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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기록/유럽, 중동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 '06

by 릴라~ 2006. 10. 12.

피렌체, 이 아름다운 도시는 내게 안타깝게도
줄에서 시작해서 줄에서 끝난 도시였다.
유명한 우피치 미술관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두세 시간 긴 줄을 섰고,
두오모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 또 두 시간 이상 줄을 섰던 곳.
그러다보니 너무 피곤하여 우피치에서는 
꼭 봐야 할 작품 몇 개를 놓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작품,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다행히 챙겨 보았다.'비너스의 탄생'은 내게 
르네상스의 탄생으로 읽혔다.
중세의 끝, 그리고 인간과 이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
비너스는 천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밝음과 생명력, 
낙관적인 미소와 우아한 기품으로 
나를 그녀에게 반하게 만들었다.

피렌체에서 사흘을 머물었지만, 관광객에게 떠밀려
이 도시의 맛과 멋을 속속들이 느끼지 못했다.
떠나기 전날엔 일몰을 보기 위해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랐는데
언덕 아래엔 마침 월드컵 기간이라 
대형전광판 아래 수많은 인파가 가득했다.
그들의 거칠고 과격한 모습에서 나는 
피렌체의 옛영광과 피렌체의 현재를 연결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언덕 위에 다다르니 다행히 인파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피렌체 시가지와 아르노강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해지는 광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태양은 아르노강에 붉은 빛을 드리우면서 
이 오래된 도시 전체를 품고 있었다.

그때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피렌체는 지금 피렌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피렌체는 앞으로 오래도록, 아니 영원히, 
다빈치, 단테, 마키아벨리,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피렌체의 시대를 개척했던 그들의 도시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것을.

 

 

(▼ 우피치에서 바라본 폰테 베기토 다리)

 

(▼ 두오모 성당 주변) 

(▼ 두오모 천정화)

(▼ 두오모 성당 전망대 올라가는 길,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린 듯)

(▼ 두오모 꼭대기에서 바라본 피렌체 시가지. 아래는 찜통인데 이곳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내려가기 싫었던 곳)

(▼ 월드컵 관람 인파. 행렬이 무시무시했다. ㅋㅋ)

 

(▼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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