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아, 네가 거기 있었구나.
9년만에 찾아간 길,
백무동에서 구비구비 한신계곡 지나는 길,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 발 담그고
무성한 수풀 사이 쏙쏙 고개 내민 야생화 보며
내 마음속 영원한 낙원 세석평전까지..
네 시간 오르는 길, 걸음마다 행복했어.
왜 너를 이제야 찾은 걸까.
세석대피소 마루에 누워 눈을 감자
이런 생각이 몰려왔어.
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네 품에 오니 고향에 안긴 것 같아.
젊은 날 너를 정말정말 사랑했어.
지금도 그래.
어떤 사람도 너처럼 있는 그대로
한 존재를 품어안지는 못할 거야.
일박이일 걷는 동안 한결같이 평화로웠어.
너를 봤으니 이제 기꺼이 눈감아도 좋을 것 같아.
촛대봉에서 넘실거리는 파도 같은 겹겹의 산들 너머로
일출을 선물 받았고
세석 다음으로 사랑하는 연하선경 길에선
구름과 안개가 쉴 새 없이 오갔지.
예전보다 숲이 우거졌지만, 여전히 선경이었어.
그 길을 가슴 두근거리며 헤매다닌 옛날이 생생해.
너무 아름다워 그 길에서 난 언제나 설레고 벅찼어.
15년만에 오른 천왕봉 정상, 버킷이었어.
50세 되기 전에 한라산, 지리산, 설악한 3 peaks 찍기.
작년에 한라산 정상을, 올해 지리산 정상에 올랐네.
혹시나 나중에 무릎 아파 못 올까봐, 그 전에 꼭 봐두려고
50세 되기 전 버킷 첫 번째로 3개 산 정상에 오르고 싶었어.
앞으로도 오를 기회가 오면 좋겠지만, 설사 그러지 못해도 여한 없을 거야.
마치 마지막으로 오르는 산처럼 눈과 마음에 풍경을 꼭꼭 담았어.
조금 울기도 했어.
생각해보니,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이 모두
아빠와 함께 올랐던 산이니까.
울 아빠는 하늘의 별이 되었을까. 이 우주 어디에 있을까.
사람마다 하나같이 다 달라.
자신의 마음이 채워지는 지점이.
무얼 하면 자신이 행복한지,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찾아야 해.
참 많은 나라들을 구경했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는 우리나라 큰 산인가봐.
허전한 한 부분이 꽉 채워졌어.
산을 내려와서도 행복감이 내내 마음에 깃들어 있어.
내 마음속에 네가 있어. 가슴 가득~
지리산아, 지리산아...
곧,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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