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책 이야기/사회, 과학

바이오필리아 / 에드워드 윌슨

by 릴라~ 2019. 3. 3.

##

 

편견을 버리자, 일상적으로 보고 만지던 주변의 자연 세계가 힘들게 일하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자연 세계에서는 우리의 열정이 무의미해진다. 자연 세계의 역사에는 인간이 포함되지 않으며, 큰 사건도 기록되거나 평가되지 않는다. 자연은 친숙하지만 깊이 보면 이질적인 세계이다. 내가 사랑하게 된 이 세계에서 나는 한갓 나그네일 뿐이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유로 진화의 수많은 결과물이 자연 세계에 모였다. 기나긴 신생대 역사의 유전 암호를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라앉았다. 호흡과 심장 박동은 줄어들고 집중력이 강해졌다. 내가 서 있는 곳 아주 가까운 숲속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살고 있고 이제 곧 내가 그것을 발견하게 될 듯했다. pp24

 

##

 

인간이 지구에서 제대로 살지 못하는데, 생물학적으로 축소된 우주의 인공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까?

 

마음의 작용에 더 많은 신경을 쓰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충고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가 다른 생명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뇌는 존재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접촉뿐만 아니라 낭비처럼 보이는 수많은 접촉들로 마음을 엮어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낭비야말로 생명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연구실 우리 속에서 잘 자란 것처럼 보이는 원숭이들과 콩만 먹고도 살이 찌는 소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동식물이 없는 환경에서도 겉보기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자랄 수 있다. 이들에게 행복하냐는 질문을 하면 아마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자란 사람에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들이 결여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확언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는 우주와 마찬가지로 지구에서도 잔디밭, 화분에 심은 식물, 새장에 가둔 잉꼬, 강아지, 고무 뱀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야만 하는 존재이다. pp179

 

##

 

나는 우리가 다른 생물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특별한 방법 때문에 인간적일 수 있다고 이 책에서 주장했다. 이 특별한 방법은 인간의 마음이 뿌리를 내린 기반이며, 이 기반을 토대로 인간은 선천적으로 도전과 자유를 추구한다. 각자가 자연주의자처럼 느낄 수 있는 한도까지,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오래전의 흥분을 다시 얻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시와 신화의 활기를 북돋워 다시 매력적인 상태로 만드는 공식이라고 생각한다. 신비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생물은 우리가 앉은 곳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다. 그곳에서 미세하지만 화려한 광경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왜 이 보존 윤리에 대한 저항이 존재할까? 보존 윤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람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람의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자연 환경을 향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정말 대답이라면 질문을 잘못한 것이다. 중요성의 질문은 목적에 관한 것이다.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인간 본성에 기술과 정치의 난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핵전쟁을 피할 수 있고 식량과 에너지를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다음은 무엇일까? 그 답은 전세계에서 똑같다. 개인들은 개인의 성취를 향해 노력할 것이며 결국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성취는 무엇이며 인간의 잠재력은 어떤 목적으로 진화했을까?

 

사실 우리는 한번도 세계를 정복한 적이 없었으며 세계를 이해한 적도 없었다. 우리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우리가 왜 특정한 방법으로 다른  생물들에게 반응하며, 왜 생물들이 다양하게 필요한지 우리는 그렇게 깊이 알지도 못한다. 인간들끼리 서로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신화는 진부하며 믿을 만하지 못하고 파괴적이다. 마음 자체를 생존의 기구라고 이해할수록, 순수하게 이성적인 이유로 생물에 더욱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다. 

 

자연철학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다음의 역설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끊임없는 확장 또는 개인적인 자유를 향한 충동은 인간 정신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물 세계의 성실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확장과 관리는 처음에는 서로 모순되는 목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보존 윤리의 깊이는 확장과 관리 중 하나가 자연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른 하나를 재형성하고 강화하는 데에 쓰이는 정도에 따라 가늠될 것이다. 이 역설은, 내가 인간 정신의 보호라는 뜻에서 쓴 궁극적인 생존에 더 적합한 형태로 역설의 전제를 바꿈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pp208-210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