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책 이야기/철학, 심리

[책]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크리스텔 프티콜랭

by 릴라~ 2023. 8. 23.

결혼 전 D와 긴 연애 중일 때 

여행할 때마다 한 번씩 말썽이 있었다. 숙소 문제인데, 

소리에 민감한 나는 에어컨이든 뭐든 소음이 들리면

잠을 못 자기 때문에 항상 방을 배정받으면 

꼭 한 번씩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그러면 그 큰 캐리어를 끌고 다시 방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한두 번 그런 뒤부터는 아예 방을 배정받자마자

꼼꼼이 체크해서 바로 방을 옮기곤 했다. 

방을 두 번이나 바꾼 일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D는 나의 예민함에 대해 조금도 짜증내거나 힘겨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우리가 계속 만났던 이유에는 그러한 점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나는 시각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패션과 외모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다만 소리엔 매우 민감해서 목소리가 좋은 남자를 좋아한다. 

전화기에서 껄껄한 음성이 들리면 그가 아무리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도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D는 목소리가 좋고 어휘 선택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공포영화는 아예 못 보는데

장면도 문제지만 음향 효과 때문인 것 같다. 

몇날 며칠이고 머릿속에 따라다니거나 꿈에 나오기 때문에 

십대 시절 이후로 아예 안 봤다. 

단 하나, 킹덤 시리즈는 봤는데, '아신전'은 잔인하기만 해서 본 걸 후회. 

 

윤리나 가치 면에서의 스트레스는 그보다 크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상식과 충돌할 때. 

이건 뭐, 거의 포기 상태. 그러려니 한다. 

 

살아오면서 내가 쓸데없이 예민하고 까다롭고 불안정하고

사회성이 턱없이 부족하고, 잘 속고, 미숙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가 아주 좋거나,

어떤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거나 한 건 아니어서

그런 예민함이 그저 단점으로만 생각된 적이 많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주 우수한 학업 성취나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지 않는 사람의

예민함과 까다로움, 혹은 과도한 감수성은

재능보다는 성격적 결함이나 어리석음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저자는 생각 많음, 오감 발달, 예민한 감각, 지나친 감수성 등

정신적 과잉은 두뇌와 연결된 경우가 많아서 그 자체로 영재성으로 간주한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환경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감정이입을 잘하기에

보통 사람보다 스트레스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자신이 감지하는 과잉 정보들을 잘 조직하지 못하고 감정 조절도 안 되면

산만해지므로 학업이나 일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피로, 우울, 불안 등에도 훨씬 쉽게 노출된다. 

또한 예민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상적인 기준을 추구하기에

보통 사람보다 수치심, 자책감, 걱정, 불안 등도 더 많다.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

이들은 건강한 자기 이미지를 갖기가 어렵다. 

주위 사람 및 환경과 계속 어긋나는 상황에 놓이다보니

타인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거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거짓 자아'를 표면에 내세운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존중하지 못하고

그렇게 형성된 낮은 자존감은 재능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정서적 욕구에 취약해지면 타인의 심리적 조종에도 

매우 취약해지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저자는 좌뇌형이 지배하는 사회생활에서 너무 자주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과도한 감수성과 우뇌형 특성들을

그 자체로 재능이자 훌륭한 선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걸 인정해야 잠재적 우울을 극복하고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그리고 자신의 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방법론은 다소 평이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할 가치가 있다.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고 긍정한다면

누구나 저마다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강박에 빠진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큰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문제 삼으며 괴로워한다. 실패와 거부에 대한 두려움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자존감이 낮으면 새로운 공격을 이겨내고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통제에 힘쓰다가 진을 다 뺀다. 항상 긴장해 있고 사회적인 인간 관계를 몹시 피곤해한다.

 

고독감, 자신이 남들과 다르고 뒤떨어진다는 생각, 나아가 사기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자리를 잡는다. 두려움과 피로는 감정을 악화시키고 부적절한 행동을 낳는다. 차츰 공격적이고 불평이 많은 사람 혹은 허세가 심한 사람이 될 것이다. (...)

 

자존감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근거는 다음 두 가지로 나뉜다.

