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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94

[망설임의 윤리학 / 우치다 타츠루] __ 망설임에 담긴 철학적 함의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종합적인 문예 비평서. 일본에서 출판된 책에 대한 비평이 많다. 보통 모르는 책에 대한 비평서는 재미있게 읽기가 어려운데 선생의 책은 그렇지 않다. 그 책을 몰라도 세상 돌아가는 모양에 대한 선생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일본 사회가 고령화나 신세대의 변화 면에서 우리 사회와 비슷하게 가고 있어서(아니, 우리가 일본 비슷하게 가는 걸 꺼다)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이 우리를 좀 더 잘 보여주기도 한다.   페미니즘 등의 사상이 꼭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것이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선생의 견해도 흥미롭다. 새롭게 출현한 사상은 그 야생적인 면으로 사회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지만 지배 이데올로기가 될 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 모택동의 사상이나 히피 운동이 .. 2023. 9. 2.
[스몰 트라우마 / 멕 애럴] __ 디지털 트라우마가 넘치는 세상 '빅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대개의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전쟁, 폭력, 이혼, 실직, 가족의 죽음 등 우리 생애를 뒤흔드는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다. 하지만 이런 큰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좀먹는 존재가 있으니 저자는 이를 '스몰 트라우마'라 부른다.  이 스몰 트라우마는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거나 별 것 아닌 일을 문제 삼는다고 생각해 타인에게 잘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댐에 작은 구멍이 나면 어느 순간 무너지듯이, 작은 상처는 시간에 따라 누적되면서 삶을 크게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이 책은 '스몰 트라우마'의 개념을 밝히면서 삶 속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극복할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것이 개념을 밝히는 부분이 소략하고 처방을 이야기하는 부분의 내용이 많다는.. 2023. 8. 28.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 아라이 유키] __ 살아있다는 감각에 대하여 어떤 책은 단 한 챕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다한 부분에 꽂혔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일,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하는 말,그런 일과 말을 생각한다. 수업시간에도 응용할 만한 질문이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일,그건 가슴 벅찬 감동 그런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일상에서 소소하게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일,그런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뭐가 있을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화장하기. 3분만에 끝내는 간단한 화장이지만. 자기 전에 누워서 좋아하는 음악 듣기. 산에 오르기. 언제나 가장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 책을 읽다 문득 멈추고 좋은 구절을 음미하기.D랑 포옹하거나 곤히 자다가 깨서 이야기하기.식탁에서 마주하는 맛있는.. 2023. 8. 26.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크리스텔 프티콜랭] __ 우뇌형의 약점과 강점 결혼 전 D와 긴 연애 중일 때 여행할 때마다 한 번씩 말썽이 있었다. 숙소 문제인데, 소리에 민감한 나는 에어컨이든 뭐든 소음이 들리면 잠을 못 자기 때문에 항상 방을 배정받으면  꼭 한 번씩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그러면 그 큰 캐리어를 끌고 다시 방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한두 번 그런 뒤부터는 아예 방을 배정받자마자 꼼꼼히 체크해서 바로 방을 옮기곤 했다.  방을 두 번이나 바꾼 일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D는 나의 예민함에 대해 조금도 짜증내거나 힘겨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우리가 계속 만났던 이유에는 그러한 점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시각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패션과 외모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다만 소리엔 매우 민감해서 목소리가 좋은 남자를 좋아한다.  전화.. 2023. 8. 23.
[운이 좋다고 말해야 운이 좋아진다 / 하시가이 고지] __ 언어야말로 마법이다 내 독서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어떤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가 쓴 다른 책을 죄다 검색해서 보는 방법. 그러면 한 사람의 시대인식, 문제인식, 사유의 테두리를 대강 가늠할 수 있다.두 번째는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책을 죄다 대출해서 발췌독 하는 방법. 예컨대 윤동주에 관심이 있으면 윤동주에 관해 다양한 사람들이 쓴 책을 다 빌려와서 훑어보는 방법이다. 전자는 저자 위주의 섭렵이고 후자는 주제 위주의 섭렵이다. '섭렵'의 사전적 의미는 "물을 건너 찾아다닌다는 뜻으로  여러 가지 책을 널리 읽거나 다양한 경험을 쌓음을 이르는 말"이라 한다. 섭렵하게 되면 오독의 위험을 줄이고 좀 더 공정한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어찌 보면 공부한다는 것은 섭렵한다는 것인데 학교 공부에서는 섭렵의 기회가 매우 .. 2023. 8. 21.
