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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140

[퍼펙트 데이즈] __ 삶에 바치는 헌사 거장 감독과 대배우와의 만남.  빔 벤더스 감독과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의 만남이 이루어진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도쿄 청소부의 특별하지 않은 잔잔한 일상을 그려내는데 조금도 지겹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진진했다.  특히 음향 효과가 영화에 아주 많은 생동감을 부여한다. 주인공이 하루를 살아가며 만나는 도쿄의 소리들도 생생했지만그가 차 안에서 듣는 옛팝송도 영화의 흐름을 잘 살려주었다. 일상의 소리와 음악 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주인공 히라야마의 삶 속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빠져들었다.  그가 왜 청소부라는 직업을 택했는지 영화는 자세한 이유를 말하진 않는다. 다만 잠시 다녀간 여동생과 조카와의 대화를 통해 무슨 사연이 있음을 짐작할 뿐...  그는 아침에 일어나 식물에 물을 주고 면도를.. 2024. 7. 30.
[김씨표류기(넷플)] __를 보면 짜장면 먹어야 좋은 영화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있다. 이 영화가 그랬다. 2009년에 나온 영화라 하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툽에서 우연히 소개를 보고 넷플에 있길래 봤는데, 참 괜찮다.  조금만 다듬었으면 대작이 될 법도 했는데, 진짜 2프로 아쉬운 영화. 아마 이게 코미디물인지 진지한 영화인지 B급감성 영화인지 영화의 스탠스가 명확하지 않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코미디물이라기엔 너무 묵직하고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고, 그러면서도 뭔가 블랙코미디처럼 빵빵 터지는 순간들이 있고...  영화는 두 김씨의 표류와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카드 대출이 많아 자살 시도를 한 우리의 주인공 김씨는 한강에 뛰어내리지만 한강 중간에 있는 무인도 밤섬에 불시착하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2024. 7. 26.
[판문점(다큐)] __ 다시 판문점으로 가야 할 때 몇 달 전에 후원했던 다큐 영화 시사회의 초대 문자가 지난 주말 도착했다. 휴전 후 70년간 이어지는 남북간의 대치 상황을 '판문점'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다큐다. 초대장은 2장이 왔는데, 누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을까 싶어 혼자 보려다가 작년에 퇴임하신, 친분 있는 역사 선생님이 보시겠다 하여 같이 보았다. 판문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6.25 때다. 전쟁 발발 일 년이 지나고 남과 북 양쪽의 피해가 극심했으나전세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자 연합군과 북한은 휴전 논의를 시작한다.처음 만난 곳이 개성의 요릿집이었는데 적진 안에 있어서 연합군이 달가워하지 않다가 좀 더 남쪽에 있는 판문점이라는 작은 마을로휴전 협상 장소를 옮기게 된다. 휴전선과 비무장지대가 그어지면서 판문점은 처음 장소에서좀 더 남쪽으로 내려.. 2024. 6. 24.
영화 [파묘]에 담긴 중의성... 올해 영화를 딱 두 편밖에 못 봤네. '서울의 봄'이랑 '파묘'.  오컬트류나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파묘는 볼 생각도 안 했는데 언론에서 유명해지니 모친께서 꼭 보고 싶다 하셔서 모시고 가서 관람했다.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 그 겹겹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과정에 매혹되었다. 파묘는 단지 묘를 파는 행위가 아니다. 묘를 파면서 과거를 다시 파헤치는 행위다. 그 과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현재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들은 파묘하고 알지 못했던 과거의 지층 속으로 한 발 한 발 걸어들어간다. 그 과거는 식민지 시대와 연결되고, 결코 죽일 수 없는 일본 요괴 오니처럼 우리의 현재에 깊은 어둠을 드리우며 현재를 집어삼키고 있.. 2024. 4. 20.
[신경 끄기의 기술 (넷플)] __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동명의 책이 있나보다. 책의 내용과 얼마나 겹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직접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솔직히 재미있다고는 말 못하겠다. 마약에 빠져 보냈던 저자 자신의 청년 시절의 경험과 2차대전이 끝나고도 30년을 필리핀 정글에서 숨어 살았던 오노다 중위의 이야기가 나란히 전개되는데, 이야기들의 초점이 분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주 인상적인 대목이 하나 있었다. 70년대부터 '자존감'을 중시하는 교육관이 등장하면서 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을 향해 '너는 특별하다'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한 세대의 아이들이 그러한 가치관을 지니고 성장했다. 저자는 그것이 가져온 해악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나는 특별하다고 여기는 아이들은 특권 의식을 지니게 된다. 나는 이러저러한 것들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 2024. 1. 5.
