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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137

[넷플 다큐] Chimps Empire 침팬지의 제국 우간다 여행에서 야생침팬지를 본 적이 있다. 워낙 높은 나무에 있어서 목을 길게 빼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검은 실루엣만을 목격했지만.... 내가 방문한 곳은 퀸엘리자베스 국립공원 근처 침팬지들이 사는 작은 숲이었다. 거기서 차로만 5시간 이상 달려가면 있는 응고고 숲. 이 다큐멘터리는 응고고 숲에서 시작된다. 4부작을 단숨에 보았다. 침팬지들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스토리가 마치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있어 이야기의 결말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두 무리(중앙 무리와 서부 무리)와 그 무리에 속한 다양한 침팬지들의 성격과 행동 양식을 카메라는 바로 곁에서, 우리가 직접 숲속에 있는 듯이 실감나게 비추어준다. 한 장면, 한 장면 대단한 촬영이 많았다. 서부 무.. 2023. 5. 1.
[넷플] 최근 본 한국 영화 세 편 _ 강철비2, 이웃사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헌트' 보려고 아주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재가입. 이후 시간이 없어 본 영화는 몇 편 되지 않지만 가끔 한 편씩 보는 재미가 있다. '헌트' 이후로 세 편을 더 보았다. 먼저 '강철비2'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북, 미, 일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잠투함 전투신은 박진감 넘치는데 다만 외교 삼각 관계에 대한 고찰이 대중에게 좀 어렵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 이 외교 삼각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밀당이라고는 모르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걸 모르는, 그저 미국에 퍼주기만 하는(이쯤 되면 동맹이 아니라 사실상 종속임) 현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더욱 이 외교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쯤 개봉했으면 더 좋았을 영화다. 영화의 주제는 '평화협정'.. 2023. 5. 1.
[넷플] 헌트 __ 이정재 감독 대단하다 꼭 개학 전날,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은 건 왜지??? 2월 내내 영화 생각도 안 하다가. 고른 영화는 헌트다. 작년 여름 개봉했을 때 보려고 했다가 놓쳤기 때문. 첩보 스릴러 영화지만 보고 나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뭉클하고 아리다. 80년 광주를 둘러싼 한국 현대사의 짙은 그늘과 해방 후 내내 이어진 분단의 아픔, 간첩단 사건, 권력 유지를 위한 그 모든 폭력들... 이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두 주인공이 각자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이처럼 강렬하게 전달하다니... 이정재 감독이 이처럼 시대적 감각은 물론 긴장감, 생각도 못한 반전,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토리 속에 액션을 녹여넣는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줄은 몰랐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훌륭하고 카메오들이 탑급.. 2023. 3. 1.
[넷플] 그해 우리는 난 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해서 끝까지 본 게 몇 편 안 된다. 결말이 안 궁금해져서 보다가 만 게 대부분. 오랜만에 끝까지 봤다. '그해 우리는' 물론 두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고나선 좀 빨리 돌려보긴 했지만. 넘 풋풋하고 상큼하고 아름다운 드라마다. 전교 꼴찌와 전교 일등의 만남도 재미있지만 그들이 자란 후 10년 뒤의 모습도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도 최웅과 국연수 두 주인공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 모두 인간미가 넘친다. 최웅의 부모님, 솔이언니, 국연수 회사 동료들, 최웅 매니저, 친구 김지웅 등 모두가 각각의 상처와 사연을 안고 있으며 그것들 속에서도 따스함을 간직하고 살아나간다. 재벌가나 경쟁사끼리 서로를 공격하기에 여념 없는 막장드라마와 비교불가. 보통 사람들의 삶이 있고 그 삶 각자의 고유한.. 2022. 2. 2.
[왓챠] 작년에 본 최고의 드라마 '체르노빌' 이거 보려고 왓챠에 가입했다. 2주간 무료인데 결국 2주만에 다 못 봐서 한 달 가입 후 탈퇴. 5부작인데 바빠서 그렇게 되었다. '체르노빌'은 작년에 본, 아니 요 몇 년 안에 본 최고의 드라마다. 실화를 기반으로 했는데, 등장인물 설정이 조금 다른 면이 있어 드라마다. 실례로 당시 사태 해결에 참여한 수많은 러시아 과학자들은 울라냐 호뮤크, 라는 한 명의 여성과학자도 대변되어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토리는 실화 그대로이며 그래서 실화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엔 체르노빌 원전 폭발을 각고의 노력 끝에 콘크리트로 완전히 덮어서 사고를 무마했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 체르노빌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과 절차가 오랜 시간 동안 동원되.. 2022. 1. 3.
