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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사회, 과학

나비와 전사 | 고미숙 ㅡ 근대성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

by 릴라~ 2006. 6. 18.

근대라는 것이 어떤 통제와 훈육적 기제를 통해서 우리 신체를 길들여왔는가에 대한 보고서다. 우리에게 이미 너무 익숙해진 근대성에 대해, 우리 몸에 대해 재검토하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로 보이며, 군데군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다.

그러나 거친 문장과 지나치게 많은 따옴표, 방만한 구성이 읽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했다. 근대의 파노라마를 보여주고자 한 듯한데, 파노라마식 글쓰기가 내겐 산만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많지만(날카로운 통찰도 더러 엿보이지만) 그 말들은 충분히 숙성되지 못하고 냄비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다.

푸코와 연암을 연결시켰는데 다 읽고 나서도 왜 그 둘이 연결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연암을 근대를 매끄럽게 활주한 유목민이라 칭하기엔 사료에 근거한 설득력이 약하다. 여러 분야를 가로지르는 것도 좋지만, 논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어떤 구심점이 있어야 하지 싶다. 제목 ‘나비와 전사’가 책 내용과 따로 노는 듯하다. 단, 이 책을 탈근대에 대한 가벼운 스케치 로 본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저자의 책 중에서는(다 읽은 건 아니지만)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 책에는 체험에서 우러난 싱싱하고 담백한 맛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수유+너머의 코뮨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곳의 가장 좋은 시절이 그 책에 담겨 있는 시간이 아니기를. 무슨 일에서건 초기 조건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가는 게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코뮨이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비전 탐색을 계속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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