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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사회, 과학66

인간 존재의 의미 / 에드워드 윌슨 ## 이 책에서 나는 우리 종의 두 번째 의미, 즉 더 폭넓은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나는 인류가 오로지 진화하는 동안 일련의 사건이 누적됨으로써 생겨났다고 주장하려고 한다. 우리는 그 어떤 목표에 도달하도록 예정된 것도, 자신이 아닌 다른 어떤 힘에 부등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신앙심이 아니라 자기 이해에 토대를 둔 지혜만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저 위쪽 어딘가에서 속죄를 받거나 두 번째 기회를 얻는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오직 이 행성에만 거주하며 이 한 가지 의미만을 지닌다. 우리 여행이 이 단계에 들어서려면, 즉 인간 조건을 이해하려면 관습적으로 쓰는 역사의 정의보다 훨씬 더 폭넓은 정의가 필요하다. pp18 ## 이 기나긴 창조 이야기에서 결정적인 대목은 200만 년 전 원시적인 호.. 2019. 3. 1.
지구의 절반/ 에드워드 윌슨 ##에서 나는 지표면의 절반을 자연에 위임함으로써만 자연을 이루는 숱한 생명체들을 구하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주장하려 한다. 나는 우리 종과 나머지 생명을 파멸로 내몰 수도 있는 궤도에 올라타게 한 것이 우리의 동물적 본능과 사회적, 문화적 재능의 독특한 조합임을 설명할 것이다. 우리는 인문학과 과학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준 것보다, 우리 자신과 나머지 생명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여전히 그 사이에서 헤매고 다니는, 교조적인 종교 신앙과 무능한 철학적 사고라는 썩어가는 늪에서 가능한 한 빨리 빠져나올 길을 찾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인류가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고 보호할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지 않는다면, 곧 지구의 생명을 이루는 종들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 2019. 3. 1.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 에드워드 윌슨 ## 암살, 사소한 시비, 치열한 전투 등이 일상사인 개미들에 비하면 인간은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운 존재다. 개미들 간의 전쟁은 봄과 여름에 미국 동부 지역 도시와 마을 대부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길가나 들판에서 서로 물고 뒹구는 짙은 갈색을 띤 개미 무리들을 찾아보라. 그 전투원들은 주름개미들로서 일반 도로의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 라이벌 집단 구성원이다. 수천 마리의 개체들이 싸움을 벌이기라도 하면 몇 제곱미터 넓이의 풀숲이 전쟁터로 변한다. 이러저러한 형태의 공격 행동이 거의 모든 인간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타고난 충동을 배출하는 수단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확실한 것은 그러한 충동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증거로 동물들의 공격 행동을 사용할 수는 없.. 2019. 3. 1.
아프리카를 말한다 | 류광철 _ 아프리카 가기 전에 읽은 책 ## 사람들은 흔히 아프리카를 문명다운 문명이 없었던 미개한 곳으로 생각하지만 아프리카는 결코 미개한 지역이 아니다. 이집트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이며 현재까지도 불가사의하게 생각되는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문명을 창설했다. 나일 델타 지역에 자리잡은 이집트는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남쪽으로부터 금, 상아, 목재, 가죽, 노예 등과 같은 물자의 공급을 필요로 했다. 특히 이집트는 나일 강 상류에 거주하는 누비아족과 활발히 교역했다. 그러나 이집트 문명이 사하라 이남으로 전파되지는 않았다. 이집트 문명은 이집트에서 시작해서 이집트에서 끝났을 뿐이다. 만일 이집트 문명이 사하라 이남으로 확장되었더라면 아프리카의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문명이 전파되지 않은 데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기후와 지리.. 2018. 12. 26.
격차고정 / 미우라 아츠시 '하류사회' 출판 후 10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 일본 사회의 계층 문제에 대한 보고서. 처음부터 끝까지 객관적인 통계 자료와 설문을 바탕으로 현상을 분석한다. 결론은 '격차고정'의 사회이다. ## 남녀 모두 대학원을 졸업해야 비로소 계층이 높아진다. 돈이 무척 많이 드는 사회가 된 것이다. 50년 전에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계층 상승이 가능했다. 즉 계층 이동에는 거의 돈이 들지 않았다. 당시의 성인 대다수가 중학교, 초등학교만 졸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계층 상승을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한 시대다. 바꿔 말하면, 대학을 졸업해도 계층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학에 가지 않고 돈을 벌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pp39 ##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공무원이 되는 것.. 2018. 11. 25.