[아직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부모가 산다 / 하시가이 고지] __ 뇌 속의 프로그램이 운명을 결정한다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무엇일까? 운명일까? 우연일까? 의지나 노력일까?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우리 뇌 속에 깔린 프로그램, 생각의 틀이라고.  주체 행동형, 반영 분석형문제 해결형, 문제 회피형타인 기준형, 자기 기준형과거 기준형, 미래 기준형절차 중시형, 선택 중시형감각 중시형, 결과 중시형목적 지향형, 경험 지향형비관형, 낙관형내부 분리형, 내부 중시형의무형, 욕구형한정적 자아, 절대적 자아결과 대기형, 결과 행동형 저자는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는 열두 가지 생각의 틀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런 틀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이어서 이야기한다. 우리 생각의 틀을 가장 강력하게 형성하는 것은 바로 부모의 목소리다. 저자는 이를 '머릿속 부모'라고 부른다. 이 ‘머릿속 부모.. 2023. 8. 14.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네이딘 버크 해리스] & [멍든 아동기, 평생 건강을 결정한다 / 도나 잭슨 나카자와] 두 권을 같이 읽다보니 어느 내용을 어떤 책에서 봤는지 헛갈린다. 아동기의 불행이 생애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학적 임상 사례와 논문 등 구체적인 근거로 설명하는 책이다. 전자는 정신과 의사가, 후자는 과학 저널리스트가 썼는데 같은 주제임에도 사례가 저마다 달라서 내용이 겹쳐지지 않았다. 둘 다 잘 읽혔는데 만약 한 권만 고른다면 의사의 개인적 경험담이 흥미있게 서술된 전자를 고를 것 같다.ACE 척도라는 게 있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알아보는 척도인데 주로 가족의 죽음, 자살, 폭력, 성폭행, 학대, 부모의 실업 등 재난에 가까운 경험 여부를 다룬다. 15가지인가 척도를 보았는데 보통 사람은 대부분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경험들이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온몸에서 유독성 물질을 방출하고 아이들.. 2023. 7. 21.
[조국의 법고전 산책 / 조국] __ 법의 정신을 형성한 계몽주의 사상가들 저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매우 잘 쓴 책이다. 이 정도면 명저라 할 만하다. 450쪽이 넘는 책을 술술,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사상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넘 좋아하는 사상가들이 있다. 루소와 몽테스키외 등 유럽의 계몽주의 사상가들이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그들의 불온한 사상 덕분에 우리는 중세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시대가 그들의 빛나는 이상과 고귀한 신념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는 있지만.  이 책은 바로 그 루소와 몽테스키외로부터 시작하여 법의 정신에 영향을 준 열 다섯 명의 사상가들을 다룬다. 한 명 한 명 두께가 만만치 않은 사상가들인데, 저자는 그들의 사상을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맥락과 개인적 생애사를 통해 쉽고 설득력 있게 전.. 2023. 6. 5.
[행복의 정복 / 버트란드 러셀] __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책장을 정리하다가 버트란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 발견. 종이가 누렇게 된 걸 보면 한참 옛날에 읽은 책인 듯한데 '행복의 정복'이라는 제목이 도전적이어서 다시 봤다. 아니, 이렇게 자신만만한 제목이라니. 행복을 과연 정복할 수 있는가. 서문은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로 시작하고 본문은 두 부분, [1.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 [2. 행복으로 가는 길]로 구성돼 있다. 아주 명료한 책이다. 1.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 : 경쟁, 걱정, 질투, 죄의식, 자기도취, 피해망상, 불필요한 자극에 너무 많이 노출됨. 이 모두가 자기 안에 갇혀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불행의 심리적 원인은 어린 시절에 정상적인 만족을 누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느 한 가지 만족을 다른 만족보다 더 소중히 여.. 2021. 10. 20.
