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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뉴질랜드11

새벽녘에 만난 야생 돌고래들의 춤 - 카이코우라(Kaikoura) 2 카이코우라에 온 이유는 돌고래를 보기 위해서였다. 카이코우라는 야생 돌고래 투어로 유명하다. 배를 타고 인근 해역에 서식하는 야생 돌고래 무리를 직접 찾아간다. 돌고래 투어는 새벽과 오후에 각 한 차례씩 있었다. 새벽이 돌고래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고 해서 나는 새벽 투어를 신청했다. 돌고래를 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그냥 배에서 구경하는 것과 스킨 장비를 갖추고 돌고래들과 함께 수영하는 것. 수온을 물어보니 18도란다. 오픈워터 다이버인 나는 18도의 바닷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기에 그 말을 듣자마자 수영을 포기했다. 하지만 서른 명쯤 되는 투어 신청자 중에서 나를 포함한 세 명을 제외하곤 모두 수영을 선택했으니 서양애들의 육체적 강건함은 알아줘야 한다. 다음 날, 투어용 배는 어스름할 즈음에 카이코우.. 2005. 10. 28.
[뉴질랜드] 카이코우라는 아름답다 - 카이코우라(Kaikoura) 1 카이코우라는 아름답다 - 뉴질랜드 카이코우라 1 카이코우라는 아름답다. 뉴질랜드의 하늘빛, 산빛, 물빛, 바다빛,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건만, 이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야말로 '아름답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구나, 생각했다. 날씨도 기분 좋게 선선했고, 산과 바다가 서로를 품에 안은 반도의 지형이 다른 어떤 곳보다 내 마음에 여유와 평온함을 선사한 곳. 다시 말해, 카이코우라의 아름다움은 피오르드랜드의 스펙터클한 아름다움과, 카후랑기의 무성한 숲, 아벨 태즈만의 뜨거운 여름과는 달리, 우리가 편안하게 산책하기 좋은, 국립공원이 아닌, 사람 사는 마을을 옆에 둔 어떤 온화함이 있는 곳. 아무튼 카이코우라는 참 아름다웠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언덕 아래 자리잡은 YHA까지 바다를 따라 .. 2005. 10. 23.
[뉴질랜드] 한 번은 사고를 칠 줄 알았어! - 히피 트렉(Heaphy Trek) 한 번은 사고를 칠 줄 알았어! - 뉴질랜드 히피 트렉 (Heaphy treck) 배낭여행의 매력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리라. 내 경우 그것은 예기치 못한, 우연한 만남이 주는 놀라움 및 기쁨과 결부되어 있다. 모든 것이 꽉 짜여진 일정대로 전개된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아닐까. 시간표를 철저히 지켜야 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여행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요소는 '우연성'이다. 일상에서는 비가 쏟아지거나 흰 눈이 폴폴 쌓여도 해야 할 일은 변함 없다. 꽃이 피고 낙엽이 져도 주어진 일은 마쳐야 하고 퇴근 시간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여행은 다르다. 소낙비가 내리면 모든 일정을 접고 까페에서 오전 내내 커피를 마시며 빈둥거려도 좋고, 햇살이 찬란하다면 박물관 대신에 숲길을 .. 2005. 10. 21.
[뉴질랜드] 편안한 휴식, 모투에카(Motueka) 청명한 날씨,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모투에카에 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솔로 여행자에게 숙소는 여행지의 기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낯선 행선지들을 거치다보면 피곤할 때도, 힘들 때도 있는 법. 그럴 때 집처럼 편안한 숙소, 사람들의 미소와 작은 친절, 따끈한 차 한 잔, 정말 작디 작은 것들이 마음에 새겨지고 떠나고 나서도 그곳을 추억하게 만든다. 모투에카 YHA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원래 내 일정은 프란쯔 조제프 빙하에서 남섬 북부의 넬슨으로 가는 것이었고 모투에카는 계획 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빙하 트레킹 이후 여독이 한꺼번에 몰려온 게 문제였다. 넬슨은 프란쯔 조제프 빙하에서 하루종일 걸리는 길, 나는 만 하루 동안의 버스 여행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중간 지점인 그레이마우스까.. 2005. 10. 20.
[뉴질랜드] 새들이 차지한 곳과 사람이 차지한 곳 - 아벨 태즈만 코스털 트렉(Abel Tasman Coastal Trek) 새들이 차지한 곳과 사람이 차지한 곳 - 아벨 태즈만 코스털 트렉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고 싶다면 뉴질랜드로 오시기를. 만년설로 덮힌 산과 바위, 폭포와 빙하, 에메랄드빛 호수와 숲, 그리고 열대 바다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길이 다 있다. '트레킹의 천국'이라는 말이 그냥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다. '아벨 태즈만 코스털 트렉',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이 국립공원은 남섬 북부 골든 베이에 있다. 이 길의 매력은 한적한 바닷길이라는 점이다. 완주하는 데 2박 3일이 걸리며, 밀포드, 케플러, 루트번 트렉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의 아홉 개 'Great walks' 중 하나다. 굳이 종주하지 않아도 좋다. 코스는 다양하며 각자 원하는 구간을 걸을 수 .. 2005. 10. 15.
