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사회' 출판 후 10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 일본 사회의 계층 문제에 대한 보고서. 처음부터 끝까지 객관적인 통계 자료와 설문을 바탕으로 현상을 분석한다. 결론은 '격차고정'의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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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모두 대학원을 졸업해야 비로소 계층이 높아진다. 돈이 무척 많이 드는 사회가 된 것이다. 50년 전에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계층 상승이 가능했다. 즉 계층 이동에는 거의 돈이 들지 않았다. 당시의 성인 대다수가 중학교, 초등학교만 졸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계층 상승을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한 시대다.
바꿔 말하면, 대학을 졸업해도 계층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학에 가지 않고 돈을 벌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p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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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야말로 상류층에 편입되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길이다. 사장이 되어 고위험, 고수익의 성공을 노리는 것보다 착실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는 것이 오히려 확실한 대책이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가 공무원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아이들이 꿈이 없다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이 데이터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조차 내 아들은 공무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심지어 최근에는 자녀나 남자친구가 군인 또는 소방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부모와 젊은 여성도 늘어나고 있다. 군인이나 소방관은 어느 시대, 어떤 경제, 정치적 상황에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데다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군인, 소방관을 비하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국가의 경제, 산업, 기술,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민간 기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며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일에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pp8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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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정규직과 공무원의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노조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로, 현대 사회에서는 나름대로 혜택 받은 계층이다. 이래서야 민주당은 사회의 불만을 해결하는 정당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 쳐도, 학생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한 것은 참으로 놀랍다. 1990년대 생의 학생들은 냉전 시대가 끝난 후에 태어난 세대로 소위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 한참 성장하는 시기에는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대두하여 정치적인 위협을 끼치기 시작했다. 또 태어나면서부터 축구와 올림픽을 통해 국가주의를 차근차근 주입받았다. 그러고 보면 자민당에 이들의 표가 집중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 조사 결과를 고려할 때, 자민당이 투표 연령을 18세로 낮추려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p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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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로서는 인구가 적은 상류층보다 인구가 많은 중산층의 지지를 받아야 시청률이 오를 것이다. 요즘 들어 소란스러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 몰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빈곤층이 중산층보다 많은 시대가 되었으니 시청률만 추구하다보면 NHK는 점점 더 하류화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연령층은 어떨까? 35~49세 중 NHK를 보는 사람 중에는 확실히 상류층이 많아 전체의 28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10년 전의 39~43세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20~34세의 상류층도 NHK를 보지만 그 비율은 1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 연령층은 역시 민방 지상파를 선호한다. 특히 중산층에서는 약 50퍼센트가 민방 지상파를 보고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 시간에 TV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이 33퍼센트나 되는 것인데, 이처럼 TV를 보지 않는 경향은 빈곤층일수록 강하다. 특히 20~34세의 빈곤층은 44퍼센트가 TV를 보지 않는다. 10년 전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니, TV 업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일 것이다. pp14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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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사회'를 썼을 당시 나는 젊은 세대의 의욕 저하를 한탄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젊은이들의 의욕을 비롯한 정신적인 측면은 그다지 하류화한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확실히 경제적 하류화는 심각해졌다. (...)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절반 이상의 직원을 1년 계약의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마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여 이익을 낼 기업은 없을 것이다. 한편, 업무에서 이익을 낼 필요가 없는 공무원들은 민간 기업 정규직보다 높은 계층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슬픈 현실이다. p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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