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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철학, 심리

[책] 망설임의 윤리학 / 우치다 타츠루

by 릴라~ 2023. 9. 2.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종합적인 문예 비평서. 
일본에서 출판된 책에 대한 비평이 많다.
보통 모르는 책에 대한 비평서는 재미있게 읽기가 어려운데
선생의 책은 그렇지 않다. 그 책을 몰라도 세상 돌아가는 모양에 대한
선생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일본 사회가 고령화나 신세대의 변화 면에서 우리 사회와 비슷하게 가고 있어서
(아니, 우리가 일본 비슷하게 가는 걸 꺼다.)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이 우리를 좀 더 잘 보여주기도 한다.  
 
페미니즘 등의 사상이 꼭 필요하다고 보지만
그것이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선생의 견해도 흥미롭다.
어떤 사상은 그 야생적인 면으로 사회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지만
지배 이데올로기가 될 때는 위험하다는 것.
모택동의 사상이나 히피 운동이 그 예가 되겠다. 
이걸 보면 이분은 합리적 보수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스탠스이다.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인물들은 죄다 꼴통이니. 합리적이지도 않고.)  
 
가장 눈여겨 본 대목은 까뮈에 대한 해설이다. 
'망설임'이란 단어에 이렇게 멋진 철학적 함의를 부여할 줄이야. 
까뮈는 비폭력주의자는 아니다. 그 자신 이차대전 때
독일과 싸운 레지스탕스였다.
까뮈는 폭력의 불가피함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에 의해서든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가 전후 프랑스에서 대독협력자들에 대한 징벌에 망설였던 이유다. 
(물론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처벌론자가 대세고 주류였지만
우리는 반민특위가 와해되고 친일파가 그대로 기용된 상황이므로.) 
저자는 그 '망설임'이 윤리의 본질이라고 보고 있다. 
내가 옳다는 것을 내려놓는 자리,

사고와 행동 사이에서 멈칫 하는 자리,
그 망설임의 자리가 지성이고 윤리이다.
저자가 까뮈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자국의 어두운 역사(일본이 행한 대량학살 등)를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말자는 견해에도 명백한 반대를 표시한다.
 아이들은 하얀 백지가 아니라 아동기와 청소년기는 오히려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 공격성, 권력 투쟁이 통과하는 시기라고.
아이들이 인간의 어둠과 욕망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오히려 그러한 주제를 더 다루어야 한다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제대로 통찰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자국 역사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치욕의 느낌을 갖는 건
자국 역사의 영광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
그 균형 감각 때문에 우치다 타츠루 선생의 책은 꼭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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