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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넷플] '고요의 바다' 대실망, '지옥'은 괜찮았다

by 릴라~ 2022. 1. 3.

고요의 바다, 대실망.
드라마의 중심은 캐릭터다.
캐릭터가 잘 구현되고 캐릭터가 그 성격에 맞게
대화와 사건을 풀어가야 설득력이 있다.

근데 '고요의 바다'에선
군인인 공유, 과학자인 배두나의 캐릭터가 전혀 설득력 없다.
공유는 군인이기에 군인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고
배두나는 과학자이므로 그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고
그런 게 전혀 없다.
여성 과학자 캐릭터는 안 보이고, 배두나란 사람만 보인다.
공유 또한 마찬가지. 다른 우주인들도 캐릭터가 안 보인다.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 안 되는 장면 여럿.
'월수'라는 소재만 참신하고, 그밖에 스토리 자체가
허점이 너무 많다. 시나리오에 너무 공을 안 들였다.
그레서 난 대실망.

'지옥은 내가 좋아하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고
너무 잔인하지만 스토리나 캐릭터, 주제의식 면에서는 비교 불가.
유아인을 비롯해 캐릭터가 잘 구현되었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 되는 드라마.

사실 지옥은 너무 끔찍해서 조금 보다 껐다가
궁금해서 다시 끝까지 본 드라마.
가장 인상적인 건 '지옥 고지'가
아무 이유 없는 폭력으로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뜬금없이
'지옥 고지'를 받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
그리고 뒤따라오는 '시연'의 폭력.

드라마 '지옥'의 '고지'와 '시연'은
우리가 무방비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삶의 폭력의 '은유' 같았다.
아빠가 암 선고를 받았을 때 상황이 꼭 그랬다.
갑자기 아무 일 없이 평온하던 집안에 떨어진 폭탄.
드라마 '지옥'에서 '시연'으로 불에 탄 재가 된 해골이 너무 무섭고 끔찍하지만
우리 가족이 겪은 암 선고와 몇 달 뒤 결말까지의 느낌이 꼭 그와 같았다.
아무 이유 없이 다가온 폭력과 그 결말.
불행이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우연처럼 툭 하니 다가온다는 것.

사이비 종교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옥'이 담고 있는 철학적 함의는 결코 적지 않다.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친 그와 같은 폭력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사이비 종교에 빠질 것인가.
냉소로 일관할 것인가.
지성으로 다시 삶을 헤쳐갈 것인가.

우리가 처한 부조리한 상황이 다 이해되진 않지만
그럼에도 폭력과 광기에 휩쓸리지 말고
지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것.
‘지옥’이 내게 남긴 메시지였다.
그리고 난 그게 무척 힘들다는 걸 안다.

다양한 질문과 사색을 허락하는 드라마가 '지옥'이라면
'고요의 바다'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
'루나'도 어색하긴 마찬가지.
과학자 캐릭터를 좀 더 부각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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