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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파묘, 그 중의성...

by 릴라~ 2024. 4. 20.

올해 영화를 딱 두 편밖에 못 봤네. 서울의 봄이랑 파묘. 

오컬트류나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파묘는 볼 생각도 안 했는데

언론에서 유명해지니 모친께서 꼭 보고 싶다 하셔서 모시고 가서 관람했다.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직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 그 겹겹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과정에 매혹되었다.

 

파묘는 단지 묘를 파는 행위가 아니다. 

묘를 파면서 과거를 다시 파헤치는 행위다. 

그 과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현재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들은 파묘하고

알지 못했던 과거의 지층 속으로 한 발 한 발 걸어들어간다. 

그 과거는 식민지 시대와 연결되고, 결코 죽일 수 없는 일본 요괴 오니처럼

우리의 현재에 깊은 어둠을 드리우며 현재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 오니를 물리치기 위해 무당 화림(김고은)과 화림의 할머니 여신, 

풍수사상에 정통한 상덕(최민식) 등이 분투하고 영화는 해피엔딩의 결말을 맺지만

파묘라는 행위, 파묘를 통해 드러나는 뜻밖의 과거, 

그 과거를 치유하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분투, 이런 것들이

영화 파묘를 단순히 오락 영화가 아니라 시대적 중의성을 담은 영화로 읽히게 만든다. 

 

오니를 없애기가 그토록 어렵다는 건 오니가 상징하는

일본 제국주의 망령 또한 없애기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해도 우리 근대사의 지층 곳곳에 

과거의 망령이 숨어 있으며 영화는 그것과의 한 판 승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승부를 결정하는 것이 무속인과 풍수 전문가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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