[뉴질랜드] 그들과 우리는 자연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 프란쯔 조제프 빙하(Franz Josep Glacier) 마치 외계 별에 불시착한 사람인듯 [여행기] 뉴질랜드 프란쯔 조제프 빙하 트레킹 ▲ 멀리서 본 프란쯔 조제프 빙하 어린 시절엔 누구나 한 번쯤 남극이나 북극에 가는 상상을 해보았으리라. 하얀 설원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지금에 와서는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극지에 가고 싶은 마음은 사실 없지만, 대신에 북극과 가까운 아이슬란드에는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뉴질랜드에서 빙하 트레킹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 극 지방만큼 거대한 빙하는 아니겠지만 빙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무척 기뻤다. 남섬의 빙하 트레킹으로 유명한 곳은 프란쯔 조제프 빙하(Franz Josep Glacier)와 그 옆의 폭.. 2005. 10. 12.
[뉴질랜드] 세상의 첫 일주일을 보았으니... - 밀포드 트렉(Milford Trek) 3 세상의 첫 일주일을 보았으니… [뉴질랜드 밀포드 트렉 3] 54km를 완주하다 트레킹 넷째 날 아침이 밝았다. 잠에서 깨자마자 날씨부터 확인했다. 건너편 산봉우리에 구름 한 자락이 걸려 있는 은은한 아침, 맑은 날씨가 참 반갑다. 오늘 걸을 구간은 퀸틴 롯지에서 밀포드 트렉의 종점 샌드플라이 포인트까지 21km이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제 본 서덜랜드 폭포가 멀리서 보였다. 산 전체를 향해 시원스레 내리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신선하다.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았을 때와는 달리 길게 떨어지는 폭포의 윗 부분이 드러나서 580m라는 높이가 실감이 났다. ▲ 서덜랜드 폭포 사람들이 지구를 차지하기 전의 자연은 이런 모습이었을까? 이곳에서 인간과 자연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자연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다.. 2005. 3. 31.
[뉴질랜드] 때로는 불편함 속에 여행의 참맛이 있다 - 밀포드 트렉(Milford Trek) 2 때로는 불편함 속에 여행의 참맛이 있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렉 2] 데이지꽃이 가득 핀 맥키논 패스 ▲ 맥키논 패스에서 본 '마운트 쿡 릴리' 우리가 여행한 곳 중에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곳은 어떤 곳일까. 자연이 아름다운 곳일까, 역사의 흔적이 서린 곳일까. 아니면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는 곳일까. 어떤 장소에 대한 우리들의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고 복잡하다. 우리를 무한한 세계로 이끄는 광대한 풍경은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비록 평범한 곳이라 해도 좋은 인연이라든지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우리는 그곳을 매우 아름답게 기억하게 된다. 굉장히 멋진 풍경이라 해도 한번 본 것으로 족한 곳이 있다. 반면에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도 마치 고향처럼 두고두고 그리운 곳들도 .. 2005. 3. 11.
[뉴질랜드] 집 떠난지 사흘, 세상일 모두 잊어버리다 - 밀포드 트렉(Milford Trek) 1 집 떠난지 사흘, 세상일 모두 잊어버리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렉 1] 줄줄이 쏟아지는 폭포가 수백 개 ▲ 밀포드 트렉 근심 없이 순간 순간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순간 순간을 깊이 응시하는 것, 마음과 몸이 함께 움직이는 것, 그리고 살아 있음이 그저 즐거워지는 것. 마운트 쿡에서 보낸 시간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집을 떠나온 지 불과 사흘 정도가 지났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잊어 버릴 정도였다. 알랭 드 보통이 언급한 대로 여행은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을 내게 보여 주었다. 100% 나 자신을 위한 시간, 그리고 온전한 휴식. 나는 어느새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고, 날씨와 내 주위를 둘러싼 것들에 한층 민감해져 있었다. 밤 사.. 2005. 3. 2.
[뉴질랜드] 자연의 침묵 속에 머물고 싶어라 - 마운트 쿡(Mount Cook) 자연의 침묵 속에 머물고 싶어라~ [여행기]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 쿡'에 가다 ▲ 후커 밸리 트렉에서 야생의 세계, 그 자체로 충만한 자연의 존재 없이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까. 의 저자 알도 레오폴드는 사람들을 둘로 나누었다. 야생 세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그는 계속 이야기한다. 더 높은 생활 수준을 위해 자연의, 야생의, 그 자유로운 무수한 것들을 희생시켜도 되는가라고. 텔레비전보다 기러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고귀하며, 할미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언론의 자유만큼 소중한 권리라고.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편리한 생활의 대가로 많은 것이 멀어졌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바람과 일몰, 자연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소중한 선물들이 이젠 .. 2005. 2. 16.
올드 퀘벡의 축제 / 캐나다 퀘벡 '00 캐나다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 여행 루트가 전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이토록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에 와서 도시만 헤매게 되다니.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을 거치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와 시골 마을처럼 아늑하고 정겨웠던 오타와 말고는 나를 만족시켜 줄 것이 전혀 없었다. 캐나다쪽 록키 산맥을 보거나 피오르드 해안, 혹은 대서양과 마주한 노바스코샤 지역으로 갔어야 했다. 그러나 퀘벡 시티 안의 올드 퀘벡은 잊을 수 없는 멋진 장소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오래된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예스러운 도시가 나타난다. 그 성곽 안 지역이 올드 퀘벡이다. 거리며 건물은 이삼백년 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올드 퀘벡은 업 타운과 로우 타운 두 지역으로 나뉘어진다.. 2000.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