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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야기/뉴질랜드

[뉴질랜드] 카이코우라는 아름답다 - 카이코우라(Kaikoura) 1

by 릴라~ 2005. 10. 23.


카이코우라는 아름답다
- 뉴질랜드 카이코우라 1



이코우라는 아름답다.

뉴질랜드의 하늘빛, 산빛, 물빛, 바다빛,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건만,
이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야말로
'아름답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구나, 생각했다.
 
날씨도 기분 좋게 선선했고, 산과 바다가 서로를 품에 안은 반도의 지형이 
다른 어떤 곳보다 내 마음에 여유와 평온함을 선사한 곳. 

다시 말해, 카이코우라의 아름다움은
피오르드랜드의 스펙터클한 아름다움과, 카후랑기의 무성한 숲,
아벨 태즈만의 뜨거운 여름과는 달리,
우리가 편안하게 산책하기 좋은,
국립공원이 아닌, 사람 사는 마을을 옆에 둔 어떤 온화함이 있는 곳.
아무튼 카이코우라는 참 아름다웠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언덕 아래 자리잡은 YHA까지 바다를 따라 걸어가는 동안
카이코우라의 부드러움과 온기가 한껏 내 마음을 채웠다.
그리고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카이코우라 YHA는
스무 날의 여정을 마무리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지금까지 가는 곳마다 다 트레킹을 했었는데, 카이코우라에서는
다음 날 새벽 돌고래를 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 없이
느긋하게 쉬어도 되었기에,
이 나라의 마지막 여행지였기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퀸즈타운처럼 북적대는 관광지가 아닌, 작고 조용한 마을 카이코우라는
내게 그런 '여유로움'으로 다가온 곳이었다.








한 노숙자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비닐 봉지를 펼치자 갈매기들이 모여 든다.
모이를 주려는 것 같았다. 사람보다 갈매기와 더 친해보였다. 
그는 왜 사람 대신 갈매기들 사이에 머무는 것일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벤치.
누군가 초대해서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곳.






카이코우라는 반도여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다.
일몰을 보기 위해서 YHA 뒤 언덕으로 향했다.
마을 사잇길을 지나 언덕으로 올라가는데 꽃으로 둘러쌓인 예쁜 집들이 많았다.








한 삼십여분 걸었을까, 언덕 위에 도착해서, 해가 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위 사진의 반대 방향^^)
먼저 도착해서 해넘이를 기다리고 있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한평생을 나누고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리라. 







구름 때문에 오늘은 희미한 빛만 볼 수 있구나 하고,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갑자기 강렬한 붉은 빛이 온천지를 물들이기 시작한다.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가기 바로 직전에 그처럼 아름답게 불타오를 줄이야...
그 광경에 넋을 놓고 있는데,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필이면 이 때 디카 배터리가 나간다. 
귀찮아서 제 때 충전하지 않았더니,
이런 순간을 놓치고 만다.
 
가방 속에 있던 캠코더로 대신 찍긴 했지만, 섭섭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뉴질랜드에서 본 가장 황홀한 일몰이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가 함께 있다면 꼭 보여주고 싶은,
하늘과 햇살과 구름이 서로 뒹굴면서 온몸으로 그려내는...
그리움의 절정... 
오르가즘 뒤의 진한 여운...
 
노을은 점차 사라져갔지만 그 자취는 마음에 고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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