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세종이 그 시대의 무엇을 문제로 인식했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어떤 정책적 노력을 동원했는지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펼친 수많은 정책들을 통해서 세종의 깊은 고뇌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생전엔 그가 추진한 많은 정책들이 표류하고 공격 받고, 50년 100년 뒤에나 정착한 것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말년의 세종은 인간적으론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상 이처럼 천재적이면서도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왕이 있었던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 세종이 기울인 관심과 추진력이 놀랍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세종의 독서가 있었다. 그는 중국 역사를 꿰고 있었기에 조선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볼 수 있었다. 세종은 사신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세종조엔 따뜻한 삼남지방에만 인구가 몰려 있고 함경도 쪽엔 많이 살지 않았다. 세종의 이주 정책은 많은 백성들의 반발을 불러왔는데, 그때 강력하게 추진했기에 북방이 조선의 영토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서 우리 영토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선은 신기하게도 화폐가 통용되지 않는 나라였는데 동전을 유통시키려는 세종의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지만 그는 다방면에 사회의 개혁을 꾀했다.
한 아리따운 기생을 두고 왕족과 역관이 갈등을 빚을 때 세종은 왕족에게 양보하라고 했다. 당신은 없어도 나라가 위태롭지 않지만 역관은 나라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인재 등용에 있어 세종의 능력은 찬란한 빛을 발한다. 세종은 사람의 재능을 높이 사서 한 가지 재능만 있으면 다른 부족함은 눈감아주었다. 황희 정승은 재물욕으로 말썽을 일으켰지만 황희만큼 능력 있는 재상이 없었기에 눈감아주었다. 실제로 젊은 신하들이 세종의 결정에 반발하여 모두 집으로 돌아갔을 때 세종이 어찌해야 하느냐고 근심하니 황희가 신이 다 불러오겠습니다, 했고 실제로 일일이 찾아가서 다 불러왔다. 맹사성 같은 경우는 업무 능력은 부족했지만 워낙 청렴했기에 세종은 조정의 분위기를 위해 그를 기용했다.
한글 창제는 말할 것도 없다. 세종은 과거에도 훈민정음을 넣었으며, 실제로 백성들이 한글로 소송과 같은 분쟁을 처리하길 바랬다. 세종의 꿈은 한글이 문서에 사용되는 공식 문자가 되길 원했으나 세종 사후에 그 꿈은 흐지부지 된다.
세종도 인간이니만큼 여러 결점이 있었다. 왕족의 부정부패를 많이 눈감아준 점이 그렇고,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안 드는 정책은 조혼이다. 원래 고려말까지도 일찍 결혼하는 풍습이 없었다. 우리 민족은 원래 남녀 관계가 상당히 자유분방한 편이었다. 유교 이념에 철저했던 세종은 풍기문란을 싹 없애기를 바랬고 이를 위해 일찍 결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여 조혼을 추진했다. 이것은 조선조를 통해 정착한다.
세종은 철저히 유교적 인물이나 동시에 실용적이고 융통성이 있었다. 후대 왕과 신하들이 세종의 실리 정신을 버리고 이념에만 매몰된 것은 명백한 후퇴라고 볼 수 있다.
각 분야에 걸쳐 세종의 고민과 선택을 모두 다루지만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힌다. 그 시대로 푹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다. 위인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간 세종'의 자취가 또렷이 느껴지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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