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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85

[책] 조국의 법고전 산책 / 조국 저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매우 잘 쓴 책이다. 이 정도면 명저라고 할 만하다. 450쪽이 넘는 책을 술술,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사상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넘 좋아하는 사상가들이 있다. 루소와 몽테스키외 등 유럽의 계몽주의 사상가들이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그들의 불온한 사상 덕분에 우리는 중세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시대가 그들의 빛나는 이상과 고귀한 신념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책은 바로 그 루소와 몽테스키외로부터 시작하여 법의 정신에 영향을 준 열 다섯 명의 사상가들을 다룬다. 한 명 한 명 두께가 만만치 않은 사상가들인데, 저자는 그들의 사상을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맥락과 개인적 생애사를 통해 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2023. 6. 5.
행복의 정복 / 버트란드 러셀 __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책장을 정리하다가 버트란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 발견. 종이가 누렇게 된 걸 보면 한참 옛날에 읽은 책인 듯한데 '행복의 정복'이라는 제목이 도전적이어서 다시 봤다. 아니, 이렇게 자신만만한 제목이라니. 행복을 과연 정복할 수 있는가. 서문은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로 시작하고 본문은 두 부분, [1.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 [2. 행복으로 가는 길], 아주 명료하다. 1.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 : 경쟁, 걱정, 질투, 죄의식, 자기도취, 피해망상, 불필요한 자극에 너무 많이 노출됨. 이 모두가 자기 안에 갇혀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불행의 심리적 원인은 어린 시절에 정상적인 만족을 누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느 한 가지 만족을 다른 만족보다 더 소중히 여기거나 어떤 만족은 과.. 2021. 10. 20.
연예인들은 왜 공황장애에 걸릴까? / 정혜신 - 당신이 옳다 https://youtu.be/gPN8M6QuIPM 2021. 10. 19.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에크하르트 톨레 __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취는 광기의 인식 추천 받은 책인데 읽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명상과 인간 의식의 변화를 다룬 책인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을 것 같아서. 앞부분을 보고는 읽기로 했다. 인간 존재의 핵심에 존재하는 집단적 광기가 가져오는 사건들이 인류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 광기의 역사이다. 만약 이것이 한 개인의 병력이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다음과 같은 진단이 내려졌을 것이다. '만성적 피해망상증. 적이라고 굳게 믿는, 사실 적이라는 것은 그 자신의 무의식의 투영에 불과하지만, 상대방을 향한 병적인 살인 충동과 극도의 폭력과 잔인성. 가끔씩 잠깐 동안 제정신이 돌아올 뿐인 범죄광.'p37 이 책이 가장 정성들여 파헤치고 있는 부분은 에고의 작동 원리 중 동일화 과정이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을 .. 2021. 2. 24.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 김서영 ㅡ 불완전함이 완전함보다 더 완성된 경지 영화를 통해 상처와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영화평론가의 영화 분석보다 훨씬 재미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반인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영화 문법에 의거한 전문적인 영화 비평보다는 우리의 다친 마음을 보듬고 살리는 일이기에. 아는 영화가 등장하는 부분은 더욱 재미있게 읽었고 모르는 영화도 심리에 대한 내용이라 잘 읽힌 편이다. 라캉의 이론, 상상계/상징계/실재계의 관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저자는 연구자가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간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문장이 다 좋다. 자신이 소화한 내용을 쓸 때는 문장이 이렇게 쉬우면서도 품격과 깊이가 있다. ## 라캉의 정신분석학은 불완전한 것이 완전한 것보다 더욱 완성된 경지이며, 부족한 것이 완.. 2021. 2. 23.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강신주 — 인문학의 궁극적 지향은 자비의 실천 저자의 그간 매력적인 철학대중서들에 비하면 이 책은 좀 심심한 편이다. 하지만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랑과 자비에 있음을 설파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담긴 저서라고 봐도 좋겠다. 저자는 인문학적 시야의 핵심을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자비의 실천을 강조한 불교 사유가 예로 많이 등장한다.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이 세계에 많은 폭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겸허한 태도로 최소의 폭력을, 고통을 감소시키는 길을 모색한다. 그것이 사랑이고 윤리이다. 삶의 무상함과 덧없음에 대한 인식 또한 허무가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통로로 존재한다. 그래서 저자가 생각하는 사랑은 한 공기의 .. 2021. 2. 14.
