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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왓챠] 어바웃 타임 _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by 릴라~ 2023. 9. 2.

로맨스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지금 이 순간도 흘러가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에 대한 서사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삶의 어떤 부분을 고치고 싶을까.

주인공 데이먼은 과거에 다녀올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21살에 이 비밀을 아버지로부터 알게 된 주인공은

처음이라 실수하고 실패하는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그 순간을 다시 살고, 실수를 교정하고, 사랑을 얻는다. 

실수할 때마다 다시 돌아가 자신의 오류를 수정한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더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돌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음미하면서 산다. 

그가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살 수 있었고,

'돌아감'을 통해 다른 사람보다 자기 삶을 훨씬 많이 성찰했기 때문이었다.

 

영화 '두 교황'에 보면 과거의 실수를 자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베네딕토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돌아보면 뚜렷하게 보이지만 당시엔 헤매기 마련이죠."

주인공은 다시 돌아가서 헤맸던 과거를 수정하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된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다정하고 따스한 사람들로 등장하고

특히 주인공의 아버지는 매우 사려 깊고 훌륭한데

그 역시 과거로 돌아간 경험을 통해 그와 같은 성숙한 인식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이렇게 받아들였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그 순간의 실수를 교정할 수는 없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순간을 다르게 살 수 있다.

주인공은 과거로 거듭 돌아가지만 우리는

우리의 오늘을 거듭 다시 살 수 있다. 

우리는 날마다 우리 자신을 조금씩 고치면서 어제와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우리 앞에 놓인 오늘을, 이 시간을

그런 풍요로운 기회가 가득한 순간으로 여기지 않을 뿐.

그래서 그냥 흘려보내는 것일 뿐. 

 

지나간 모든 시간들이, 그저 흘려보낸 많은 시간들이

너무 아쉽고 아깝고 애틋하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러 이유로

더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기로 한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다시 돌아가 경험한 순간은 어릴 적 아버지와 바닷가를 산책하던 날이었다.

그토록 소중한 순간이 당시엔 그것이 얼마나

가슴 벅차게 행복한 순간인 줄 알지 못했으므로. 

 

영화 '그레이트 뷰티'의 마지막 장면과도 비슷하다.

평생을 아름다움을 찾아 이곳저곳 헤매던 주인공은 노인이 되어서야

자신이 이미 그 아름다움을 가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레이트 뷰티의 순간은 젊은 날 첫사랑의 여인과

마주하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표정, 키스, 바닷가의 파도, 몰아치는 바람

그 모든 것이 그레이트 뷰티였다. 

다만 그때는 그것이 삶에서 최고의 순간인 줄은 몰랐을 뿐.  

 

내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한 순간만을 고르라면

아빠와 같이 갔던 금강산 여행이다. 당시는 그저 놀러가서 행복했지만

다시 그 순간을 경험한다면, 아빠와 함께 있는 매분 매초가 기적 같을 것이다.

우리는 기적 속에 살고 있지만

그 기적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루를 백 년처럼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의 진정한 비밀이고 지혜이다. 

 

이런 주제를 영화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데

'어바웃 타임'은 과거를 거듭 다시 사는 주인공을 통해

꽤 성공적으로 시간을 형상화하고 있다. 

두 시간 반, 러닝타임이 매우 긴 영화여서

같이 본 D는 뭔 얘기냐며 지루해했지만

나는 잔잔하고 작은 반전들이 박혀 있으며 사색적인 영화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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