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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schooling

두 번 말고 다섯 번

by 릴라~ 2023. 8. 5.

"2학기 때는 일주일에 두 번 말고

일주일에 다섯 번 다 들어오세요."

 

C는 2학년 열 개 반 국어도우미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적극적인 친구였다.

수업시간 전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달려와서

준비물을 챙기고 수업시간에도 활짝 웃음으로

교실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곤 했다. 

 

다섯 반은커녕 2학기에 아예 2학년 수업을 못하게 된 지금

C를 비롯하여 수업시간에 열의를 보였던 

몇몇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교사의 말을 귀담아듣고 정말로 열심히 하던 녀석들이었다. 

작년 우리 반이었던 Y와 H도 그랬다. 

Y는 자타공인 필기의 여왕이었고

H는 뭐 하나 대강 하는 법이 없이 

심사숙고해서 사려 깊은 글을 쓰곤 했다. 

키가 큰 H가 맨 앞에 앉아서 과제를 바로 하지 않고

혼자 차분히 생각에 몰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S는 수업시간에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았지만

활동지의 질문 하나하나엔 언제나 정성들여

자기만의 개성 있는 시각을 담아놓곤 했다. 

내 수업은 매시간 활동지와 함께 진행하다보니

개성 있는 친구들이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 

조용하지만 늘 교사에게 우호적인 미소를 보내던

몇몇 여학생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이 학생들과 2학기를 마무리하지 못해 넘 아쉽다. 

223명 2학년 전체 이름도 다 외웠는데..

짐을 정리하면서 지난 5월에 받은 편지 한 뭉치가 나왔다.

올해 주당 21차시 수업이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대강 훑어보고 넣어둔 편지였다.

스승의 날에도 7교시까지 정상수업을 했으니

편지를 따로 챙겨볼 여유가 없었다.

한 장을 열어보다가 십여 통을 다 보았다.

한 문장, 한 문장 학생들은 정성을 다해 썼는데

난 으레 그러려니, 바쁜 와중에 그냥 지나쳤었다.

무감각해진 것이다.

이 말들을 가슴에 담고 가르침과 배움의 고귀함을

생각하고 음미하고 축하할 시간이 없었다.

스승의 날조차도.

기억에서 흩어지고 사라진 이 말들을 뒤늦게 주우며

수업에 대해 생각한다.

이 편지를 쓴 아이들의 얼굴과 마음도.

 

지난 이십여 년, 이 접속을 방해하는 온갖 제도와 지침,

지원은커녕 항상 방해만 되는 교육청과 관리자들의 행태에

신물이 났지만 그 와중에서도 내 수업은 성장해왔다.

합당한 지원을 받았더라면, 아니 방해꾼만 없었다면

(온갖 지침으로 너덜너덜한 정기고사와 수행평가도 큰 방해물이다.)

좀 더 쉽게 길을 찾았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 에어컨 킨 거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수업을 생각한다. 

"두 번 말고 다섯 번"

다시 돌아가게 되면

이 말들에 힘을 얻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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