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힘든 물건들이 있다.
이제는 필요 없는데 이 자료를 십여 년간
이사하면서 싸들고 다녔다.
2011년 동아리 책 축제 때 전시 자료다.
자료가 쌓여서 옛것은 정리할 수밖에 없어서
이제는 버려야 할 때다 싶다.
버리기 전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었다.
두 번의 지리산길,
여름 지리산길과 가을 지리산길,
풍경 하나하나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내가 이 길을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하고
자료들을 못 버린 이유는 이것이 열정 넘치던
삼십대의 흔적이기 때문이지 싶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이 길을
나 혼자만의 시선이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다층적인 기억의 무늬로 수놓아진 길,
그래서 애착이 있었던 것 같다.
삼십대에 갔던 특성화고인 D고에서
적응 못해 3년 내내 무기력하게 방황만 했다.
내 교직 경력에서 가장 어두운 흑역사가 있는 곳인데
또한 가장 빛나는 추억 하나도 그곳에 있었다.
남자 고교생들을 나 혼자 데리고 가서
두 번의 일박이일을 지리산길에서 보냈다.
겁없고 무모한 시절,
그러면서도 뭐든 해낼 수 있는 젊은 기백이 있던 시절.
지금은 돈 주면서 하라고 해도 못할 텐데.
그 사이 세상도 나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더욱 그리운 그 시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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