연예인들은 왜 공황장애에 걸릴까? / 정혜신 - 당신이 옳다 https://youtu.be/gPN8M6QuIPM 2021. 10. 19.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에크하르트 톨레] __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취는 광기의 인식 추천 받은 책인데 읽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명상과 인간 의식의 변화를 다룬 책인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을 것 같아서. 앞부분을 보고는 읽기로 했다.  인간 존재의 핵심에 존재하는 집단적 광기가 가져오는 사건들이 인류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 광기의 역사이다. 만약 이것이 한 개인의 병력이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다음과 같은 진단이 내려졌을 것이다. '만성적 피해망상증. 적이라고 굳게 믿는, 사실 적이라는 것은 그 자신의 무의식의 투영에 불과하지만, 상대방을 향한 병적인 살인 충동과 극도의 폭력과 잔인성. 가끔씩 잠깐 동안 제정신이 돌아올 뿐인 범죄광.'p37 이 책이 가장 정성들여 파헤치고 있는 부분은 에고의 작동 원리 중 동일화 과정이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을.. 2021. 2. 24.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 김서영] ㅡ 불완전함이 완전함보다 더 완성된 경지 영화를 통해 상처와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영화평론가의 영화 분석보다 훨씬 재미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반인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영화 문법에 의거한 전문적인 영화 비평보다는 우리의 다친 마음을 보듬고 살리는 일이기에. 아는 영화가 등장하는 부분은 더욱 재미있게 읽었고 모르는 영화도 심리에 대한 내용이라 잘 읽힌 편이다. 라캉의 이론, 상상계/상징계/실재계의 관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저자는 연구자가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간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문장이 다 좋다. 자신이 소화한 내용을 쓸 때는 문장이 이렇게 쉬우면서도 품격과 깊이가 있다.  ## 라캉의 정신분석학은 불완전한 것이 완전한 것보다 더욱 완성된 경지이며, 부족한 것이.. 2021. 2. 23.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강신주] — 인문학의 궁극적 지향은 자비의 실천 저자의 그간 매력적인 철학대중서들에 비하면 이 책은 좀 심심한 편이다. 하지만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랑과 자비에 있음을 설파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담긴 저서라고 봐도 좋겠다. 저자는 인문학적 시야의 핵심을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자비의 실천을 강조한 불교 사유가 예로 많이 등장한다.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이 세계에 많은 폭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겸허한 태도로 최소의 폭력을, 고통을 감소시키는 길을 모색한다. 그것이 사랑이고 윤리이다. 삶의 무상함과 덧없음에 대한 인식 또한 허무가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통로로 존재한다. 그래서 저자가 생각하는 사랑은 한 공기의.. 2021. 2. 14.
[스피노자의 뇌 / 안토니오 다마지오] — ‘느낌’의 메커니즘을 추적한 책 우리가 인간이라고 부르는 존재의 본질은 무엇일까? 신체일까? 마음/생각/영혼일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왔을까? 과거에 철학이 이 물음에 답해왔다면 오늘날에는 뇌과학이 이에 관한 열쇠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먼저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인간 뇌의 3층 구조를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뇌의 구조는 우리 존재의 본질에 관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는 생명현상을 담당하는 원시뇌로 파충류의 뇌로 불리는 뇌간과 감정을 담당하는, 표유류의 뇌로 불리는 구피질과, 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신피질로 나뉘어져 있다. 이 뇌의 3층 구조는 차례차례 발달해서 인간의 진화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고 간주되었다가 오늘날은 함께 상호작용하며 발달했다고 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생명 현상, 감정, 이.. 2021. 2. 9.
[소유나 존재냐 / 에리히 프롬] — 소유가 구원인 사회에 던지는 질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가, 우리는 진정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의 모든 저작은 그 물음을 향해 있다. 그 화두가 마음에 남아 프롬은 내가 대학 시절 제일 좋아한 작가기도 하다. 다른 철학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프롬은 술술 잘 읽혔다는 이유도 한 몫 했다. 프랑스 등 대륙 쪽 철학자들의 현학 과시가 없고 문장이 간명하다(푸코, 들뢰즈 등은 대학원에서 읽었는데, 학부 수준에서는 혼자 읽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고 문제의식의 깊이가 얕지 않다. 철학책을 해설서 말고 1차 텍스트로 읽고 싶은 분께 추천하는 작가다. 이십 년도 더 지나 노랗게 색이 변한 를 다시 읽었다. 예전에 이 책이 바람직한 사회 혹은 이상적인 삶에 대한 마땅하고 아름다운 진술로 읽혔다면, 지금은 우리 사회의 절실한 .. 2021.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