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내가 흠모하는 작가의 일대기를 썼다.
얼른 주문할 수밖에... 올해 5월에 출판된 따끈따끈한 새 책이다.
권정생 선생의 일대기를 주요 사건과 함께
10개의 작은 토막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편안하게 씌어져있고
분량도 200쪽이 안 되어 부담 없었다.
그래서 가볍게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있는데
책 말미에 이르러서는 나도 모르게 엉엉 울고 있다.
권정생 선생은 1937년생이다.
식민지, 6,25전쟁, 분단의 비극, 그 한가운데를 통과하며
벗어날 수 없는 가난, 가족과의 생이별,
그리고 본인을 덮친 결핵이라는 병마...
아, 힘들어도 어찌 이리 힘들까 싶은 신산한 삶 속에서
선생은 마치 눈물로 만든 보석 같은
이야기를 당신 삶 속에서 건져올린다.
그 아픈 몸을 이끌고 깊은 불행과 절망의 시대를
양심과 신념으로 꼿꼿하게 통과한다.
마치 성자와도 같은 삶이다.
이 책을 읽으며 선생이 살아온 삶을
더 깊게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굶어죽은 형 목생, 일본에서 헤어져 영영 만나지 못한 두 형,
전쟁통에 모든 가족을 잃고 죽음을 택한 친구 기훈...
그리고 선생의 삶과 글에 반해 곁에 머물렀던
이오덕 선생, 이현주 목사, 정호경 신부 등...
선생이 친구처럼 대했던 강아지똥, 쥐, 작은 벌레, 세상 만물들...
세상은 높은 곳에서만 잘 보이는 게 아니다.
저 낮은 곳에서, 비천한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한탄하지 않고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장 소중한 보물,
만물에 대한 연민을 키워갔던 권정생 선생...
그가 성인이 아니고 누구이랴...
정지아 작가의 이 책은 한 편의 영화 같은 그 이야기를
조근조근 잔잔하게 들려준다.
여름방학 첫시작을 열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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