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대중적이고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라서 이분의 책은 대충 다 읽은 듯. 학문적 엄밀성이 부족하고 가볍다는 평도 많지만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는 결코 적지 않다. 나는 이제 슬슬 이분의 문체에 적응이 된다. 문체가 읽기를 방해하지 않았다. 판소리의 입담이나 인터넷 글쓰기에 가까운 문체인데 이제 작가의 스타일로 체화된 것 같다. 이 책의 경우도 돈에 관련된 세태 묘사가 탁월한데, 세태를 풍자적으로 묘사하는 데에 이 문체가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태를 비판하면서도 비장하거나 무겁지 않다. 그것을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발랄함이 엿보인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쓰고 대하는 방식을 다양한 연령대의 '서사'를 엮어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 바로 내 이야기구나 싶게 공감 가는 대목이 많다. 오늘날 돈은 사람들의 다양한 바람과 욕망들을 단 하나의 욕망으로 바꾸어놓은 이 시대 새로운 신이다. 사람들은 돈을 원하면서도 돈이란 게 무엇인지, 돈으로 무엇을 할 건지, 어떻게 벌고 쓰는 게 좋은 것인지 충분히 성찰하지 않는다. 그래서 힘들게 벌어 값 없이 쓰기도 하고 빚을 내어서라도 욕망을 충족시킨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중산층은 중산층 대로, 늘 돈이 부족해 허덕인다. 혼자 벌어 혼자 쓰는 나도 늘 돈이 충분치 않다고 느끼니 돈에 대한 이 불만족은 우리 시대의 병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세태 진단에서 머물지 않는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돈을 새롭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쓰는 길을 제시한다. 교환 가치가 아니라 '증여'의 수단으로 보는 것. 어떻게 적은 돈으로 넘치는 관계와 행복을 구성할 수 있는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수유-너머'의 공동체 실험의 노하우를 통해 보여준다. 돈을 저렇게도 활용할 수 있구나 싶을 만큼 창조적으로 돈을 쓴다. 그곳에서 돈은 자본주의의 비정한 얼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 밀도 있게 연결해주는 선물이 된다.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노라면 나 역시 '증여'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경제학과 관련한 설명이 좀 아쉽고 가벼운 스케치 정도에서 끝나지만, '증여'라는 단어를 마음에 새겨주고 '증여'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창조적 삶이란 기존의 관계들을 다르게 재구성하는 것이고, 기존의 도구들의 사용법을 바꾸는 것이란 생각도 아울러 했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적 배치와 용법을 바꾸는 것. 그렇게 바꾸어가는 중에 스스로 자기 몸과 머리를 쓰는 역량이 커지고 삶 또한 더 생기발랄해질 것이다. 한 번 더 읽을까 하다가 저녁에 만난 친구에게 바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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