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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사회, 과학64

진보의 미래 - 노무현 그가 떠났다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 분이 푸르른 봄날에 부엉이바위 아래로 부서지기 전 지상에서 보낸 마지막 겨울, 집 밖을 산책할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은 길고 긴 그 겨울에 쓴 유고집 '진보의 미래'를 읽었다 여기, 대한민국 지식인 중에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그런 고통 속에 있는 이가 과연 몇일까 그런데도 쉽게 절망을, 허무를, 가능성 없음을, 원망과 증오만을 이야기해도 되나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겨도 되나 그는 달랐다 서거 직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보통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정부와 시민의 새로운 관계를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책을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희망을 다음 세대를 위.. 2009. 12. 12.
가족주의는 야만이다 - 이득재 논의가 시원스러워서 금방 읽혔다. 저자가 비판하는 것은 가족이기주의가 아니라 가족주의 그 자체다. 그가 보기에 대한민국에는 '사회'가 없다. 시민단체는 있지만 시민이 없고 시민사회가 없다. 존재하는 건 가족과 국가뿐이다. 가(家)가 국(國)이 된 사회, 그래서 가국(家國)이다. 공공의 영역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 개인으로서의 혹은 노동자로서의 주체성이 없다. 거리의 모든 사람들은 엄마 아니면 아빠 아니면 학생/아이이다. 가족성원으로서의 존재감만이 우글거리는 사회이다. 그래서 노조가 시위할 때의 구호도 '아이가 울고 있다'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한 개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것을 가족이 담당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감당해야 할 짐이 지나치게 무겁다. 그래서 가족은 신.. 2009. 8. 6.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 - 베티 도슨 "원한 것은 사랑인데, 얻은 것은 페니스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말이다. (이 동네 분들은 어쩜 이렇게 리얼한지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전적으로. 그리고 여성들이 자신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토록 많은 대가를 치루어서 얻은 것이 사랑이 아니라 혹시 페니스는 아닌지를. 사랑은, 같은 지평을 바라보지 않고서는, 동지가 되지 않고는, 실패이므로. 비벌리 엔젤에 따르면, 아무리 의지가 강하고 지적이고 매력적인 여성이라 할지라도 여성은 관계 속에서 자아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들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이렇다. 여성은 육체적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을 향한 정서적 장벽을 낮추고 그에게 몰입하는 호르몬 구조를 갖고 있기.. 2009. 6. 7.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 에릭 부스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삶이 되는 길 연극 배우이자 줄리어드 등에서 평생 예술과 미학을 가르쳐온 저자가 하는 이야기를 한 마디로 줄인다면 ‘예술을 감상 대상으로 보지 말고 탐구하라’이다. 예술을 감상 대상으로 볼 때 예술은 좋은 것이긴 하나 삶의 주변적인 것이 되며, 그 감상의 기쁨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러나 예술을 탐구하기 시작할 때 모든 사람들의 삶이 변하고 일상이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그가 보기에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나 관점이나 기술이 누구나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우리가 그런 재능을 계발하는 것을 게을리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art'의 어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며, 예술은 결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행위라는 것이다... 2009. 5. 31.
고민하는 힘 - 강상중 제목에 낚여서 읽은 책인데, 기대했던 것보다 넘 가벼운 에세이다. 자아와 자기중심성의 문제에서 시작해서 노동과 사랑의 문제로 확장되는 것은 좋은데, 글쓴이의 새로운 시각이나 안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자유가 인간을 황폐하게 한다니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뚜드리는 소린지. 이 책의 특징이 있다면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인데, 차라리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것은 나쓰메 소세키의 을 읽어보고 싶어졌다는 것, 그리고 다음의 일화이다. 제목은 참 좋은데.... 내가 대학에 들어가 교양과목인 자연과학개론 첫 수업에 출석했을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출석을 부른 다음 교수는 "나는 지금 자네들의 출석을 불렀네. 이제 수업에.. 2009. 5. 20.
