긴 둥근 달, 이순신 장군이 칠흙 같은 어둠, 그 어둠보다 더 짙었던 길고 긴 밤에 보셨던 그 달이다. 통영 스탠포드호텔에서 바라본 한산도의 월출과 일출.. 2022. 9. 10.
벌교 태백산맥문학관 벌교 보성여관에 짐 풀고 태백산맥문학관에 오다. 민족의 수난사와 분단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기념비적 대작. 1989년 완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온갖 소송에 시달리며 유서까지 쓰게 만든 작품. 시대의 위대한 증언자다. 문학관에서 옛날 신문 기사를 읽으며 요새 기레기들과 달리 글을 왜 일케 잘 쓰지 했는데 기자 이름이 김훈. ㅋㅋ 2022. 7. 16.
대구에서 기차 타고 벌교 가기 세 번 환승, 덜덜 두 번도 가능하나 시간이 안 맞아서. 돌아올 때는 진주 말고 삼랑진에서 환승~~ 2022. 7. 16.
지리산아 지리산아, 네가 거기 있었구나. 9년만에 찾아간 길, 백무동에서 구비구비 한신계곡 지나는 길,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 발 담그고 무성한 수풀 사이 쏙쏙 고개 내민 야생화 보며 내 마음속 영원한 낙원 세석평전까지.. 네 시간 오르는 길, 걸음마다 행복했어. 왜 너를 이제야 찾은 걸까. 세석대피소 마루에 누워 눈을 감자 이런 생각이 몰려왔어. 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네 품에 오니 고향에 안긴 것 같아. 젊은 날 너를 정말정말 사랑했어. 지금도 그래. 어떤 사람도 너처럼 있는 그대로 한 존재를 품어안지는 못할 거야. 일박이일 걷는 동안 한결같이 평화로웠어. 너를 봤으니 이제 기꺼이 눈감아도 좋을 것 같아. 촛대봉에서 넘실거리는 파도 같은 겹겹의 산들 너머로 일출을 선물 받았고 세석 다음으로 사랑하는 .. 2022. 7. 12.
버스 타고 남원 여행 1. 대중버스 남원행 버스를 타려고 실로 오랜만에 찾아간 서부정류장.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평소 보지 못하는 분들을 만난다. 서부정류장에선 허름한 차림새의 노인들이 많았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장애인을 두 분이나 보았다. 내 삶의 세계에선 보다 말쑥한 사람들이 많다. 정류장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서민들의 모습이 진짜 삶의 현장일지도. 어찌보면 여행이란 세계의 본래 모습 속에 풍덩 뛰어드는 것.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의 매력을 느꼈다. 2. 산리지 호텔 남원 스위트 호텔이 만실이어서 어쩔 수 없이 택했는데 깨끗하고 객실도 넓고 위치도 강변이라 만족함. 다음에도 굳이 스위트 갈 필요 없겠다 싶음. 3. 고전문학의 산실, 남원 남원이 흥부전, 춘향전, 만복사저포기, 최척전의 무대인 줄.. 2022. 6. 26.
비슬산 참꽃 축제 지인이 한 시간 반이면 올라간대서 그 정도면 모친도 걸으시겠다 싶어 모시고 갔으나 끝없는 계단, 모친이 거의 포기할 뻔.. 내려올 때 셔틀 타려면 끝까지 가야한다고 설득해서 간신히 올라간 끝에 나타난 지상 낙원. 순간 넋이 나갔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길을 순식간에 까먹을 만큼 황홀한 풍경이었어요. 비슬산 진달래는 지난 주에 절정이었다 해요. 정상엔 4분의 1 정도 진 듯하지만 여전히 감탄할 만합니다. 해발 1000미터고 산의 북쪽 사면이라 동네 야산보다 꽃이 늦게 피는가 봐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지만 이 봄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꽃임을 기억한 시간이었습니다. 계절의 움직임과 자연의 광대함 속에선 자연이 지상의 진짜 주인이고 사람은 잠깐 초대된 손님이었지요. 산진달래와 함께 올봄을 떠나보내고 이제.. 2022. 4. 24.