[넷플] '고요의 바다' 대실망, '지옥'은 괜찮았다 고요의 바다, 대실망. 드라마의 중심은 캐릭터다. 캐릭터가 잘 구현되고 캐릭터가 그 성격에 맞게 대화와 사건을 풀어가야 설득력이 있다. 근데 '고요의 바다'에선 군인인 공유, 과학자인 배두나의 캐릭터가 전혀 설득력 없다. 공유는 군인이기에 군인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고 배두나는 과학자이므로 그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고 그런 게 전혀 없다. 여성 과학자 캐릭터는 안 보이고, 배두나란 사람만 보인다. 공유 또한 마찬가지. 다른 우주인들도 캐릭터가 안 보인다.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 안 되는 장면 여럿. '월수'라는 소재만 참신하고, 그밖에 스토리 자체가 허점이 너무 많다. 시나리오에 너무 공을 안 들였다. 그레서 난 대실망. '지옥은 내가 좋아하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고 너무 잔인하지만 .. 2022. 1. 3.
[넷플] 모가디슈 / 류승완 감독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를 봤다. 에 이어 류승완 감독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작품. 소말리아가 내전에 휩싸이기 시작한 1991년을 배경으로 목숨을 걸고 현지를 탈출한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실화를 살린 영화. 이들의 탈출 스토리가 특별한 이유는 탈출 과정에서 남한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이 협력해서 함께 탈출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실화다. 영화 스케일이 대단하다. 전부 모로코 현지에서 촬영했다 하는데 장면 구성이나 자동차 탈출씬이 대단히 세련되었고 색감도 매력적이다. 김윤석. 허준호. 등의 연기 뿐 아니라(조인성은 살짝 어색) 조연들의 연기도 출중하고 90년대 초반의 분위기도 잘 살렸으며 남북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민족주의라기보다는 휴머니즘적 필치로 보여준다. 이태리 대사관 앞에서 백기를 흔.. 2021. 12. 23.
[넷플] 영화 '승리호'를 보고, 교육의 미래를 생각 넷플릭스에서 '승리호'를 보았다. 올해 개봉한 한국 최초의 SF영화라 한다. 주인공이 악당과 대결하는 스토리는 특별히 개성적인 면이 없었지만, 영화의 배경 설정이 의미심장했다. 영화의 무대는 2092년이다. SF영화의 배경이 대개 그렇듯이 지구는 환경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공기가 나쁘고 생명이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으로 나간다. 대표적인 것이 화성기지 UTS다. 자본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기업체가 건설한 UTS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자연이 파괴되기 전의 지구처럼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UTS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시민권이 주어진다. 자치국가처럼 독자적인 법규에 따라 운영되며 보통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다. 그래서 UTS에 사는 사람들이 일등시민이라면 지.. 2021. 12. 10.
킹덤 아신전 대실망 킹덤 시즌 1과 2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단지 좀비 때문이 아니다. 권력을 둘러싼 세도가의 암투, 백성을 생각하는 세자, 그를 돕는 의리있는 인물들, 어떻게든 약을 찾으려는 서비의 집념, 이 모든 것이 현대에도 충분한 공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캐릭터 하나하나도 설득력이 있고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그런데 아신전은 대체 뭐람? 일단 조선이 여진족 마을을 몰살하도록 사주했다는 대목에서부터 공감대 형성이 전혀 안 되었다. 왜냐하면 조선은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여진족이 나중에 만주족이 됨)이 일으킨 병자호란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상으로 만들어도 기본적인 역사는 맞춰줘야 공감이 가지, 예컨대 구한말에 우리가 일본열도를 식민지로 삼았다, 이런 이야기에 공감이 가겠는가. 게다가 마을이 몰살되.. 2021. 9. 16.
[넷플] 내 사랑 __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짜 사랑 좋아하는 배우, 에단 호크가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세상에,, 그 지적이고 섬세한 역에 어울리는 에단 호크가 무식한 노동자로 나온다. 그런데 그 역할에도 썩 잘 어울려서 천상 배우구나 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풋풋한 청춘을 보여주었던 에단 호크도 이제 중년을 지나고 있다. 영화 '내 사랑', 오랜만에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 영화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절름발이 여인 모드와 고아로 자란 생선장수 에버렛. 우연처럼, 운명처럼 만나게 된 이 둘이 함께 지내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작은 집. 이십대 때 캐나다 퀘벡 쪽을 여행하면서 지도에서 '노바스코샤'란 이름을 처음으로 마주친 적이 있다.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멀고 먼 땅, 언제 가볼 수 있을까 지도에서 그 낯선 이름만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그 광활.. 2021. 6. 16.