스피노자의 뇌 | 안토니오 다마지오 — ‘느낌’의 메커니즘을 추적한 책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르는 존재의 본질은 무엇일까? 신체일까? 마음/생각/영혼일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왔을까? 과거에 철학이 이 물음에 답해왔다면 오늘날에는 뇌과학이 이에 관한 열쇠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먼저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인간 뇌의 3층 구조를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뇌의 구조는 우리 존재의 본질에 관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는 생명현상을 담당하는 원시뇌로 파충류의 뇌로 불리는 뇌간과 감정을 담당하는, 표유류의 뇌로 불리는 구피질과, 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신피질로 나뉘어져 있다. 이 뇌의 3층 구조는 차례차례 발달해왔기에 인간의 진화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생명 현상, 감정, 이성의 영역 중에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온 것은 무.. 2021. 2. 9.
소유나 존재냐 | 에리히 프롬 — 소유가 구원인 사회에 던지는 질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가, 우리는 진정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의 모든 저작은 그 물음을 향해 있다. 그 화두가 마음에 남아 내가 대학 시절에 제일 좋아한 작가다. 다른 철학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프롬은 술술 잘 읽혔다는 이유도 한 몫 했다. 프랑스 등 대륙쪽 철학자들의 현학 과시가 없고 문장이 간명하다(푸코, 들뢰즈 등은 대학원에서 읽었는데, 학부 수준에서는 혼자 읽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고 문제의식의 깊이가 얕지 않다. 철학책을 해설서 말고 1차 텍스트로 읽고 싶은 분께 추천하는 작가다. 이십 년도 더 지나 노랗게 색이 변한 를 다시 읽었다. 예전에 이 책이 바람직한 사회 혹은 이상적인 삶에 대한 마땅하고 아름다운 진술로 읽혔다면, 지금은 우리 사회의 절실한 문제로 다가온다.. 2021. 1. 14.
프로이트의 환자들 | 김서영 ㅡ 라캉을 쉽게 해설한 2부가 백미 1부와 3부, 프로이트가 직접 꿈을 분석한 사례들은 잘 읽히지 않았다. 쉽게 잘 쓴 책이지만 내가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그 많은 꿈의 사례들에서 별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은 건 2부. 저자가 프로이트, 라캉, 자아심리학자들, 융의 사상이 어떻게 겹쳐지고 어떻게 갈라지는지 해설한 부분이다. 특히 라캉의 기본 관점에 대해서라면 이 책만큼 쉽게 해설한 책이 없을 것 같다. 2부가 짧아서 아쉬웠다. 저자의 책을 그간 몇 권 읽었는데 제대로 공부한 분이란 생각이 든다. 신간이 나오면 챙겨 보는 저자다. sheshe.tistory.com/922 프로이트의 편지 / 김서영 ㅡ 프로이트 심리학 전반에 대한 가장 쉽고 친절한 해설서 프로이트의 "동일시 이론"을 중심으로 프로이트가 말한 자아 이론.. 2019. 10. 13.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 박진영 — 자존감은 삶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오랫동안 '나'라는 그릇을 채우는 '내용'이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그릇 속을 더 반짝거리는 것들로 채우면 언젠가는 행복해질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들로 그릇을 채워도 쉽사리 행복해지지 않았다. 나의 내용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는 '태도'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p5 ## 중요한 것은 건강한 방법으로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방법으로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즉 높은 자존감은 자존감 추구 과정의 결과일 뿐 그 자존감 추구법이 '건강한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높지만 전혀 건강하지 않고 심지어 장기적ㅇ로는 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울 수도 있는 자존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따라서 크로커 등의 학자들은 자존감의 높낮이보다 자존감을 '어떻게 추구하.. 2019. 8. 23.
