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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교실 이야기77

독도소년단 핸폰 사진 정리하다 발견,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이다.일만 벌이고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학교가 운동장에 새건물을 짓고 있어서올해 학생들은 운동장을 전혀 쓸 수 없게 됐다.강당은 안전 문제로 평소 잠겨 있고.6월쯤 되자 갈 데 없는 학생들이 날뛰기 시작하여아침 자습 시간에 다같이 독도 플래시몹 춤을 추었다.몇 명은 뒤에 가만 서 있었으나 간식 주겠다는 협박이 대체로 먹혀서기말 준비 전까지 아침마다 한 2주간 추었다. 재밌는 사실은 그게 소문 나서 딴 반 말썽쟁이들이 자기도 추면 안 되냐고. 간식 먹고프다고.그렇게 말썽쟁이 대여섯이 모였고매주 수욜 오후 우리 교실에서 방학 전까지 30분 정도 연습했다. 이름 하여 “독도소년단”2학기 독도의 날에 공연도 하려 했는데학교를 쉬는 바람에 미완의 프로젝트가.. 2024. 9. 23.
작별, 다시 길 찾기 하혈이 시작된 게 5월 중순이었다. (자궁근종이 갑자기 커져서 생긴 출혈이라나...)처음엔 하혈량이 너무 많아서 이래서 학교 다니겠나 했는데호르몬제 처방 받고 양이 다소 줄어서 경과를 보고 있는데병가를 쓸 수가 없었다. 서평쓰기 수행평가를 이미 6반 모두에서 진행중이라...중학교 평가가 뭐 그리 중요하냐 싶지만 이미 진행중이라 다른 사람이 하기엔 일이 넘 복잡해서어떻게든 내가 마무리하는 게 더 속 편하겠다 싶었다. 어찌어찌 수행평가를 끝내고 기말까지 마무리,,,6월 말이 되었을 때 한계가 왔다. 두 달 가까이 생리를 계속한 셈인데다가 빈혈성 두통까지...과장 안 하고, 사람이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새학교는 1학기 적응이 가장 힘들고 또 울학교는 역대급 폭탄이 있었는지라진짜 몇 달이 몇 년처.. 2024. 8. 26.
울 학교 유행어 여기 어린이들은 넌센스 퀴즈를 좋아라 한다.내 이름으로 계속 넌센스 퀴즈를 만드는데, 매달 새로운 버전이 생긴다.전부 내 이름의 발음을 이용한 것. "국어쌤이 자기 소개를 하면?""나비야~" "국어쌤이 기분이 좋으면?""앗싸라비아~" "국어쌤이 기분이 안 좋으면?""왜 시비야~" "국어쌤이 좋아하는 음식은?""너비아니~" "국어쌤이 고양이를 키우면?""비아냥~" 뭐 이런 식인데, 다 기억도 못하겠다. ㅎㅎ 2024. 6. 5.
치킨데이~ 올해 나라에서 주신 또래활동 경비는동네 치킨 집에서 한 방에 다 썼다. 학생들이 치킨을 강력, 희망했기 때문. 1인 1닭, 서른 개 가까이 배달되다 보니 세 박스나 되어캐리어에 올려 복도를 가로지르는데 전교에 치킨 냄새가...울 어린이들은 평소 반장이 소리 질러야 앉을까 말까인데 이날엔 몇 초만에 줄을 사사삭 선다.치킨의 힘이쥐~ 학급비는 지역 경제 활성화가 목표인가, 뭐 그 생각...다른 학교에서는 책을 사준 적도 있는데, 여긴 좀 낙후된 지역이라애들이 원하는 걸 사줬다. 2024. 6. 5.
넘 건전한 축하~ 재작년 1학년 8반 아이들을 동네서 잠깐 만났다. 같은 동네라~지금 중3이 되었고 3학년이 9개 반인데1학년 때 울반 아이들 22명 중에서 8명이 지금 3학년 학급임원이 되었다 한다.여러 명 꼬시긴 했으나 좀 더 꼬셔볼 걸, 10명 넘게...^^ 그 학년은 상위권 학생들이 리더십 있고 품이 너른 편이었고중위권 학생도 성격 좋고 착실한 아이들이 많았다. 공부만 잘하는 까칠한, 최상위권 애들은 다 범어동으로 갔는지는 몰라도암튼 반장, 부반장 맡은 녀석들이 하나같이 친구 챙길 줄 알고, 봉사심 있고, 생활 면에서 균형 잡힌 아이들이었다. 적고 보니, 요 근래 보기 드문 현상이긴 하다. 시험 점수 한두 개가 뭐가 중요한가. 이런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진짜 보물이고, 리더의 자격을 갖춘 아이들이다. 한 녀석은 전.. 2024. 6. 5.