자비를 팔다 - 크리스토퍼 히친스 진실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 우리의 직관을 따를까, 아니면 이성적 판단을 따를까. 가장 좋은 것은 직관이 주는 느낌의 정체를 파헤쳐서 이성적 추론을 처음부터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지 싶다. 마더 데레사를 비판한 히친스의 책을 읽었다. 번역이 좀 어색한 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문장력과 표현력에 찬사를 금할 수 없다. 그는 데레사 수녀를 살아있는 성녀가 아니라 다국적 수도회의 수장으로, 보수 기독교 이념의 전파자로, 신비주의적 이념으로 세상의 고통을 미화하는 광신도로, 세속 권력의 하수인으로 평가 절하한다. 그가 증거로 제시하는 논거들은 타당하고, 내가 논박하기 어렵다. 마더 데레사가 세운 사랑의 선교회는 엄청난 기부금을 받고 있지만 그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 2009. 3. 12.
럭셔리 코리아 - 김난도 우리 시대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명품’이지 싶다. 텔레비전, 광고, 신문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어, 명품. 명품 아파트, 명품 연기, 명품 교육... 들을 때마다 거슬리는 단어지만, 한국인의 신분상승욕구와 맞물려서 앞으로도 긴 생명력을 유지할 같다. 그런데 대체 명품이 무엇일까. 루이비통, 구찌, 샤넬, 프라다??? 내게도 비슷한 게 하나 있긴 하다. 제대로 된 가방 좀 사서 쓰라는 엄마의 성화에 성과급 받은 걸로 하나 질렀다. 그다지 돈값은 못 한다(차라리 이 돈으로 여행이나 갈 걸..). 가방 같은 것에 워낙 관심이 없어서 사기 전엔 잘 몰랐는데, 주위를 보니 진짜건 짝퉁이건 온통 비슷한 류의 가방이라서(백화점 가면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든 사람 수십 명은 족히 만난다.) 들고 .. 2009. 1. 23.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여러 곳에서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한 책인데, 제목이 무거워서 그동안 손에 잡히지 않았다. 냥냥군의 권유로 읽어본 책. 현재 지구촌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환경파괴, 전쟁, 에이즈 순으로 답한다. 그러나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으로 평생 일해온 저자는 '기아'야말로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그 중요성에 비해 사람들이 알려고 하지 않고, 말하려고 하지 않고, 언론이나 교육에서도 많이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이 책에서 저자는 '구조적 기아'를 다룬다. 자연재해 등으로 일어난 일시적 기아 말고 사회/경제적 구조에 의해 끊임없이 지속되는 기아 문제. 기아가 늘어난 인구를 저절로 조절해주는 자연의 현명한 선택, 즉 자연도태라는 멜서스 이래의 관념을 논박.. 2009. 1. 14.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 지승호 지승호의 두 번째 인터뷰집. 2003년판이다. 그 후 꽤 많은 책이 나왔으니, 이 책을 내가 좀 늦게 읽은 셈. 머리말이 재미있다. 자신을 '거리의 악사'에 빗댄다. 거리의 악사가 음악이 좋아서 거리에서 연주하고 돈을 구걸(?)하는 것처럼, 자신도 글쓰기가 너무 좋아서 이것으로 밥을 벌어 먹고 싶은(그게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인터넷 비주류 논객이라고. 누구나 쉽게 읽고 남는 게 있는 사회과학 책을 쓰고 싶고, 인터뷰는 구어체라서 잘 읽히기 때문에 그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삼만 부 팔리는 책 한 권 내야 이천만 원 벌까 말까라면서(그것도 유명한 저자), 삼천 부 파는 자기는 그럼 열 권 내지 뭐... 라고 마음 먹었다던데 그 배짱이 멋있다. 실제 그 후로 10권 가까이 낸 것 같다. 강헌, 권해효.. 2009. 1. 14.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사이토 미치오 내가 올해 읽은 책 중 최고의 책. 이 이야기는 정신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베델의 집'이라는 공동체를 꾸려가며 이십 여년간 자신들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실험하며 살아온 이야기이다. 분열병으로 말로 다 하지 못할 고생을 겪어온 베델의 집 사람들은 '어떤 부조리로 자신이 정신병에 걸렸으며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이 세상에 살아있어야 하는지, 병을 안고 사는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했고 '고생 되찾기, 약함을 유대로, 세끼 밥보다 회의, 문제 해결하지 않기,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 마음 놓고 땡땡이칠 수 있는 회사 만들기' 등 자신들만의 신비하고도 편안한 삶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들은 병을 치료하여 사회로 복귀하고자 애쓰지 않는다. 약해도, 문제투성이어도, 분열병이어도 괜찮다. 병을 지니고도 행복.. 2006. 11. 27.
