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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넷플] 영화 '승리호'를 보고, 교육의 미래를 생각

by 릴라~ 2021. 12. 10.

넷플릭스에서 '승리호'를 보았다. 올해 개봉한 한국 최초의 SF영화라 한다.

주인공이 악당과 대결하는 스토리는 특별히 개성적인 면이 없었지만, 영화의 배경 설정이 의미심장했다. 영화의 무대는 2092년이다. SF영화의 배경이 대개 그렇듯이 지구는 환경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공기가 나쁘고 생명이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으로 나간다. 대표적인 것이 화성기지 UTS다. 자본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기업체가 건설한 UTS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자연이 파괴되기 전의 지구처럼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UTS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시민권이 주어진다. 자치국가처럼 독자적인 법규에 따라 운영되며 보통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다. 그래서 UTS에 사는 사람들이 일등시민이라면 지구인은 이등시민으로 전락한 셈이 된다. 가난한 지구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한시적인 노동비자를 얻어 UTS를 오간다. UTS는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방사능을 비롯한 막대한 우주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그 폐기물은 우주를 떠돌거나 다시 지구로 떨어져 지구 환경을 더욱 악화시킨다. 영화 ‘승리호’의 주인공들은 우주선 ‘승리호’를 타고 다니며 그 폐기물을 청소하는 우주청소부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UTS의 성공을 위해 지구의 파괴를 조장하는 UTS 설립자에 맞서 싸우는 역할을 맡게 된다.

과학기술은 우주를 자유롭게 오갈 정도로 눈부시게 발달했지만 자본주의적 격차가 어머어마하게 벌어진 시대. 바로 영화 ‘승리호’의 배경이다. 2092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지금과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격차 사회의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 것이다. 물론 미래 사회는 영화와 똑같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가올 미래는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일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가 어느 쪽에 더 가까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SF영화가 보여주고 있듯이 인공지능 기술이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권력집단에 의해 사유화되고 악용되면 그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 삶의 형태를 가장 급진적으로 바꾸어놓는 원동력이 기술인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가 전대미문의 짧은 시간 안에 백신을 개발했듯이 기술은 선한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고, 자본주의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기술 그 자체는 인간을 배신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어떤 가치를 실현하는데 기술이 동원되는가가 중요하다. 인류에게 엄청난 힘이 주어진 지금, 그 힘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4차산업혁명 어쩌고 하며 난리법석이지만, 그 엄청난 기술을 통해 도달한 사회가 '승리호'가 묘사하는 시대와 대동소이하다면 그 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윤리적 판단과 요청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초중등교육, 보편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와 가치이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며 자연과 다른 사람들과 공존할 것인가, 내 이익만 추구할 것인가. 기술을 윤리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그 기술에 배반당할 것인가. 그 어느때보다 교육에서 '윤리'와 '가치'에 대한 물음이 적극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윤리와 가치를 신념의 주입이 아니라 대화와 질문을 통해 성숙하게 판단하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해야 한다고 본다. 인문정신, 탐구정신이 녹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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