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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사회, 과학66

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 / 최경영 우리 언론의 못된 '아젠다 세팅'에 늘 비판적 시선을 가져왔지만, 기자가 직접 쓴 이 책을 보며 내가 얼마나 기존 언론이 세상을 해석하는 관점에 무의식적으로 동조해왔는지 알게 되었다. 저자는 서른 가지 정도의 사례를 들고 있고 그 사례들이 다 한번 돌아볼 만한 것이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언론이 자주 쓰는 '강남불패' 신화와 부동산 '거래절벽'에 대한 호소이다. 강남 부동산은 정말 내린 적이 없는 것일까. 강남불패는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이야기일 뿐 타워팰리스만 하더라도 2006년에 비해 6억 이상 내렸다. 부동산 거래절벽도 마찬가지다. 집이라는 것은 물건처럼 쉽게 사고 파는 게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일생에 몇 번 정도, 십 년에 한 번 정도 거래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절벽'이라며 언론은 정.. 2018. 8. 13.
조난자들 / 주승현 __ 분단 시대를 성찰하는 특별한 시선 매우 특별한 책, 그리고 분단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 관하여' 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비무장지대에서 북측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근무하다가 스물 두 살에 휴전선을 넘어 남한에 온 저자의 십여 년간의 한국 생활기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탈북민'의 자리에 머물기 싫어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통일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가 사선을 넘어 한국에 온 뒤 더 힘든 사선을 넘어 공부를 한 까닭은 자신의 삶에 대한 물음 때문이었다. 남도 북도 아닌 '조난자'로서의 자신의 삶을 해석하고 이해하고자 분투해온 저자의 시선은, 그 자신을 넘어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조난자들 전부에게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의 2부는 .. 2018. 8. 9.
시냅스와 자아 / 조지프 르두 꽤 오래 소장하고 있었는데 읽지 못하다가 모처럼 집어들었지만 결국 이번에도 듬성듬성 건너뛰며 보았다. 서술이 어려운 책은 아닌데 뇌과학 용어와 실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서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독서를 했음에도, 이 책이 보여주는 몇몇 통찰은 매우 인상적이다. 다음에 찬찬히 다시 봐야겠다. ## 활동에 의해 형성되는 새로운 연결은 완전히 새로운 실재로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적으로 예정된 이전의 연결에 더해진다. 따라서 추가된 연결은 새로운 가지라기보다는 이미 있던 가지에서 내민 새 눈에 더 가깝다. 활동이 뇌를 전면적으로 재배선하지 않는다. 결국 나의 뇌에 있는 대부분의 연결은 여러분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활동은 여기에 약간의 조정을 추가함으로써 여러분과 나를 다르게 만든다. .. 2018. 4. 17.
나이듦 수업 | 고미숙 외 ㅡ 노년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고찰 6명의 강연을 묶은 책이다. "중년 이후, 존엄한 인생 2막을 위하여'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의 가장 의미 있는 지점은 한국 사회에 대한 정확하고 정직한 분석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꿰뚫어보고 거기에서부터 어떤 노년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6명의 저자 중에서 고미숙, 정희진, 김태형의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고미숙 ~ 우리 조상들은 60까지밖에 못 살았다 하더라도 16세에 결혼해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맛 보고 갔다면, 결혼 및 출산이 늦은 지금 세대는 40대에도 사춘기적 심리 상태에 머문 이들이 많아 10대의 정신으로 죽음을 맞닥뜨리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은 연명에 불과하며 노년의 지혜로움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 2018. 1. 8.
<25년간의 수요일> - 윤미향 96년인가 97년의 일로 기억한다. 수성교 부근에 있는 작은 예술 공간에서 전시회를 보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 전시회였다. 미술에 큰 관심이 없던 내게 그 그림들이 전해준 강렬한 인상은 지금도 생생하다. 선명한 색조로 그려낸 소녀와 군인. 할머니들의 그림은 인생을 다 살아낸 자의 것이 아니라 마치 십대 소녀들의 그림 같았다. 상처 입은 동심과 부서져버린 마음이 또렷하게 전해져 더욱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은 25년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이어온 수요 집회에서 딴 이름이다. '20년간의 수요일'의 개정판이라 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위안부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을 만나온 과정이 군더더기 없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위안부를 둘러싼 한일 관계의 역사도 잘 정리되어 있다. 중학생도 거뜬히.. 2017. 7. 12.
