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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뉴질랜드

[뉴질랜드] 편안한 휴식, 모투에카(Motueka)

by 릴라~ 2005. 10. 20.



 

청명한 날씨,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모투에카에 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솔로 여행자에게 숙소는 여행지의 기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낯선 행선지들을 거치다보면 피곤할 때도, 힘들 때도 있는 법.

그럴 때 집처럼 편안한 숙소, 사람들의 미소와 작은 친절, 따끈한 차 한 잔,

정말 작디 작은 것들이 마음에 새겨지고 떠나고 나서도 그곳을 추억하게 만든다.

모투에카 YHA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원래 내 일정은 프란쯔 조제프 빙하에서 남섬 북부의 넬슨으로 가는 것이었고

모투에카는 계획 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빙하 트레킹 이후 여독이 한꺼번에 몰려온 게 문제였다.

넬슨은 프란쯔 조제프 빙하에서 하루종일 걸리는 길,

나는 만 하루 동안의 버스 여행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중간 지점인 그레이마우스까지만 이동해서 하루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해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던 버스는 정오쯤 되어 그레이마우스에 도착했다.

날씨가 흐려서일까, 그레이마우스는 이름처럼 회색빛을 띤 작은 도시였다.

남섬의 서부 해안은 늘 이처럼 흐리다고 했다.

 

대형 할인점에서 과일과 음식을 사서 그날 오후는 YHA 안에서 꼼짝 않고 쉬었다.

저녁에 넬슨행 버스편을 예약하는데 YHA 직원이 거기서 뭘 할 거냐고 묻는다.

아벨 태즈만 코스털 트렉과 히피 트렉을 걸을 예정이라고 이야기하니,

넬슨 말고 모투에카로 가란다. 지도를 보여주며

모투에카가 훨씬 그 지역에 접근하기 유리하다고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좋은 조언이었다. 행선지를 변경하고 다음 날 모투에카를 향해 출발했다.

 

그레이마우스를 떠난 버스는 남섬 서쪽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달렸고

히피 트랙이 있는 카후랑기 국립 공원 근처도 통과했다.

밀포드 트렉이 있는 피오르드 국립공원 일대가 빙하가 깎아 만들어낸

절벽과 호수가 어우러진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모습의 자연이라면

카후랑기 국립공원 지역은 숲 그 자체가 주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향기로 가득했다.

 

모투에카에 도착하자마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넬슨이 큰 도시다 보니 많은 여행자들이 모투에카 대신에 넬슨에 들르는데

아벨 태즈만을 보는데 가장 좋은 곳은 모투에카다.

모투에카에서 아벨 태즈만까지는 30분도 안 걸리지만

넬슨에서는 한 시간이 더 걸리며 모투에카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곳에는 진짜 여름이 있었다.

아마 남섬에서 가장 더운 지역인 것 같다.

밤에도 쌀쌀하지 않아 뉴질랜드에 온 이래 처음으로 한여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햇살이 강렬한 지역이라서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라 한다.

 

모투에카의 Baker's lodge는 원래 YHA가 아니라 YHA와 계약을 맺은 곳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다른 곳과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좀 더 여유롭다고나 할까. 넓은 식당, 식당 앞 야외 식탁, 그리고

오후만 되면 공짜로 제공되던 갓 구워낸 초코 머핀,

나른한 여름날의 평화가 그곳에 있었다.

 

모투에카를 떠나 카이코우라에 가면서 넬슨에서도 하루 묵어가게 되었는데,

시골 마을이었던 모투에카에 비해 번화한 도시 넬슨은 내겐 별다른 매력이 없었다.

다만 저녁에 산책 나간 넬슨의 해변, 그곳에서 해가 지던 풍경은 마음에 남아 있다.

(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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