문학이 가치 있는 이유는 __ 위화 작가 EBS 위대한 수업 EBS에 이런 좋은 것도 있네. "문학은 그냥 글이 아니다. 문학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인간을 이야기하기 때문이고 그 안에 사회와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https://youtu.be/7RyxyQm77Gg?si=y8qxuglXy2SQfJ73 2023. 12. 13.
[서울의 봄] __ 영화인들을 존경하게 된 영화 결말을 다 아는 역사적 사건이라서 볼까, 말까 했다. 결론. 대단한 영화다. 물론 12.12 반란 사태는 다 안다. 하지만 내가 잘 몰랐던 것들이 있다. 비록 소수지만 그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들.  그들이 얼마나 애썼는가, 그 숨막히는 9시간을 지켜보노라니 너무 안타까워 저절로 눈물이 났다. 정의로운 이들은 결국 기회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 지고 만다.  하지만 이 영화는 허무나 패배의 감정을 남기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그 몇 명이 시대를 떠받치고 역사를 구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장은 악이 승리했지만, 끝까지 저항한 이들의 존재가 역사의 긴 어둠을 빛으로 바꾸어내었다.  그 역할을 절절히 표현해낸 배우가 정우성이다. 이 영화를.. 2023. 12. 11.
EBS 다큐 <자본주의> 5부작 2012년 제작된 다큐를 이제 보았다. 쿠팡 플레이에서 뜨길래 클릭했는데 넘 재미있어서 5부작을 이틀에 걸쳐 다 보았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자본주의 경제가 돌아가는 원칙, 자본주의가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 천재 경제학자들, 자본주의의 미래까지, 한 편도 빼놓을 게 없는 수작. 1부는 시중에 왜 돈이 점점 많아지는가를 간명하게 잘 설명해준다. 난 돈을 계속 찍어대니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다큐를 보고 내 무식을 절감했다. 빚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작동 원리를 보여준다. 2부는 물건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현대인의 소비 심리와 그걸 부추기는 뉴로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 요 편이 아마 제일 익숙한 내용일 것이다. 3부는 보험, 증권, 펀드의 기본 개념과 유의해야 할 점을.. 2023. 9. 26.
다시 태어나도 우리 / 문창용, 전진 감독 _ 올해 본 최고의 다큐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눈물이 난 경험. 내게 그곳은 히말라야였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많이 보았지만 그 앞에서 그저 떨리고 가슴 벅차고 눈물이 난 경험은 히말라야가 유일하다. 어제 본 가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다큐 영화였다. 히말라야가 배경이지만 나를 눈물 짓게 한 건 설산이 아니라 노스승과 어린 제자다. 그들이 나누는 소박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뭉클하고, 영화가 끝날 때는 어느새 펑펑 울고 있었다. 히말라야 설산을 끼고 있는 라다크의 오지 마을 삭티에 노스님과 동자승이 함께 살아간다. 노스님 우르간은 수행자면서 약초 전문가로 전통 의사로 일해왔지만 그 일에 전념하지 못한다. 일 년여를 함께 지내던 동자승 앙뚜가 다섯 살의 나이에 '린포체'로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린포체는 전생의 업을.. 2023. 9. 22.
[왓챠] 어바웃 타임 _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로맨스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인생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지금 이 순간도 흘러가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에 대한 서사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삶의 어떤 부분을 고치고 싶을까. 주인공 데이먼은 과거에 다녀올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21살에 이 비밀을 아버지로부터 알게 된 주인공은 처음이라 실수하고 실패하는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그 순간을 다시 살고, 실수를 교정하고, 사랑을 얻는다. 실수할 때마다 다시 돌아가 자신의 오류를 수정한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돌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음미하면서 산다. 그가 인간적으로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 2023. 9. 2.