<아주 친밀한 폭력> - 정희진 아내 폭력(저자는 여성 폭력 대신 이 단어를 썼다,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이기 때문에)의 다양한 사례들을 읽노라니 기가 막혔다.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이 정도인가 싶어 많이 놀랐다. 마치 봉건시대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 가정 폭력이 왜 근절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는 가정 폭력이 왜 근절되어야 할까 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은 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가족이 파괴되기 때문에 가정 폭력이 나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조금 생각을 뒤집어보면 가족은 무조건 소중하다는 생각, 혹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은 해체되면 안 된다는 가족 유지 이데올로기 때문에 그토록 극심한 폭력으로도 가족이 빨리 파괴되지 않는 것이 실은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해 여성들이 가.. 2017. 4. 2.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제임스 길리건 "이 책을 쓰면서 내가 가장 놀란 것은 폭력 치사 발생률은 미로 밖으로 이어지는 실과 같아서 그 실을 따라가면서 공화당 정부와 민주당 정부가 추구한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 수치심과 죄의식의 심리, 실업이나 사회경제적 열등감과 수치의 연관성, 적색 주와 청색 주로 양극화된 미국정치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p218 "공화당이 추구하는 정책은 사람들을 강력한 수치심과 모욕감에 노출시키기 쉬운 정책이다. 열패감과 열등감을 조장하며 타인을 무시하고 경멸하도록 부추기고 불평등을 찬미하는 문화를 숭상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실했을 때, 특히 해고를 당했을 때, 극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경험한다. 이런 식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는 폭력 치사가 발생할 확률이 .. 2017. 1. 17.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험담; <ODA 전문가, 분쟁지역을 가다> - 허동운 신선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분쟁지역이라는 소재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의 특별함은 기자도 외교관도 여행가도 아닌, ODA 전문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현장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 ODA란 공적개발원조, 즉 정부 주도의 국제협력사업(국가간 원조사업)을 의미한다. 국가간 외교라는 큰 틀을 견지하는 동시에 특정 지역사회와 직접 맞닥뜨리면서 원조사업을 진행하는 실무자의 눈에는 그 사회의 내부 구성원들은 느끼기 어려운, 한 사회의 객관적인 실체가 포착된다. 신생독립국 동티모르에서 저자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많은 나라들이 겪었던 내전, 유엔 위임통치, 가난과 독재 등 일련의 과정을 직접 목격하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본다. 탈레반과 군벌의 세력이 강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쟁이 벌.. 2016. 12. 3.
모든 폭력은 언어로부터; <페미니즘의 도전> - 정희진 어머니 vs 아줌마. 중년 여성에 대한 기본적인 시선입니다. '어머니'에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한 이미지가 깃들어 있다면 '아줌마'는 누구나 함부로 취급해도 괜찮을 법한, 비하의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표상이 지배적인 것일 때 우리 사회에서 중년 여성은 여전히 '개인'으로 존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매매'라는 단어는 어떤가요? 이 말은 교묘하게 성 구매자의 존재를 감추어줍니다. 그래서 저자는 성 판매와 성 구매라고 구분지어 불러야 한다고 이야기하지요. '삽입' 성교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는 '흡입' 성교입니다. 정희진의 은 이처럼 우리가 늘 접하는 일상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여성주의 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일상의 언어는 굉장히 오염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 2016. 10. 1.
<채식의 배신> - 리어 키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우리 자리를 찾아야 한다. p. 424 제레미 리프킨의 명저 은 공장형 축산업(특히 소)이 인류 문명에 가져온 폭력적 결과들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육식 대신에 채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지구와 인류를 구하는 길이 될 수 있을까. 지구 환경을 살리고자 하는 많은 선한 이들이 그런 이유에서 채식을 선택한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그와 같은 신념으로 이십 년을 비건(유제품, 달걀류도 먹지 않는 가장 철저한 채식주의자)으로 살아왔다. 그 결과 자기 몸이 완전히 망가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저자는 채식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시도한다. 그리고 말한다. 지구를 구하는 것은 '정치적 채식주의'가 아니라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라고. 물론.. 2014. 3. 23.