하류사회 / 미우라 아츠시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문화의 '하류화'를 실감하게 된다. 몇 명의 패널이 나와 사적인 이야기, 친구들과 까페에서나 할 잡담을 끝도 없이 늘어놓는다. 공적인 시각, 지식이나 교양은 찾아보기 어렵다. 명백히 중류가 아니라 '하류'를 지향한다. 물론 그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고소득층으로 편입되겠지만 말이다. 중고등학생들을 봐도(대학생은 내가 접하지 않으니 잘 모른다), 하류화가 보편적인 듯하다. 예전에는 학생들끼리 싸울 때나 욕설하는 모습을 봤는데, 지금은 모든 종류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욕설은 '일상 언어'가 되었다. 연예인에 대한 관심과 선망도 훨씬 많아졌고, 텍스트보다는 유투브 영상을 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지식이나 기술을 꾸준히 습득해서 전문성을 갖추기보다는, 유투버로 떠서 쉽게 돈을 벌기를 바.. 2018. 11. 25.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 ㅡ 시대에 도전장을 내민 청춘의 거침 없는 사자후 192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일본 인텔리겐차들에게 마르크스는 필독서였다고 한다. 정치, 경제는 물론 문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마르크스와 정반대의 정치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조차 자신이 왜 마르크스를 거부하는지 밝혀야 할 만큼. 마르크스주의자들 중에서 나중에 자민당원이 되거나 천황주의자가 된 사람도 있지만, 이후의 행로가 어떠하든 청년기의 '통과의례'로 마르크스를 읽었다고 한다. 저자 또한 마르크스를 통과한 세대다. 청년들이 더이상 마르크스를 읽지 않게 된 시점은 일본의 거품경제가 시작되고 경제적 풍요가 보편화된 때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청년들이 마르크스를 통과하지 않게 되면서, 양심이나 사회적 정의, 인간적 품위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판단한다. 마르크스를 읽은 세대는 사회에 나오면서 .. 2018. 11. 7.
곤란한 성숙 | 우치다 타츠루 ㅡ 어른(=서사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 ## '죄송합니다'로 끝날 이야기는 없습니다. 어떤 손해든 '없었던 일'로 원상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요. (...) 그렇기 때문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고대 법전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동죄형법'이라고 불리는 이 규칙은 미개인이 고안해 낸 잔인한 법률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요. 어느 지점에서든 무한책임을 멈추어야 하기 때문에 법률로 '그 이상으로 책임을 소급해서는 안 된다'는 한도를 정해놓은 것입니다. 눈을 찔려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사람이 상대의 눈을 찌를 권리를 가진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눈을 찔려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사람이 상대의 눈.. 2018. 11. 5.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 / 야마무라 모토키 향후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갈까를 알고 싶다면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 될 것 같다. 일본에서 일어난 모든 사회적 현상이 얼마 후 우리에게도 닥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거품경제가 꺼진 이후 고용 불안정과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의 이유로 비혼자가 크게 늘어났는데, 이들의 부모는 초고령화되면서 '개호(간병과 수발을 포함해서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이들을 돌보는 일)'가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고령화와 비혼화가 만나면서 가정에 형제가 여럿 있어도 개호의 책임을 대부분 독신 자녀가 떠맡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독신 자녀 개호자들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쉽게 술술 읽히지만 이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임을 느꼈다. 일본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우리 보다 훨씬 앞서 있지만.. 2018. 10. 31.