아이들이 보낸 엽서 도착, 추억은 방울방울 5월 15일이 석가탄신일, 마침 쉬는 날이어서지금까지 겪은 스승의 날 중 최고의 스승의 날이 되었다.작년까지 근무했던 K중 아이들로부터속속 카톡이 도착했었는데,,, 새학교로 도착한 엽서는 또 느낌이 다르다.우체국 소인이 찍힌 종이는 물성이 있어서더 무언가를 전달받은 느낌이 든다. K중에서 '스승의 날' 행사로 학생들에게 엽서를 나눠준 모양,,, 한꺼번에 오지 않고 한 통씩 도착해서 더 재밌었다.  시간은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답지만, K중에서 보낸 시간은 특히 더 그렇다.솔직히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힘든 기억이 더 많아서단 한 학교도 '그립다'는 느낌을 주는 학교는 없는데딱 한 학교 K중은 늘 은은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거기서도 절반은 힘들었는데, 절반은 참 좋은 아이들을 만났다.엽서 보낸 녀석들 중에.. 2024. 6. 5.
반복되는 친구 괴롭힘 S군의 자잘한 친구 괴롭힘이 3달째 계속되어 나도 뚜껑 열림. 그것도 자기를 받아주는 친한 친구에게. 여학생 립스틱을 빼앗아서 얼굴에 쓱 칠한다거나친구가 싫다고 여러 번 말하는데도 몰래 물을 빼앗아먹거나급기야는 친구 지우개에 형광펜을 몰래 발라놓고, 그걸 모른 친구가미술 수행평가 시간에 지우개로 지우는데 활동지에 형광펜이 묻어서본인 표현으론 극도로 분노하게 된 사건.  대체 그건 '장난'이 아니고 '괴롭힘'이라고 몇 번을 말했나.직전 학교에선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데초등 저학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매일 일어난다.울 학교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정신연령이 낮다고 볼 수밖에...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아 나도 검색을 했다. 결과는 다음...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청소년은,과거나 현재 괴롭힘을 받았을 .. 2024. 5. 30.
올해 귀염둥이들 올해는 중1이나 어린이 감성의 친구들이 많다.받은 편지 중 젤 귀여운 것 2통~첫 번째 친구는 아빠랑 사는 한부모 가정인데 얼마나 밝고 싹싹한지본인이 귀엽게 행동해서 선생님들한테 사랑받는 스타일...두 번째 친구는 깔끔하고 행동이 재빨라서 교실의 빈 구석을 바로 알아차리고주번을 도와 몸을 움직여주는 친구... 가족 소개에 아빠는 운전을 잘하고 엄마는 요리를 잘하고 동생은 넘 귀엽다 써서참 밝은 가정이구나 했다. 성격 면에서 우리 반 인재들... 2024. 5. 15.
국어의 ㄱ자도 몰랐다는 분 ㅋ 내가 제일 싫어하는, 너무너무너무 싫어하는 게 성 사안인데 중간 끝나자마자 학급에서 바로 그 성 사안(언어폭력)이 또 터짐... 와, 진짜로 학교 못 다니겠다면서 퇴근하는 바로 그날, 몇 통의 편지를 받았다. 아직 스승의 날이 아닌데, 다른 시간에 어버이날 편지를 쓰면서 같이 쓴 모양... 학교에 있으면 해마다 몇 통은 받는 편지라 그리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데 올해는 넘 고단한 나날이어서일까, 편지 보며 왠지 울컥... K중에서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주로 편지를 썼는데, 그 반대의 친구들이 쓴 편지라서 그런 듯도 하다. 특히 두 번째 편지의 주인공은 진짜 공부와는 담 쌓은 해맑은 어린이인데, "국어에 ㄱ자도 몰랐는데... 점차 실력이 느는 것 같습니다."를 읽고는 빵 터졌다. 예전 낫 놓고 기역 자도 .. 2024. 5. 11.
교실은 예뻐야지 올해 대구교육청이 교사 수를 너무 확 줄여서(400명 줄었다나?) 한 반에 스물아홉, 서른인 학급이 넘쳐난다. 새 학교도 3학년은 한 반에 22명인데 1학년은 29명 ㅠㅠ 이런 애들이 좁아터진 교실에 종일 있는데 사고 안 나는 게 이상하지. 개학하고 지금까지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살았다. 또 교실은 학년실에서 얼마나 멀던지... 8차선 대로만큼 가야 함... 가로 5열로 하니 사물함 바로 앞까지 꽉 차서 교실이 넘 답답. 고민고민 하다가 가로 6열로 짝이랑 같이 앉는 걸로 바꿨다. 뒷게시판을 거의 쓸 수가 없어서 학생 큰이름표는 앞에 붙였다. 큰 이름을 붙여야 다른 선생님들이 학생 호명하기 편하다. 개학하고 첫 일주일 동안 열씨미 한 것은 교실 꾸미기... 구석구석 먼지 닦고 공간을 가능하면 예쁘게 만드.. 2024. 3. 24.
