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교실 이야기77 "선생님은 느껴보셨어요?" 수업 시간에 김용택 시인의 작품을 읽는데 시골학교 아이들과 생활하는 모습을 이렇게 그려놓았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리밭에 오는 봄' 같다고. 그 얼굴들이 '나를 향해 피는 꽃' 같다고. 북한군이 못 쳐들어오는 것이 중2가 무서워서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예측 불가인 중2를 맡고 있던 나는 '어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역시 시인은 시인이구나', '시골 초등학생들이니까 예뻐 보이는 거겠지' 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면서, 보리밭에 오는 봄이 얼마나 예쁜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녀석이 묻는다. "선생님도 이렇게 느껴보셨어요?" 순간 속으로 흠칫했다. 무슨 말만 나오면 꼭 '선생님은요?' 하고 묻는 애들이 있는데 아주 성가신 존재들이다. "글....쎄.... 3월을 맞이하며 .. 2009. 9. 4.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아이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아이 아이들이 입학한 지 채 며칠이 되지 않은 어느 날, 벌써부터 우리 반 녀석 하나가 교무실에서 무릎꿇고 벌을 서고 있었다. 체육 선생님이 다가 와서 카드 놀이하는 것을 보고 빼앗아 왔다며 혼이 단단이 나야겠다는 말을 전했다. 아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 눈치만 힐끗힐끗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눈에 띄는 아이였다. 서른 셋 중에서 유난히 까불고 장난을 많이 쳤을 뿐 아니라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였기에 내가 기억하고 있었다. 이름도 특이했다. @@이. 다른 학생 같았으면 따끔하게 야단을 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이 얼굴을 보니 가슴 한켠이 아렸다. 게다가 처음이니 너그럽게 봐주자 싶었다. 일으켜세우며 집에서 하고 학교엔 가져오지 말라고 부드럽게 이른 다음.. 2002. 11. 3. 이전 1 ···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