페미니즘의 도전 / 정희진 2005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십 년이 훌쩍 넘은 책이다. 개정증보판을 다시 읽으며 놀랐다. 십 년 전보다 공감 가는 부분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머리로 읽었다면, 지금은 한 부분 한 부분이 내 삶의 경험과 얽혀 있는 느낌이다. 페미니즘 분야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 나는 성역할 노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노동 시장에서 남성들과 함께 일하지 않는다. 주로 여성들과 지내는 내게 삶의 억압은 성차별이 아니라 나이, 계급 등 여성들 간의 차이다. 마흔을 앞둔 나는 여성이라는 사실보다 나이 든다는 것이 더 두렵고, 우리 사회의 연령주의에 자주 분노하곤 한다. 이처럼 여성은 여성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여성들은 계급, 인종, 민족, 나이, 장애 여부, 동성애자냐 이성애자냐 등의 성정체성에 따라 각기 다.. 2018. 9. 29.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내가 희망도서로 신청해 놓고는 도서관에 찾으러 가는 걸 깜박했다. 그 사이 이 책은 계속 '대출중', '예약중'이었고, 한 달이 훨씬 넘게 지나서 간신히 내 손에 들어왔다. 이 책은 단지 건축에 대한 것이 아니라 건축을 기반으로 하는 '도시'와 그 도시에서의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때 건축은 삶의 철학과 동의어가 된다. 모든 내용이 흥미로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두 부분이다. 첫째는, 예전에 일본 여행을 하면서 일본의 목조 건축이 우리와 비교도 안 될만큼 발달한 것을 보면서 놀란 적이 있었다. 일본이 거대하고 화려한 복층 건물을 짓는 동안 왜 우리는 단층밖에 짓지 못했는가. 목재가 흔치 않아서인가, 건축 기술이 부족했는가, 혼자 생각하다 말았는데 그 이유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우연히 .. 2018. 9. 17.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토머스 게이건 미국 변호사의 독일 "사회민주주의" 사회 체험기. 노동법을 전공한 변호사답게 미국과 독일이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노동 환경 및 삶의 질이 얼마나 다른지 조목조목 상세하게 분석한다. GDP가 같다고 삶의 질이 비슷한 수준인 것은 아니다. 미국 시민들은 독일의 5분의 4 정도의 세금을 내지만 사회보장 및 사회적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통로가 독일보다 형편 없다. 두 사회의 자본주의는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의 '미국'을 '한국'으로 바꾸어도 될 만큼 우리 사회가 놀랄 만큼 미국과 똑같다는 사실이다. 독일 사회 전반을 들여다본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모두들 '교육'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교육'보다 '노동법'이 훨씬 .. 2018. 9. 13.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 윤보라 외 ## 가부장제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중 하나는 성별 이슈에는 '과거가 없다'는 인식이다. 성별 이슈를 제기하면서도 페미니즘을 공부하지 않는다. 여성의 역사를 무시한 채 자신이 처음 제기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의 역사는 이어지지만 여성은 단절되어, 언제나 자기가 '처음'이다. 여성학자 김은실은 이를 남성의 역사는 '역사', 여성의 역사는 '에피소드'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처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페미니스트'는 모두, 자기 혼자 '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외로운 선구자 의식과 동시에 피해 의식과 울분을 갖기 쉽다. 이전 시대 여성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다. 여성의 경험은 공유되지 않고 여성의 역사는 전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문제가 젠더 체계의 가.. 2018. 9. 2.
탈감정사회 / 스테판 G. 메스트로비치 ## 이 책에서 나는 탈감정주의postemotionalism라는 새로운 사회학적 개념을 포스트모더니즘과 모더니즘적 이론들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대부분의 사회학적 이론화에서 잃어버린 원료가 바로 감정의 역할이다. 나는 오늘날의 서구 사회가 새로운 발전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단계에서는 합성된 유사 감정들이 자신, 타자 그리고 문화산업 전체에 의해 행해지는 광범위한 조작의 토대가 되고 있다. 나는 오늘날의 개인들이 우리의 선조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모더니스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모더니즘 이론가들에 반대하여 지식은 행위를 낳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행위는 감정과 지성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 그간 탈감정사회에서는 그러한 결합이 끊어져왔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2018. 9. 1.
곤란한 결혼 / 우치다 타츠루 __ 노동의 표준화가 가져온 현상 ## 현대의 결혼 문제는 사실 절반 이상이 '고용 문제'입니다. 결혼이 어려워진 원인 중 하나는 고용 상황이 악화된 것과 관계 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현재 고용 상황은 완전히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상황으로, 청년층이 철저히 착취당하는 고용 환경이지요.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라는 법률이 있습니다. 이를 남녀의 차별을 없애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법률'이라고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만, 어째서 재계가 이 법률 제정을 서둘렀을지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낙관적 태도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 법률은 단적으로 말해 '저임금 고급 노동자의 대량 공급'을 노린 것입니다. 임금은 낮지만 일은 잘하는, 어떤 고용 조건이라도 받아들이는, 과로사할 때까지 일하는, 그런 임금노동자들을 대량으로 배출해내기 위한 구.. 2018.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