약한 연결 / 아즈마 히로키 __ 난 이런 종류의 독창적 사유가 좋다 이런 책 참 좋다. 편안하고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번득이는 사유를 녹여넣은 책. 학창 시절에 배운, 경수필 아닌 중수필의 좋은 예이다. 처세와 관련된 인생관이 아니라 독창적 사유가 담겨 있는 책. 일본 저자들이 이런 책을 꽤 쓰는 듯. ## 막대한 수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해당했다. 내가 갔을 때는 소각로 주변을 조금만 파도 사람 뼈가 드러났다. 정말이다. 해가 저물어 어두워질 무렵 숲 속을 거닐고 있자니 작은 독일어 간판이 있었다. '여기에서 나치스는 유대인 지방으로 비누를 만들었다'라는 뜻이 아닐까라고 겨우 독해하고 건너편을 보니 커다란 둥근 수조가 있다. 그 분위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발가벗은 '죽음'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고나 할가. 기이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오컬트를 믿지 않지만, 지박령.. 2019. 6. 10.
아주 사적인 신화 읽기 / 김서영 __ 프로이트, 라캉의 관점에서 들려주는 감동적인 신화 이야기 초등학교 시절 읽은 그리스, 로마 신화. 마음에 고요한 파장을 일으켰던 이야기는 제우스나 헤라, 기타 영웅들이 아니었다. 인류에 불을 가져다주고 고난에 처한 프로메테우스의 용기와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었다. 이 두 이야기는 삶의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어떤 차원을 살며시 건드려주는 면이 있어 어린이의 마음에 신비로움을 남겼다. 이 책 '아주 사적인 신화 읽기'는 신화 속 다양한 인물들을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을 동원하여 재해석한 책이다. 그래서 일반적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 사이의 경쟁과 대립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더 깊고 따스하게 우리 내면의 힘을 이야기하는데 신들을 동원한다. 어릴 때 느꼈던 그 신비로운 느낌을 차근차근 친절하게 풀어 설명해주는 것 같은 책이다. 북유럽 신화와 인도 .. 2019. 3. 7.
불교정신치료 강의 / 전현수 마음의 작동 원리를 이토록 쉽고 간명하게 설명하는 책이 있을까.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과 지식, 개인적 불교 수행을 접목해서 쓴 책이라 귀에 쏙쏙 들어온다. ## 이제 마음에 어떤 속성이 있는지 보겠습니다. 마음 역시 몸처럼 두 가지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속성은, 마음이 언제나 대상에 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상에 가 있지 않은 마음은 없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대상에 가서 그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정신이 건강하려면 자기 마음이 어느 대상에 가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하루 종일 봐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대상 자체는 건전하고 불건전하거나, 좋고 나쁘고가 없습니다. 건전 불건전, 좋음 나쁨은 마음이 대상을 향할 때 어떤 주의를 기울이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혜로운 주의를 기울이면 그 대상이 건전하.. 2019. 3. 3.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가토 다이조 이 책에서 '착하다'는 의미는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자신이 발견하지 않고 스스로 느끼기도 전에 미리 주어진 가치와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압하고 타인이 중요하다고 미리 정해놓은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지나친 규범의식은 존재감의 결여에서 나오는 보상심리라고 이야기한다. 삶을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탐색하고 스스로 느끼는 것, 건강한 자신감의 원천이다. ## 삶을 힘들게 만드는 지나친 규범의식은 존재감의 결여에서 오는 보상작용이다. 지나친 규범의식으로 삶이 힘겹게 느껴지는 사람은 어쩌면 자신의 존재가 유아적 의존욕구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몸 구석구석 모두 그 욕구에 점령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므로 삶이 너무나 괴롭게 느.. 2019. 1. 4.
착한 아이로 키우지 마라 / 가토 다이조 '착한 아이'의 가장 큰 문제는 삶에서 용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내면으로부터 솟아나는 깊은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목표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기대 등 바람직한 자신을 위해서 진정한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온 '착한 아이'는 곤란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낼 힘이 부족하고 어느 순간 인생에서 좌절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착한 아이를 한해살이풀이라 말한다. 십 년 뒤 타인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나무가 아니라. 훌륭하지 않아도 살 가치가 있다. 성장은 인생의 목표가 자기 자신의 것일 때만 이루어진다. ## '착한 아이'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착한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불안해서 노력하고 불안해서 인내하는 것 뿐.. 2018.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