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도착하고 나서야 내 여행 루트가
전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이토록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에 와서 도시만 헤매게 되다니.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을 거치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와 시골 마을처럼 아늑하고 정겨웠던 오타와 말고는
나를 만족시켜 줄 것이 전혀 없었다.
캐나다쪽 록키 산맥을 보거나 피오르드 해안,
혹은 대서양과 마주한 노바스코샤 지역으로 갔어야 했다.
그러나 퀘벡 시티 안의 올드 퀘벡은 잊을 수 없는 멋진 장소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오래된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예스러운 도시가 나타난다.
그 성곽 안 지역이 올드 퀘벡이다.
거리며 건물은 이삼백년 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올드 퀘벡은 업 타운과 로우 타운 두 지역으로 나뉘어진다.
로우 타운은 퀘벡 시티를 관통하는 큰 강, 세인트 루이스와 바로 닿아 있다.
업 타운에 서면 세인트 루이스 강의 아름다운 모습과 퀘벡 시티의 정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확 트인 전망과 시원하게 흐르는 강,
푸른 숲, 강바람을 느끼며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오래된 도시를 변함 없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감싸고 있는 곳이 퀘벡 시티였다.
올드 퀘벡의 거리 풍경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빠리를 십분의 일로 줄여놓은 것과 비슷하리라.
물론 빠리가 더 다채로울 것이다. 그러나 빠리는 대도시지만
이곳은 일종의 관광 특구로 이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갔을 때는 마침 운좋게도 매년 8월 초에 열리는 축제 기간이었다.
퀘벡 시티 사람들도 이 기간에 휴가를 내어
전통적인 복장으로 갈아입고 함께 축제를 즐긴다.
축제 기간 동안은 올드 퀘벡 전체가 거대한 영화 세트장으로 변한다.
마치 200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다.
한 골목 한 골목 돌 때마다 음악회, 연극, 합창, 서커스 등
시민들이 준비한 온갖 종류의 난장이 펼쳐진다.
까페에서는 여행객과 시민들이 자연스레 섞이며 대화를 나눈다.
해마다 여름 휴가를 올드 퀘백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시민도 있었다.
마치 여행을 온 듯 자신의 고향에서 삶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멋졌다.
축제 기간 동안 올드 퀘벡 안의 까페와 레스토랑은 밤늦도록
예스런 옷을 빼입은 퀘벡 시민들과 도처에서 모인 관광객들의 웃음으로 가득찬다.
호텔 값은 비싸지만 올드퀘벡 안에서 숙박할 가치는 충분하다.
전통 춤판이 벌어질 때는 사람들이 떠밀어서
나도 같이 스텝을 밟으며 그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보여주기식 축제가 아니라 자신과 손님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
자신이 사는 곳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올드퀘벡의 여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2000/8 여행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