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공간...
20년형을 선고받고 세상이 그의 앞에서 문을 닫았을 때도
그람시는 '삶의 끈'을 놓지 않았고
아주 작고 하찮은 일만으로도 삶이 가까이 있음을 느꼈다.
꼽추, 사자 머리... 그를 평생 괴롭힌, 쉴새없이 찾아든 병고 속에서도
한결같이, 의연했던 사람.
무솔리니는 이런 두뇌는 적어도 20년은 가둬두어야 한다고 했지만
파시즘은 그를 죽이지 못했다. 서른 다섯에 감옥에 갇힌 그는
감옥생활 11년만에 병으로 죽음을 맞지만 '옥중수고'라는 방대한 저작을 남긴다.
교육사회학 시간에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과 진지전,
유기적 지식인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혁명가적 생애에 감동받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다. 꼼꼼이 읽지는 못했지만
그의 인간성을 좀 더 가깝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편지에서 엿보이는 그의 지적 엄격성이 나를 놀라게 한다.
자신의 괴로움과 내적 흔들림을 표현할 때조차도 그의 정신은
어떤 든든한 기반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는 주저 없이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바를 설파하는데
거기엔 자기 연민이나 지적 나약함이 스며들 여지가 없다.
이론과 실천의 통합인 '프락시스'.
비판적 인식은 지적 노력만이 아니라 의식적 실천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그람시의 주장은
그의 생애를, 그가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을 수 있었는지를 대변해준다.
그는 성급한 낙관론, 감상주의적 낙관론을 경계했다.
파시즘이 곧 끝날 거라고 생각지 않았으며
자본주의가 혁명으로 무너질 만큼 어설픈 구조라고 보지도 않았다.
그는 모든 현실적 조건들을 다 고려해서 가능한 실천을 하고자 했다.
어쩌면 그는 먼 미래에 속한 사람인 것 같다.
그의 편지들은 철저한 고립 속에서 그가 세상과 유지하고자 했던 연결 끈,
사랑을 담백하게 들려준다. 그곳에서 그는 쓰고 또 썼다.
그 실천적 저작에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세상을 변혁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 있다.
그것을 통해서 그는 도래할 미래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미래는 실천 없이 다가오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다 지식인이라는 그의 지식인관은 지금도 혁명적으로 들린다.
그람시를 보면서, 한 인간의 생이 얼마나 많은 것을 담아내고 보여줄 수 있는지 생각한다.
더불어,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도 점검하게 된다.
나는 이론에 큰 관심이 없다. 실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만큼,
내 삶의 문제와 절실히 맞닿아 있는 그만큼만 관심 있다.
사유가 실천 안에서 통합되고 허황된 관념론으로 새지도 말고
삶의 튼튼한 토대 위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이고 싶다.
책 이야기/사회, 과학
감옥에서 보낸 편지 - 안토니오 그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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