빌뱅이언덕 아래, 권정생 선생의 오두막 이오덕 작은문학관을 나와서 옆마을 댓골로 향했습니다. 권정생 선생의 소설 ‘몽실언니'의 배경 마을입니다. 청송 현서면은 이오덕 선생의 고향인 줄만 알았는데 권정생 선생의 외가도 있었다 해요. 그래서 권정생 선생이 어릴 때 잠깐 살다가기도 했다고. 권정생, 이오덕, 이 두 분은 작품으로 만나 평생 우정을 이어갔는데 실은 일찌감치 인연이 닿아 있었던 거지요. 지금 댓골엔 청송의 명물 사과밭이 가득합니다. 몽실언니와 관련된 흔적은 없지만 댓골 풍경을 보고나니 그냥 돌아가기 섭섭했어요. 내친 김에 권정생 생가까지 보기로 합니다. 청송 현서면에서 권정생 선생이 살았던 안동 일직면 조탑리까지는 한 시간 걸렸습니다. 조탑리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 이 마을에서 왜 위대한 문학이 탄생했는지... 조탑리는 예사로운 땅이.. 2022. 4. 22.
청송 이오덕 작은문학관 이오덕 작은문학관 청송군 현서면 가는 길은 잊고 있던 고향을 찾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어요. 대구토박이인 제게 청송은 무관한 곳인데도. 수성IC를 통과해 경산 지나고 천문대가 있는 영천 보현산 자락을 넘으면서 먼 길을 돌아 고향에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이 살짝 들었습니다. 청송 현서면 화목리는 이오덕 선생의 고향 마을이에요. 초등 교사, 아동문학가, 우리말 연구가로 숱한 업적을 남기고 백 권 넘는 책을 저술한 분. 대학 때 '우리글 바로쓰기'를 읽으며 그분의 지극한 우리말 사랑에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지요. 그땐 그분의 교육사상에 대해선 잘 몰랐지만. 대학원에서 학부 전공 대신에 교육학을 택하는 바람에 온갖 서양 철학자, 교육 이론가들 사이를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듯이 헤매고 다닌 시절이 있었습니다... 2022. 4. 17.
칠보산자연휴양림 해돋이 영덕 칠보산에 다녀왔어요. 모친이 숲길 걷고 싶다 하셔서. 일주일 전부터 날 풀리니 살짝 우울해하시실래 더 다운되시기 전에 얼른 예약했어요. 아빠 계실 땐 늘 두 분 같이 다니셔서 이럴 때 빈 자리가 커요. 근교 자연휴양림은 만실이고 칠보산만 용케 자리가 있어 예약 성공. 주말에 갑자기 산불 소식. 영덕 위가 울진이라 가겠나 했는데 휴양림사무소에서 그쪽은 괜찮다 해서 출발했어요. 7번 국도에 접어드니 폰으론 ‘울진에 산불 확산’ 알림이 계속 뜨고, 가는 내내 바람이 너무 쎄서 불길이 잡히려나 걱정됐어요. 축산항에서 점심 먹고 칠보산자연휴양림 도착. 몰아치던 강풍이 날 밝고는 잠잠해져서 아침에 숲길을 산책했어요. 남쪽에서 보기 힘든 금강송숲이 시작되는 곳. 울진 올라가면 더 장관이겠죠. 쭉쭉 뻗은 솔숲을 .. 2022. 3. 9.
서귀포 기당미술관 한 얘술가가 자기 정체성을 찾는데 얼마만의 시간이 걸릴까? 쉰에 고향 제주의 너른 품에 돌아온 화가가 평생의 고투 끝에 찾아낸 독창적인 제주의 빛깔을 만날 수 있는 곳, 기당미술관이다. 원래는 잘 몰랐다. 이중섭미술관을 보고 공항에 돌아갈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 주변 명소를 검색, 걸어서 20분 걸리는 곳이라 낙점되었다. 별 기대 없이 갔는데 상설전시가 대박. 변시지 화백을 통해 또다른 제주를 만났다. 일단 작품들이 강렬하다. ‘폭풍의 화가’란 별칭답게 제주의 자연을 그만의 필치로 묘사했다. 한라산, 성산일출봉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장소가 화가의 내면에서 새롭게 변주된다. 힘찬 붓터치는 고흐를 살짝 연상시키지만 작품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배경색은 다 황톳빛이고 태양과 바다, 초가집과 조랑말과 구부정한.. 2022. 2. 13.
