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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기록/대구, 동네 산책

국립신암선열공원 _ 구한말 의병에서 광복군까지

by 릴라~ 2024. 4. 23.

여기 꼭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던 게 이제 이루어졌다. 금호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곳. 우리 집에서는 자전거로 한 시간 가량 걸린다. 

 

지역에 있는 국립묘지라 의무감에 한 번은 답사해야지 했던 길인데 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다. 52분의 독립운동가들이 잠들어 계신데, 그분들의 약력을 읽다보면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우리의 모든 역사와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의병에서부터 파리장서운동, 3,1운동, 신간회, 광복군, 미군 OS부대 참여까지 역사의 주요 순간에 함께 한 지역분들이 계셨다. 김구 선생이 연루되었던 105인 사건 관계자분도 계신다. 그 모든 순간에 열정을 바치고 고난을 감수했던 분들이 계셨다. 몇 년 형에서 10년 형, 법정 최고형까지... 묘비 하나하나를 이렇게 정성들여 읽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1묘역에서 5묘역까지 52분의 행적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그 시대를 생각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분은 중학생 김용해. 3.1운동에 참가했다가 투옥되고 모진 고문으로 3월 29일 순국했기 때문이다. 대구에 김용해의 이름을 딴 김용해 중학교라도 있어야 할 법한데, 우리는 늘 이렇게 역사의식엔 뒷전이다. 

 

선열공원 전망대에서 금호강을 조망하고, 준비한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100여 년 전 만세를 불렀던 중학생의 이름 김용해를 한 번 더 기억하며 신암선열공원을 내려왔다. 

 

짧은 여행 마무리는 카페. 선열공원 바로 근처 강변엔 아주 특별한 카페가 있다. 여행을 사랑하는 분이라 본인이 수집하신 각종 소품들로 공간을 꾸며서 마치 작은 박물관처럼 분위기 있다. 음악하시는 분이 하는 카페라 스피커 소리도 끝내줌. 원래 주인장이 음악 연습 작업실을 하러 만든 공간이라 한다.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작은 응접실 같은 공간. 한 시간 음악을 듣고 왔는데, 말 그대로 힐링~~ 멀어서 자주는 못 가겠지만 내가 대구에서 가본 카페 중 최고였다. 

 

카페에서 토스트와 커피, 뱅쇼까지 마시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올 때는 수레국화를 조금 꺾어서 거실에 두었다.

 

짧은 여행이지만, 긴 시간을 관통하고 온, 뜻깊은 주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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