-- 생애 초기부터 부모에게 인정받는다는 표시, 예를 들면 애정 표현, 공감, 사랑, 감탄, 칭찬 등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좀 더 폭넓은 사회, 즉 같은 반 친구, 동료, 이웃 등에서 이러한 표시를 받아야 한다.

-- 구체적인 성공이 중요하다. 자신이 스스로 해낸 일, 자기 자신이나 타인들에게 성과로 인정받은 일이 있어야 한다. (...)

 

사회적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이들은 싫은 소리를 듣는다. 어른들의 지시를 잘 알아듣지 못했을 뿐인데 일부러 그런다는 꾸지람이 돌아온다. 누구보다 열심히 과제를 하고도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 때문에 교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따라서 외부에서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본인의 완벽주의가 발동해서 성공을 성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매사에, 모든 상황과 상대를 막론하고 좀 더 완벽을 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완벽하고 절대적인 모델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 낮고 천한 세상에 완벽한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어떤 성공도 성공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한다. p119-121

 

##

 

진정한 자아는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과 욕망이 정말로 자기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다시 건강해진다. 지금의 잠재적 우울을 극복하려면 금지되고 억압된 감정이 다시 자연스러운 것이 될 수 있도록 풀어주어야만 한다. 인간은 자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내면의 힘과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을 끌어낸다. 

 

여러분에게는 슬퍼할 권리, 낙심할 권리, 남에게 폐가 될까 봐 마음 졸이지 않고 도움을 청할 권리가 있다. 위협을 느끼면 무서워하고 존중받지 못하면 화가 나고 이해받지 못하면 슬퍼지는 게 정상이다. 여러분은 차츰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그리고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거부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어린아이는 자아를 형성하기까지 무조건적인 사랑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어른은 그렇지 않다. 여러분은 살아가기 위해 남들의 비위를 맞출 이유가 없다.

 

우울증은 어떤 자질이나 능력을 갖춘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일 필요가 없다. 여러분은 완벽하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온전하다. 자기 자신이 되는 데 만족하라. 그러면 자기 정체성의 공백은 그득하게 채워지고도 남을 것이다. p138-139

 

##

 

절대적인 것에 대한 추구는 양극단으로 갈라진다. 만인에 대한 호의에서 친절을 베풀고 남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사람, 참을성과 이해심이 남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게 아니면 고지식한 잔소리꾼이 되어 자신의 도덕 규약을 침해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한탄할 수 있다. 버릇없는 사람, 얌체 같은 무임승차족, 부정행위자에게 시도 때도 없이 호통을 치는 사람 말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지혜로운 어르신이 되든가, 성마른 꼰대가 되든가 둘 중 하나다. 그게 아니면 탁구공처럼 끊임없이 그 두 역할 사이를 오갈 수도 있다.

 

이렇게 순수 가치 체계를 발전시키게 되는 주요한 이유는, 그들이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자신은 다른 별에서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이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현실의 사회적 규약은 그들의 이해를 벗어나거나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p142

 

##

 

정신 활동이 유별나게 활발한 사람은 의식 구조 자체가 심리 지배에 걸려들기 쉽다. 심리 조종자는 그의 정체성의 공백을 보고 달려든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친밀하고 따뜻하고 강렬한 인간관계에 목말라하고 병적으로 진심을 담아 행동하기 때문에 심리 조종자가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속내를 감춘 채 듣기 좋은 말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관계는 일사천리지만 상대를 모방하는 심리 조종자의 수법은 기막힌 효과를 발휘한다. p156

 

##

 

보통 사람들은 여러분에 비해 감각이 무디다. 그들의 오감, 특히 후각은 둔한 편이고 세부 사항을 파악하는 예리함이나 기민함도 여러분만 못하다. (...)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그들이 요구하는 수준은 여러분이 요구하는 수준만큼 까다롭지 않다. (...)