시를 낭송해 달래 ㅎㅎ 공무상 요양 중에 울반 반장으로부터 뜬금 없는 카톡 한 통을 받았다. '낙화' 시를 배우는데 내 목소리로 시를 낭송해 달라나... 뭔가 목적이 더 있을 것 같긴 했으나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한 번 읽어보고 바로 녹음해서 보내주었다. 나중에 듣기로 이 녀석, 내 목소리로 시 영상 수행평가를 만들었다나... 반 아이들이 깜짝 놀라고 다같이 즐거워했다고 한다.영상도 넘 잘 만들었다는데, 파일 보내달라고 할 걸 그랬나... 지금도 궁금하다... 어떻게 만들었을지... 2023. 10. 3.
교실 정원을 정리하며 봄과 여름, 두 계절을 함께 보낸 교실 정원을 정리했다. 방울토마토와 고추는 진짜 무럭무럭 자라서 씨앗에서 시작한 것이 여름엔 교실 천장을 노릴 만큼 크게 자랐다. 생명의 개화가 눈부신 봄과 여름이었다. 기말고사 무렵엔 교실 한 켠이 정글처럼 분위기가 있어졌다. 마침 피어난 해바라기 세 송이가 여름을 반기는 듯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까진 함께 보낼 줄 알았는데 여차여차한 사정으로 2학기를 쉬는 바람에 교실 정원을 정리했다. 식물 가꾸기가 보통 일이 아니라서 대신 오실 분에게 일거리를 줄여드리기 위함이었다. 몇 분께 나눔하고, 나머지는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사진을 보며 지난 시간을 추억한다. 산만한 남학생들이 몇 있어서 쉽지 않았던 올해 교실살이에 내게 밝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던 식물들이다. 이 녀석들.. 2023. 8. 24.
두 번 말고 다섯 번 "2학기 때는 일주일에 두 번 말고 일주일에 다섯 번 다 들어오세요." C는 2학년 열 개 반 국어도우미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적극적인 친구였다. 수업시간 전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달려와서 준비물을 챙기고 수업시간에도 활짝 웃음으로 교실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곤 했다. 다섯 반은커녕 2학기에 아예 2학년 수업을 못하게 된 지금 C를 비롯하여 수업시간에 열의를 보였던 몇몇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교사의 말을 귀담아듣고 정말로 열심히 하던 녀석들이었다. 작년 우리 반이었던 Y와 H도 그랬다. Y는 자타공인 필기의 여왕이었고 H는 뭐 하나 대강 하는 법이 없이 심사숙고해서 사려 깊은 글을 쓰곤 했다. 키가 큰 H가 맨 앞에 앉아서 과제를 바로 하지 않고 혼자 차분히 생각에 몰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S는.. 2023. 8. 5.
동아리 도보여행의 추억 버리기 힘든 물건들이 있다. 이제는 필요 없는데 이 자료를 십여 년간 이사하면서 싸들고 다녔다. 2011년 동아리 책 축제 때 전시 자료다. 자료가 쌓여서 옛것은 정리할 수밖에 없어서 이제는 버려야 할 때다 싶다. 버리기 전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었다. 두 번의 지리산길, 여름 지리산길과 가을 지리산길, 풍경 하나하나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내가 이 길을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하고 자료들을 못 버린 이유는 이것이 열정 넘치던 삼십대의 흔적이기 때문이지 싶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이 길을 나 혼자만의 시선이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다층적인 기억의 무늬로 수놓아진 길, 그래서 애착이 있었던 것 같다. 삼십대에 갔던 특성화고인 D고에서 적응 못해 3년 내내 무기력.. 2023. 7. 30.
예술강사 초빙, 연극 수업 올해 가장 아쉬운 것은 바로 내가 초빙한 예술강사님의 연극수업을 보지 못한 것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학교에 예술강사지원사업이 시작된 건 10년 쯤 되는 듯한데 나는 작년에야 알게 되어 신청했고, 올해 지원을 받았다. 갑작스런 일로 병가를 쓰게 되어 2주간 반별로 4차시, 총 40시간 진행된 수업을 보지 못한 게 젤 아쉽다. 나 대신 수업 임장에 들어간 국어강사님이 사진을 몇 장 보내주시면서 수업 참관 소감을 전해주었는데, 수업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진행을 매우 잘하셨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전문연극인의 카리스마가 엿보였고 농땡이들도 잘 대처하면서 모두 수업에 참여시켰다고 한다. 연극놀이에서 시작해서 교과서와 연계하여 간단한 극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강사님이 진행한 연극놀이는 실은 나도 그간 연극연수에서 다 배.. 2023.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