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때는 일주일에 두 번 말고
일주일에 다섯 번 다 들어오세요."
C는 2학년 열 개 반 국어도우미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적극적인 친구였다.
수업시간 전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달려와서
준비물을 챙기고 수업시간에도 활짝 웃음으로
교실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곤 했다.
다섯 반은커녕 2학기에 아예 2학년 수업을 못하게 된 지금
C를 비롯하여 수업시간에 열의를 보였던
몇몇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교사의 말을 귀담아듣고 정말로 열심히 하던 녀석들이었다.
작년 우리 반이었던 Y와 H도 그랬다.
Y는 자타공인 필기의 여왕이었고
H는 뭐 하나 대강 하는 법이 없이
심사숙고해서 사려 깊은 글을 쓰곤 했다.
키가 큰 H가 맨 앞에 앉아서 과제를 바로 하지 않고
혼자 차분히 생각에 몰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S는 수업시간에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았지만
활동지의 질문 하나하나엔 언제나 정성들여
자기만의 개성 있는 시각을 담아놓곤 했다.
내 수업은 매시간 활동지와 함께 진행하다보니
개성 있는 친구들이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
조용하지만 늘 교사에게 우호적인 미소를 보내던
몇몇 여학생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이 학생들과 2학기를 마무리하지 못해 넘 아쉽다.
223명 2학년 전체 이름도 다 외웠는데..
짐을 정리하면서 지난 5월에 받은 편지 한 뭉치가 나왔다.
올해 주당 21차시 수업이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대강 훑어보고 넣어둔 편지였다.
스승의 날에도 7교시까지 정상수업을 했으니
편지를 따로 챙겨볼 여유가 없었다.
한 장을 열어보다가 십여 통을 다 보았다.
한 문장, 한 문장 학생들은 정성을 다해 썼는데
난 으레 그러려니, 바쁜 와중에 그냥 지나쳤었다.
무감각해진 것이다.
이 말들을 가슴에 담고 가르침과 배움의 고귀함을
생각하고 음미하고 축하할 시간이 없었다.
스승의 날조차도.
기억에서 흩어지고 사라진 이 말들을 뒤늦게 주우며
수업에 대해 생각한다.
이 편지를 쓴 아이들의 얼굴과 마음도.
지난 이십여 년, 이 접속을 방해하는 온갖 제도와 지침,
지원은커녕 항상 방해만 되는 교육청과 관리자들의 행태에
신물이 났지만 그 와중에서도 내 수업은 성장해왔다.
합당한 지원을 받았더라면, 아니 방해꾼만 없었다면
(온갖 지침으로 너덜너덜한 정기고사와 수행평가도 큰 방해물이다.)
좀 더 쉽게 길을 찾았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 에어컨 킨 거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수업을 생각한다.
"두 번 말고 다섯 번"
다시 돌아가게 되면
이 말들에 힘을 얻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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