 

보통 사람들은 주위 환경 때문에 금세 산만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들의 뇌는 소란스러운 시장 바닥에서도 여러분의 음성을 아주 잘 구분해 낸다. 여러분이 하는 말이 그들의 직선적 사고방식에 그럭저럭 잘 맞기만 하다면 그들은 지치는 기색 없이 여러분의 말에 집중할 것이다. 그들은 웬만한 요란한 음악 소리에는 방해받지 않는다. 오히려 감각 자극이 풍성한 세계에 살고 있다는 기분 좋은 느낌을 얻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음악이 흐르고 휘황찬란한 조명이 있고 꽃술과 '장식'과 합성 향이 널린 곳을 좋아한다. 여러분 입장에서는 놀랄 일 아닌가? p172-173

 

##

 

보통 사람들은 여러분만큼 정서적 욕구가 크지 않다. 여러분이 수박 겉핥기 같다고 비판하는 피상적 인간관계도 그들은 나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들에게 잘 맞는다. 그들은 진부하지만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을 얘기를 나누기 좋아하고, 이미 합의된 생각, 흔해 빠진 주제를 공유하며 그저 함께 있다는 그 자체를 즐긴다. 보통 사람들은 우르르 무리를 지어 다니거나 인파를 이루기 좋아한다. 그들은 기분 전환과 재미를 원한다. 그들은 열띤 논쟁을 벌이거나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를 별로 느끼지 않는다. 자기에게 잘 맞는 사고방식이 있는데 굳이 다른 방식들에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한편 지나치게 혁명적인 생각은 그들에게 충격을 주고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성찰적인 화법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자기를 돌아보고 얘기하다 보면 마음만 더 불편해지니까. p175

 

##

 

우뇌형 인간들은 보통 사람들의 의식 구조에 자주 충격을 받는다! 특히 '공유'라는 가치에 대해서는 실제로 그럴 만도 하다. 좌뇌 지배형 인간의 생각은 개인주의, 나아가 이기주의로 이어지기 쉽지만 우뇌 지배형 인간의 생각은 집단주의적이고 이타적인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 p177

 

##

 

그런데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인격을 더욱 풍부하고 생산적이게 하는 요소들이 보통 사람의 가치 기준에서는 부정적인 취급을 받는다. 정신 활동이 유별나게 활발한 사람이 미성숙하고 불안정하고 맹하다 싶을 정도로 순진해 빠졌다는 말을 듣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너무 의문이 많고 감정적이고 쓸데없이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 보통 사람들은 그가 이것저것 건드리고 여기저기 끼어들어 번잡하게만 굴지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다고 흉본다. p184

 

##

 

여러분의 인격과 가치관은 항상 일상적인 주변 환경과 약간 어긋나 있다. 당연히 여러분도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간극이 어떤 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실감하지 못했다. 여러분은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문득 받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퍼뜩 깨달았을 것이다. 또 여러분이 왜 그토록 자주 말도 안 되는 충격적 현실에 부딪히는지도 조금 이해했을 것이다. 앞으로 여러분은 자신의 본모습과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되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본모습대로 살아갈 권리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충돌은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p196

 

##

 

일반적으로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집단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기보다는 되도록 다양한 사회적 조직에 몸담고 다층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나의 인맥을 아주 가까운 치구, 단순한 동료나 동창,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 등으로 분류하고 각 범주의 인간관계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과 줄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자. 물론 여러분은 각별한 관계에 목말라 있지만 다소 피상적인 관계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에 애정을 쏟고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를 기대하지 마라. 속 깊은 얘기는 정말로 가깝고 친말한 사람들하고만 하라. (...)

 

바보와 현자의 차이가 뭔지 아는가? 현자는 상대를 가려 말한다.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상대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거든 굳이 이해를 받으려고 애쓰지 마라. 얼른 한 발짝 물러나 화제를 바꾸는 게 상책이다. p260-261

 

##

 

여러분은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려면 일상을 다소 숨가쁘게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은 일을 구상하고, 동시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해보자.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산만하게 사느냐고 하겠지만 여러분은 그래야 삶의 균형이 잡힌다. p243-244

 

##

 

여러분은 세상에 둘도 없고,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완벽하다. 여러분은 아이디어가 들끓고, 생명력이 넘치고, 기쁨으로 번득이고, 사랑으로 톡톡 튀는 근사한 뇌를 가졌다. 자, 인생은 참 아름답지 않은가? p271

 

 

 

 

 

 

 

 

 

 

 

 

 

 

 

300x250

댓글