[왓챠] 봉오동 전투 _ 홍범도 장군을 기억하며 직업 : 의병신분 : 농사목적과 희망 : 고려 독립  며칠 전 뉴스에서 본 내용이다. 홍범도 장군이 1922년 소련 입국 때 작성한 문서. 직업 의병, 목적과 희망 고려 독립. 단 몇 글자지만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신념을 압축해 보여준다.  사상과 종교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것은 한 시대의 유행을 따른다. 조선 시대엔 유교적 관념이 지배적이었고 20세기 초반엔 유럽 뿐 아니라 약소국을 중심으로 공산주의 사상이 대유행을 했다.   지금이 무슨 중세 마녀사냥도 아니고 21세기 개명천지에 한 인물의 고귀한 생애를 어떤 사상이 있네 마네 폄훼할까. 베트남의 호치민이 공산주의자여서 나쁜 넘인가. 그는 위대한 인물이다.  세종대왕을 유교적 이념에 철저했다고 비판할 것인가. 게다가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자도 아니었다.. 2023. 9. 1.
[넷플] 더 데이즈 __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그 직후 2011년 봄날을 기억한다. 3월, 개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기억이 더 또렷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뉴스를 볼 때의 느낌은 마치 세상의 종말에 다다른 듯한 그런 기묘한 느낌이었다. 9.11 테러처럼. 너무 엄청난 사건이라 영화 같이 다가오고 실감이 나지 않았던... 그리고 2023년 8월, 일본 정부는 태평양 바다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앞으로 장장 30년이나 그 물을 바다에 버릴 거란다. 사고 이후 12년 동안 일본 정부는 더 좋은 해결안이 있음에도 그 길을 모색하지 않고,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은 이미 사건 직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태도에서 예상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드라마 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그것의 수습 과정을 다룬 8.. 2023. 8. 26.
[왓챠] 위플래쉬 __ 순수한 열정일까, 아집에 찬 폭력일까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뉴욕 최고 음악학교의 교수 플랫처, 실력이야 최고지만 그의 교수법은 무지막지하고 가혹하다. 저러다가 정신병원에 실려가겠다 싶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는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참는 이유는 그에게 실력을 인정 받아야 예술가로서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밥 먹고 살려면 최고의 연주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최고'를 원하는 플랫처의 기대에 못 미치고 그의 '분노 조절 장애'는 오늘도 계속된다.  신입생 네이먼은 드러머의 꿈을 가지고 있다. 플랫처의 눈에 띄어 그가 지도하는 교내악단에 합류한다. 남의 가정사까지 함부로 까발리는 그의 독설을 참아내는 이유는 네이먼 또한 최고의 연주자가 되어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인 드러머의 자리를 차지하.. 2023. 8. 19.
[다큐] 살바도르 달리 - 불멸을 찾아서 어린 시절을 보낸 스페인 카다케의 태양과 바다, 암벽, 그 풍경에 미친 듯이 빠져들었던 소년이 있었다.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렸던 소년은 아주 일찍이 자신의 존재에 회의했다. 그의 부모는 그를 먼저 죽은 아들의 환생처럼 여기고 그에게 형의 이름 살바도르를 그대로 붙이고 먼저 간 살바도르와 그를 끊임없이 비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영향 때문이었을까 살바도르 달리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 눈에 띄는 특이한 기행을 일삼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형과 다르고자 했을 것이다. 시쳇말로 관종이다. 그의 도발적인 성격은 그의 미술 작품에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달리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았다. 초현실주의 등 당대 새로운 조류를 받아들이면서도 달리는 그것을 한 번 더 뒤집고 비틀어 그가 재해석한 독창적인.. 2023. 8. 8.
[넷플 다큐] 어른 김장하 내 주위에, 그리고 가족 중에도 자수성가한 이가 있어 어느 정도 부를 이룬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부유해진 이유가 자신의 재능과 노력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그래서 사회에 일정 부분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한 명도 없다. 다들 세금 많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어떤 영역에선 세금이 과한 부분도 있을 것이지만 모든 관심이 세금인 것은 확실히 아쉽다고 볼 수 있다.) 최연소 나이로 한약사 시험에 합격하여 스무 살부터 가게를 열었던 한 청년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진주에 열었던 남성당 한약방. 약값이 싸기도 했지만 잘 나았기 때문에 번호표를 받아야 할 만큼 사람이 미어터졌다 한다. 그렇게 번 돈을 사회에 모두 돌려주었다. 1944년생 어르신 김장하다. 그분은 말한다. 자기가.. 2023.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