섶섬이 보이는 방 2 — 이중섭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섶섬이 보이는 방 2 — 이중섭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서귀포에서 이건희컬렉션을 보게 될 줄이야. 서울 전시도 예약 힘들어 포기했는데. 갑자기 취소하여 내게 한 자리를 선물해준 귀인께 감사를! 70년만에 귀향한 이건희 컬렉션은 총 12점이다. 그중에 이 있을 줄은 또 몰랐다. 그래, 이 작품이야말로 여기가 제격이지. 섶섬이 보이는 바로 여기 걸려야 하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 감회가 더 컸다. 인터넷 검색에서 본 그림은 바다빛이 짙은 파랑인데 원본은 훨씬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감이다. 그림 오른편의 큰 나무 한 그루는 화가가 살았던 초가 앞에 지금도 있는 고목과 비슷하다. 꼭 같은 자리에 있던 나무는 아니어도 비슷한 수종이 아닐까 싶다. 분위기가 닮았다. 6.25 전쟁중이지만 섶섬의 풍경은 화가에게 위.. 2022. 2. 12.
섶섬이 보이는 방 1 — 서귀포 이중섭 거주지 섶섬이 보이는 방 1 — 1.4평 화가의 방 바다가 내다보이는 서귀포 언덕 위 초가. 그 끄트머리에 붙은 방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1.4평의 작은 고방. 화가 이중섭과 아내 마사코, 두 아이들이 일 년간 살부비며 살았던 방이다. 이 방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나희덕 시인의 시 덕분이다. 시인은 이중섭이 살았던 초가를 방문해서 처음엔 '관'처럼 작은 방에 충격을 느낀다. 하지만 여기서 이중섭 식구가 가장 행복한 한때를 보냈음을 떠올리고는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끌어안아 조개껍데기처럼 입을 다물던 방'이겠구나 한다. 화가의 가족이 조개껍데기 같은 그 방에 깃든 건 6.25 때문이었다. 도쿄 유학 시절에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마사코가 먼 원산까지 이중섭을 찾아오면서 이어지고 둘은 1945년 그곳에서 결혼.. 2022. 2. 11.
여행 필수템 여행 갈 때 꼭 챙겨가는 게 있으세요? 저는 3마넌짜리 라면조리기. 주로 방에서 햇반 끓일 때 써요. 점심을 컵라면으로 떼웠더니 허기져서 뭐 먹지? 하는데 숙소 근처엔 고깃집 뿐. 룸서비스에 연어스테이크가 있어 냉큼 시켰으나 결국은 가져온 햇반과 김을 뜯었습니다^^ 캐리어 끌 땐 꼭 가져가는, 여행중 젤 유용한 물건이에요~ 2022. 2. 10.
어승생악 많고 많은 오름 중에 제주시가 제일 잘 조망되는 오름은? 어승생악이다. 한라산으로 가는 길목, 1100도로가 지나는 어리목 근처에 있다. 어리목엔 두 갈래 길이 있다. 윗세오름에서 영실로 이어지는 한라산 탐방로와 그 맞은편 어승생악 가는 길. 어승생악에 먼저 올랐다. 1167m의 꽤 높은 오름이지만 어리목이 970m에 있어서 왕복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늘 지나치다가 제주시가 한눈에 보인대서 요번에 시간을 냈다. 과연 오름 정상에선 가운데 제주공항을 중심으로 섬 북부 해안선이 다 시야에 잡힌다. 바다 쪽으로 스모그인지 해무인지 짙은 띠를 이룬 게 아쉬울 뿐. 그리고 뜻밖의 발견. 오름 꼭대기에 국가등록문화재가 있다. 일본군 동굴진지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며 만든 요새. 요새용.. 2022.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