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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기록/제주, 한라산

어승생악

by 릴라~ 2022. 2. 10.


많고 많은 오름 중에 제주시가 제일 잘 조망되는 오름은? 어승생악이다. 한라산으로 가는 길목, 1100도로가 지나는 어리목 근처에 있다. 어리목엔 두 갈래 길이 있다. 윗세오름에서 영실로 이어지는 한라산 탐방로와 그 맞은편 어승생악 가는 길.

어승생악에 먼저 올랐다. 1167m의 꽤 높은 오름이지만 어리목이 970m에 있어서 왕복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늘 지나치다가 제주시가 한눈에 보인대서 요번에 시간을 냈다.

과연 오름 정상에선 가운데 제주공항을 중심으로 섬 북부 해안선이 다 시야에 잡힌다. 바다 쪽으로 스모그인지 해무인지 짙은 띠를 이룬 게 아쉬울 뿐. 그리고 뜻밖의 발견. 오름 꼭대기에 국가등록문화재가 있다. 일본군 동굴진지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며 만든 요새.

요새용 동굴은 제주에서 발견된 것만 400개가 넘는다(국가등록문화재만 75개). 성산일출봉, 송악산 등 이름을 알만한 오름엔 다 있다. 일본이 해안은 물론 내륙까지 전방위로 진지를 구축했기 때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제주를 일본 본토를 방어할 최후의 거점으로 삼고 무려 7만 병력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승생악 정상에서 확인되는 건 벙커 두 개였다. 그 아래로 3부 능선과 8부 능선에 3개의 지하동굴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안내판에 쓰여 있다. 벙커 한 개가 개방되어 있어 들어가봤다. 땅 속으로 내려가서 약간 으시시. 콘크리트로 아주 견고하게 만들어졌고 제주시 쪽을 관찰할 수 있는 기가막힌 위치다.

이 아름다운 오름에 가시처럼 박힌 벙커라니. 눈덮힌 한라산에 와서도 현대사의 그림자를 피할 길 없는 곳이 제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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