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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다큐

EBS 다큐 <자본주의> 5부작

by 릴라~ 2023. 9. 26.

2012년 제작된 다큐를 이제 보았다. 쿠팡 플레이에서 뜨길래 클릭했는데 넘 재미있어서 5부작을 이틀에 걸쳐 다 보았다. '자본주의'의 역사와 자본주의 경제가 돌아가는 원칙, 자본주의가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 천재 경제학자들, 자본주의의 미래까지, 한 편도 빼놓을 게 없는 수작. 

 

1부는 시중에 왜 돈이 점점 많아지는가를 간명하게 잘 설명해준다. 난 돈을 계속 찍어대니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다큐를 보고 내 무식을 절감했다. 빚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작동 원리를 보여준다. 

 

2부는 물건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현대인의 소비 심리와 그걸 부추기는 뉴로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 요 편이 아마 제일 익숙한 내용일 것이다.

 

3부는 보험, 증권, 펀드의 기본 개념과 유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는 내용으로 실질적인 정보가 많았다.

 

4부와 5부는 감동. 4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자본론'의 칼 마르크스를 재조명한다. 아담 스미스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옹호한 대표 주자인데, 이상주의자로 보이는 아담 스미스는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빈곤층이 줄어든다고 보아 자유주의 시장 경제를 옹호했다. 당시 산업혁명 초창기로 부가 생성되는 시점이라 그럴 법도 한 듯. 그는 도덕적 테두리 안에서 시장에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가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를 보았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을 거라고 경제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아담 스미스 사후 백여 년 뒤, 자본주의는 그의 예상을 벗어난다. 생산성을 높인다고 보았던 분업은 노동자를 기계로 만들었고 수많은 어린이들이 종일 공장에서 일했다. 그 비극을 목도하면서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을 쓴다. 자본론을 쓰기 위해 마르크스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수백 번 읽었다고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우정도 놀랍고, 휴머니스트로서의 마르크스의 신념과 생애 또한 경이로웠다. 가난과 병고로 6명의 자녀 중 3명을 읽는 중에서도 그는 집필을 계속한다. 마르크스에게 행복은 싸우는 것이었으며 불행은 굴복하는 것이었다. 아담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한 시대의 천재들의 생애와 고민을 따라가면서 우리들 개개인은 이 세상이라는 커다란 물결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5부는 거시경제학의 케인즈와 신자유주의의 하이에크를 추적한다. 두 사람의 사상이 왜 나왔는지 그 배경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20세기 초, 아담 스미스의 예상과 달리 시장은 스스로 조화롭게 굴러가지 못했으며 대공황이 시작된다. 케인즈는 시장과 개인이라는 항에 정부라는 항을 추가하여 경제를 거시적으로 보는 안목을 마련해준다.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케인즈의 영향을 받아 뉴딜 정책이 추진되고, 세계대전으로 각국이 돈을 태울 수 있었던 영향으로 전후에는 경제적 부흥이 시작된다.

 

하지만 70년대 말, 다시 자본주의 경제에 위기가 닥치는데 이번엔 인플레이션도 아니고 디플레이션도 아닌, 스태그플레이션이었다. 케인즈 경제학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고,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이 등장하면서 하이에크의 이론이 다시 조명을 받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시장에 맡겨두자는 것이다. 이때의 시장은 전세계이다. 재화의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하나둘 제거되고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가 도래한다. 이때 영국과 미국은 금융 자본주의를 키우면서 다시금 부의 중심이 된다. 그것이 초래한 결과는 2008년 금융 위기다. 많은 학자들이 금융 종사자들의 비윤리성을 짚으며, 그들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들도 의사처럼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같은 걸 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도 인상 깊었다.   

 

250년의 역사를 지닌 자본주의 경제는 결코 안정적이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호황기와 불황기를 오고 가며, 주기적으로 위기가 닥친다. 하지만 위기를 맞아 새로운 사상과 전략이 등장하면서 자본주의는 수정되어 왔고 그래서 살아남았다. 인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풍요를 가져다준 시스템이지만, 빈익빈 부익부와 소비사회가 초래한 부정적 영향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미래는?

 

이 다큐는 복지 자본주의를 이야기한다. 정부 주도의 뉴딜 정책 같은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 속에서 적절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공공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것이다. 

 

상위 1프로가 차지하는 부가 얼마나 되는가는 경제적 평등의 지표로 쓰인다. 미국이 16프로로 빈부격차 면에서 1등을 차지했는데,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15프로로 2등이다. 2012년에 이럴진데 지금은 격차가 더 벌어졌을 수도. 미국 수준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한 사회가 한국이다. 아마 그래서 인구 멸종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 

 

인간이 체제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체제가 인간을 도와야 한다. 아담 스미스와 마르크스는 상반된 견해를 가졌지만 두 사람 다 인민의 건강과 행복, 건전한 사회에 대한 열정을 평생 놓지 않은 휴머니스트였다. 

 

우리를 공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이 시스템의 본질과 역사를 잘 모르고서는, 그 시스템의 희생양이 되기가 십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이든,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이든, 이 다큐를 꼭 한 번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계를 움직이는 큰 손에 비하면 우리는 장기의 말이 아니라 졸 중의 졸이므로 우리는 서로 연대해서 복지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움직이도록 목소리를 내고 참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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