칭찬의 역효과 ebs 다큐 _ 칭찬은 도전정신을 가로막는다 "잘한다" 말고 적절한 칭찬의 말이 있을까. 잘한다는 건 결국 다른 이보다 잘한다는 말이고 '비교'와 '평가'가 포함된 언어다. "머리 좋다" "최고다"란 말은 더욱 평가의 의미가 짙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실패의 위험이 있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머리 좋다'는 평가를 증명하기 위해 실패할 염려가 없는 만만한 주제에만 도전한다. ymca 강좌에서 아래 다큐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는데, 고정관념을 깨는 생각할 지점이 정말 많았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하기 위해서 칭찬하지만, 그 칭찬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부담을 느끼고 자유롭게 과제를 탐구하거나 도전하지 못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상대적 '비교'와 '경쟁' 안에 가두는 결과를 낳는다.. 2021. 5. 3.
자산어보 / 이준익 감독 __ 정약전은 어떤 세상을 꿈꾸었을까 흑산도를 딱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 목포에서 홍도 가는 길이었다. 목적지가 홍도였던 터라 홍도에서 일박을 하고 목포로 다시 나오는 길에 흑산도에는 잠깐 들렀다. 홍도보다 훨씬 큰 섬이고 자연도 아기자기해서 흑산도에서 일박하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가서 제대로 둘러봐야지 했는데 대구에서 목포까지 쉬운 걸음이 아니어서 아직 가보지 못하고 있다. 정조 사후 벌어진 신유박해에서 사실상 양반들은 천주교를 떠나고 천주교는 그때부터 평민들의 독무대가 된다. 정약용 선생 형제들 중에서도 정약종은 순교를 택하고(그의 아들 정하상바오로도 이후 순교한다), 정약용과 정약전은 배교를 하여 머나먼 유배의 길을 떠난다. 영화 '자산어보'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그 삶이 널리 알려진, 강진에 유배된 정약용 선생이 아니.. 2021. 5. 3.
미나리 | 정이삭 감독 ㅡ 고단한 일상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주는 위로 젊은이들이 보면 다소 밋밋하게 여겨질 수 있는 영화, 하지만 인생을 조금 살아낸 이들이라면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마다 울컥하고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영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다. 가족을 위해, 또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많은 것들 앞에서 막막함과 버거움을 느껴본 이라면 이 영화가 주는 위로에 공감하지 싶다.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족이 캘리포니아에서 십 년을 살다가 아칸소의 농장으로 이주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등장하는 가족이 진짜 가족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윤여정 씨가 배역을 맡은 할머니는 물론, 남편(스티븐 연), 아내(한예리), 자녀 역을 맡은 두 명의 아역배우들, 조연을 맡은 미국인 일꾼까지 평범한 '일상'의 빛과 그늘을 .. 2021. 3. 11.
[넷플] 두 교황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__ 다큐로 착각할 만큼 뛰어난 연기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보았다. 베네딕토 전 교황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두 교황'. 묵직한 감동이 한동안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안소니 홉킨스(베네딕토 교황 역)와 조나단 프라이스(프란치스코 교황 역)의 연기는 영화를 다큐로 착각할 만큼 화면 속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넷플릭스에 가끔 이런 좋은 영화도 있다. 가톨릭 역사에서 전직 교황과 현직 교황이 동시에 계신 것은 700년 전 단 한 번의 선례가 있을 뿐이다. 교황은 죽기 전까지 사임을 하지 않는 종신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에 파격을 준 분은 진보적 성향을 가진 분이 아니다. 가톨릭 규율과 교리를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시대적 소명으로 여긴, 누가 보아도 가톨릭에서 가장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베네딕토 전 교황이다. .. 2021. 3. 4.
산 자여 따르라 | KBS 210226 ㅡ 백기완 선생 추모 다큐 그간 리영희 선생,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등 몇몇 분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한 시대가 지나가는구나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로 한 시대가 완전히 흘러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기완 선생이 시대의 마침표를 찍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1987년의 백기완 선생을 기억한다. 내가 초등학생에서 막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선생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베토벤 머리를 닮은, 펄펄 휘날리는 머리는 그때도 여전했다. 대통령 후보로 나왔고 야권 단일화를 피를 토할 듯이 외쳤다. 당시의 정치 상황은 잘 알지 못했지만 진정성 있는 모습이랄까, 무언가 내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었다. 이후 백기완 선생의 모습을 언론에서는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2002 월드컵 때 히딩크가 한국에서 만난 분들 .. 2021.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