섹스 자원봉사 - 가와이 가오리 이번 학기 교육심리 수업 교재로 만나게 된 책. 우리가 장애인의 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장애를 지녔다는 이유로 보통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과 절망의 편린들을 에피소드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성 문제를 다룬 책이지만 이 책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까닭은,,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인생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한 부분을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순수한 사랑이 얼마나 부족한지 생각케 된다. 사랑이 샘물처럼 넘쳐 흐르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2006. 9. 10.
나비와 전사 | 고미숙 ㅡ 근대성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 근대라는 것이 어떤 통제와 훈육적 기제를 통해서 우리 신체를 길들여왔는가에 대한 보고서다. 우리에게 이미 너무 익숙해진 근대성에 대해, 우리 몸에 대해 재검토하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로 보이며, 군데군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다. 그러나 거친 문장과 지나치게 많은 따옴표, 방만한 구성이 읽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했다. 근대의 파노라마를 보여주고자 한 듯한데, 파노라마식 글쓰기가 내겐 산만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많지만(날카로운 통찰도 더러 엿보이지만) 그 말들은 충분히 숙성되지 못하고 냄비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다. 푸코와 연암을 연결시켰는데 다 읽고 나서도 왜 그 둘이 연결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연암을 근대를 매끄럽게 활주한 유목민이라 칭하기엔 사료에 근거한 설득력이 약하다. 여러.. 2006. 6. 18.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 고미숙 ㅡ 도시 중산층이 아니고도 행복할 수 있는 길 “도시 중산층의 삶이 아니고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많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남들처럼 사는 길을 택할 뿐이다. 성공해봤자 나른한 일상과 소통부재만이 존재하는 그런 코스를. 따라서 그런 코스와는 다른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행복을 스스로 창안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법이다. 아니, 그 자체가 자본으로부터의 탈주가 된다. 자본에 대한 대안이 자본보다 빈곤해서야 말이 되는가.” 옳은 말이다. 자본에 대한 대안이 자본보다 빈곤해서는 안 된다. 모든 대안적인 것은 기존의 것보다 더 행복하고 더 신이 나야 한다. 이 책은 부제가 말해주듯이 연구 공간 ‘수유+너머’라는 곳의 실체를 파헤쳤다. 앎의 즐거움에 대해, 지식과 일상의 하나됨에 대해, 자.. 2006. 5. 26.
감옥에서 보낸 편지 - 안토니오 그람시 감옥...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공간... 20년형을 선고받고 세상이 그의 앞에서 문을 닫았을 때도 그람시는 '삶의 끈'을 놓지 않았고 아주 작고 하찮은 일만으로도 삶이 가까이 있음을 느꼈다. 꼽추, 사자 머리... 그를 평생 괴롭힌, 쉴새없이 찾아든 병고 속에서도 한결같이, 의연했던 사람. 무솔리니는 이런 두뇌는 적어도 20년은 가둬두어야 한다고 했지만 파시즘은 그를 죽이지 못했다. 서른 다섯에 감옥에 갇힌 그는 감옥생활 11년만에 병으로 죽음을 맞지만 '옥중수고'라는 방대한 저작을 남긴다. 교육사회학 시간에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과 진지전, 유기적 지식인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혁명가적 생애에 감동받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다. 꼼꼼이 읽지는 못했지만 그의 인간성을 좀 더 가깝게 느.. 2006. 4. 27.
통섭 - 에드워드 윌슨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1. 이 책의 각 장을 읽어나가는 것은 마치 조각 그림을 하나씩 맞추어가는 것과 같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아이디어가 워낙 풍부해서 각 장을 읽을 때는 전체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장을 읽을 때에야 내 마음에서 비로소 열 두 조각이 다 연결되는 통섭이 일어났고, 저자가 왜 그토록 통섭을 강조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2장은 내게 인간의 전망에 대한 인문학의 어떤 텍스트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주었다. 우리 존재가 이 우주 전체와 맞물려 있음을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어떤 철학자보다 더 확고한 토대를 갖고 설명한다. 저자는 과학 문화와 과학 이전 문화 사이의 간극이 엄청남에 주목했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는 우리는 신비주.. 2006.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