<신 없는 사회>- 필 주커먼 신 없는 사회는 가능할까. 미국인인 저자는 선진국 중 가장 종교적인 나라인 미국은 총기 소유가 허용되고 각종 폭력/살인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 반해 종교를 믿는 사람이 10% 이하인 덴마크 사회의 평화로움을 대조시킨다. 그들은 신을 믿지 않지만 이웃에게 친절하고 평균 3.5개의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며, 해외 원조를 가장 많이 하고,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사회민주주의가 낳은 삶의 안정성은 종교 없이도 따뜻하고 친절한 사회를 가능케 했다. 그들은 욕심이 없고 지상에서의 시간을 즐길 줄 알며 죽음을 자연 현상의 일부로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삶의 궁극적 의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며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 여긴다. 성서나 예수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대부분이 덴마크 국교회에 1%의 세금을 내.. 2013. 3. 9.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신학기 업무분장이 발표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우울이 파도처럼 덮쳐왔다. 다른 학교 같으면 전 해가 아무리 힘들었더라도 신학기에는 약간의 설렘 같은 게 있기 마련인데, 이 학교에서 2년을 보내고나니 두려움과 막막함이 앞섰다. 작년에 3명을 자퇴시키면서 얼마나 진을 뺐는지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감정까지 말라버린 기분이었고, 어떻게 또 한 해를 시작하나 가슴만 답답해왔다. 학생들보다 내가 더 어려움을 느낀 것은 이곳의 조직 풍토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비록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지언정 문제 그 자체에 대해서는 동료들과 충분히 교감할 수 있었는데, 이곳 전문계고의 분위기는 매우 특이하여, 다들 눈감고 문제 그 자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관리자 및 일부 부장교사들은 그저 '열심히 하면 .. 2013. 2. 25.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한윤형 외 낱말에는 미리 주어진 사전적 의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을 부려써온 공동체의 경험에서 비롯된 함의와 현재 상황 맥락이 의미를 결정한다. 민주주의와 democracy는 같은 말이 아니며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서로 다른 의미의 연상을 일으킨다. 또한 같은 '민주주의'라 하더라도 그 말이 어떤 사람의 내면에 환기하는 의미 구조는 다를 것이다. 오늘날 광고나 대중매체, 상업자본이 낱말을 포획하는 방식은 가히 놀랍다. 정치적 맥락에만 사용되던 '혁명'이란 단어는 온갖 광고에 전용되면서 이미 그 말이 지닌 독특한 이질성을 잃었다. '열정' 또한 마찬가지다. '열정'은 체제를 뒤흔드는 어떤 불온한 뉘앙스가 있던 말인데, 현재 그것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많이 요구되는 자질이 되었다. 이것은 의미의 확장이라기보다는 .. 2013. 1. 18.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 곤도 마리에 세상 사람들을 정리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난 단연 후자에 속한다. 정리하는 걸 싫어하고 대개 어쩔 수 없어서 하는 편이다. 누구나 자기가 지내는 환경이 깨끗하고 쾌적하기를 바라니까, 지저분하다 싶으면 이리저리 대강 치우지만 정리의 과정 자체를 즐긴 적은 없다. 이사할 때나 방에 물건이 넘칠 때 등 필요성과 실용성 때문에 정리를 했을 뿐이다. 삼십 분이면 다 읽는 책 이 지닌 힘은 내게 정리의 '욕망'을 불러일으켜주었다는 점이다. 책을 절반 가량 읽었을 때 나는 책장을 덮고 방을 치우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지난 일주일간 작은 방을 채운 책장들을 거실로 들어내는 등 온 집을 재정비하고 말았다. 몇 상자나 되는 옛 자료들을 다 내다버렸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잡지나 이런저런 생.. 2012. 7. 13.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 고미숙 ㅡ 자본주의적 배치를 바꾸는 증여의 경제학 워낙 대중적이고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라서 이분의 책은 대충 다 읽은 듯. 학문적 엄밀성이 부족하고 가볍다는 평도 많지만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는 결코 적지 않다. 나는 이제 슬슬 이분의 문체에 적응이 된다. 문체가 읽기를 방해하지 않았다. 판소리의 입담이나 인터넷 글쓰기에 가까운 문체인데 이제 작가의 스타일로 체화된 것 같다. 이 책의 경우도 돈에 관련된 세태 묘사가 탁월한데, 세태를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데에 이 문체가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태를 비판하면서도 비장하거나 무겁지 않다. 그것을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발랄함이 엿보인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쓰고 대하는 방식을 다양한 연령대의 '서사'를 엮어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 바로 내 이야기구나.. 2011.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